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검찰고위직 인사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으로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사단’은 배제하되 조직 내부에서 인정받는 검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정부의 개혁 기조에 동의하면 ‘우리 편’이 아니었어도 과감하게 기용한다는 ‘정권 차원의 자신감’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법무부는 1일, 기존 검찰 지휘부의 사의로 공석이 된 주요 보직 대부분을 채우는 인사를 실시했다. 사직 의사를 밝히고 이날 의원면직된 이진동 대검 차장과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등은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었다. 이들을 대신해 핵심 보직에 기용된 노만석 대검 차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성상헌 법무부 검찰국장 등은 검찰 내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직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1진, 2진 다 날리고 밑에 있는 사람 올리는 극단적인 인사는 아닌 것 같다. 윤석열 정부에서 부각되지 않은 사람 중에 할 만한 사람을 시킨 듯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사단’이나 ‘친윤 그룹’이 아닌 검사 중에서 능력 있는 사람을 골라 썼다는 평가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무조건 내 사람, 내 편 챙기는 게 아니라 약간 ‘저쪽’으로 분류된 사람도 정권의 자신감하에 정책 기조에 동의한다면 과감하게 중용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태도를 확인한 뒤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때 부침을 겪었던 검사들이 발탁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김태훈·임은정 검사처럼 좌천됐던 이들을 챙겨준 인사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김건희 여사 봐주기 수사’를 주도했던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을 맡게 된 정진우 검사장에 대해선 “절대 무리해서 하지 않고 맞춰서 잘하는 스타일”(검찰 출신 변호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검사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바르게 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정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1차장 시절 이른바 ‘채널에이(A)’ 사건을 수사하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무혐의 처분한 사례 등을 들며, 정 검사장 중용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한 전 대표 무혐의 처분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라 정 검사장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법조계 출신 의원도 “대통령실이 (이들에게) 개혁 의지를 확인하고 동의를 받아 임명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고심 끝에 진행하는 인사인데, 과도한 ‘친윤 검사’ 낙인을 찍어가며 대통령 인사를 이렇게 흔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두 차례나 연기되며 2일로 예정됐던 검찰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는 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새롭게 꾸려진 검찰 수뇌부가 수사·기소 분리 등 핵심 개혁 방안의 실현 계획을 보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자체 개혁안 마련은 새 검찰총장 임명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