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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 온종일 치우고 있는데, 심한 곳은 삽으로 사체를 퍼내기도 했습니다. "
1일 김주수 인천시 계양구청 산림보호팀장은 주말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계양산에서 러브버그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longiforcep)가 등산로를 새카맣게 덮은 모습이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퍼지면서 공무원 등 10명이 러브버그를 잡으러 출동한 것이다.

러브버그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4년째 ‘대발생’(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혐오감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만 러브버그 민원은 9296건이 접수됐다. 올해도 인천 계양산과 서울 관악산 등 산과 도심 지역에서 러브버그 무리를 목격했다는 글이 SNS를 도배하고 있다.

지난 28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 등산로를 점령한 러브버그 사체들. 사진 블로그·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처럼 온난화에 북상…산둥반도서 건너왔다
외래종인 러브버그가 국내에 출몰한 건 불과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2015년쯤에 국내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시아에서는 원래 중국 동남부·대만·일본 류큐 제도 등 북위 33도 이남 아열대 지역에 분포했는데, 기후변화와 함께 북상하다가 한반도까지 넘어왔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국내 개체를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역에 있는 개체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 교역 과정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처럼 습한 특성이 나타나는 북미 대륙 동쪽에서 러브버그가 북상하고 있다. 멕시코 등 중미에서 텍사스·플로리다를 거쳐, 최근엔 한반도와 위도가 비슷한 버지니아에 정착 중인 것으로 보고됐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최근 수도권 대발생은 동아시아에서 최북단 기록”이라며 “중국 남부에서 한해 두 번 발생하던 러브버그가 북상하면서 온대 기후에 적응해 중국 산둥이나 우리나라에선 한 해에 한 번씩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D 불빛에 몰려들어…도시가 '천국'인 이유
러브버그는 여러모로 수도권 생존에 최적화된 곤충이다. 기후가 점점 덥고 습윤해지는 데다 LED 불빛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간된 국립생물자원관 보고서에 따르면, LED 광원에 모이는 현상이 실험을 통해 확인돼 대발생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또한 도심 열섬 효과에 강하고 방제도 쉽지 않다. 서울대 연구팀이 국내에서 채집된 러브버그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도시에 살기 적합한 살충제 저항성과 열 스트레스 적응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도 나타났다.

러브버그가 처음으로 '대발생'한 지난 2022년 7월, 서울 은평구 갈현로 인근 주택가에서 긴급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학 방역을 하지 않는 추세다. 뉴스1
뚜렷한 천적도 없다. 보통 벌레류의 천적은 조류지만, 러브버그는 신맛이 나고 끈적한 체액이 있어 대부분의 새가 먹이로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천국 같은 서식 환경이 대발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러브버그가 전염병 등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지만, 갑작스러운 대발생이 주는 우려와 스트레스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시민 86%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살충제를 이용해 방역하면 자칫 생태계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곰팡이성 병원균이 러브버그 유충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자연상태에서 효과가 검증된 단계는 아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를 근거로 현재 천연 곰팡이 농약을 연구하고 있다.

환경 당국은 “러브버그는 2주가량 대발생한 이후 사라지는 수순인 데다, 화학 방역이 생태계에 어떤 나쁜 효과를 일으킬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지금으로써는 물 뿌리기 등으로 물리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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