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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원제 논설위원

손원제 | 논설위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약 한달이 됐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개문발차한 터라 초반 국정 운영이 덜컹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우려와 달리 순항하는 듯하다. 정치 생초보로 권력을 날로 잡다시피 한 전임자와 달리, 어떤 정부와 나라를 만들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기본 철학과 구상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정권이든 초반 인사 과정에선 어느 정도 삐걱거림을 피하기 어렵다. 이 또한 다행히 현재 내각 인선 단계까진 국정 동력을 훼손할 만큼의 패착은 없었다. 서육남(서울대·육십대·남성), 법대충(서울법대·대광초·충암고) 등 학연과 지인 중심의 역대급 정실 인사로 민심 이반을 자초한 전임자와 달리, 국정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능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인선에 임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유임시켰는데, 그간 제기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양곡관리법을 개선해 통과시키는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앞으로 인사청문회에서 문제점이 돌출할 수 있다. 그럴 때의 대처도 오기와 불통으로 일관했던 전임자와 다르게 국민 눈높이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현재까지 고위 공직 인선이 이뤄졌다가 취소된 건 오광수 민정수석이 유일하다. 검찰 특수통 출신이라 검찰개혁의 적임자냐는 논란을 빚었고, 결정적으로 부동산 차명 보유 등 재산 문제가 불거지며 사퇴했다. 후임에 역시 검찰 출신인 봉욱 전 대검 차장을 앉힌 것을 두고도 범여권 안에서 우려가 나온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총장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검찰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해 낙마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바라는 지지층으로선 그가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실현시키고 국정 운영 철학을 관철시키는 것이 비서실과 모든 수석의 공통 과제”라고 엄호했지만, 정작 봉 수석 자신은 가타부타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1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나와 “수사와 기소는 분리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천명한 바 있다. “공소청과 수사청을 분리한다면 철저히 분리해 견제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 목표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제 와서 이런 목표를 수정할 수는 없다. 당연히 봉 수석도 명시적으로 그에 동의했기에 임명됐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거듭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기용한 건 목표를 바꿔서가 아니라 목표 달성 과정의 파열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검찰개혁이 검사들의 집단 저항으로 이어지며 모든 국정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세밀하게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힌 셈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수사와 기소 분리와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검찰 조직의 해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검찰 해체 수준의 검찰개혁 입법을 발의한 민주당 내 기류와는 미묘하면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 후보자는 경향신문(1일치) 인터뷰에서 검찰청 분리에 따른 새 명칭으로 ‘기소검찰청’ ‘중대범죄수사검찰청’ 등을 예시했다. 민주당 발의 법안은 기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두고 수사 이외의 검사 직무를 수행하되,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해 검사가 옮겨와도 검사가 아닌 수사관으로 일하게 하는 내용이다. 반면 정 후보자가 언급한 대로라면 중대범죄수사검찰청도 수사 담당 검사를 둘 수 있고 소속도 법무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걸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로 볼 것이냐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연속 기용한 데는 관료는 잘만 활용하면 효율적으로 국정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도 깔려 있을 것이다. 다만 검사 집단은 일반 관료들과 다르게 자율적 권력집단의 특성 또한 짙게 띤다. 특히 특수 수사 라인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기를 계기로 선출된 정치권력과도 맞짱 뜨는 ‘검찰당’ 수준의 정치세력으로 이미 자리잡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를 가능케 한 게 수사-기소권을 검찰 손에 몰아준 검찰 시스템이다. 관건은 이걸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검찰을 기소 검찰과 수사 검찰로 분리할 것인가, 검찰에서 아예 수사권을 떼낼 것인가. 최대한 신속하게 검찰정치의 근원을 도려낼 최적의 방안을 찾아 흔들림 없이 실행해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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