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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개설 한달여만에 구독자 2.8만명
화려한 이력·간결 화법에 2030 열광
6·25전쟁,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청년층 겪지않은 현대사·경험담 전달
금융·기업사 등 풀어낼 얘기 무궁무진
남 의식하지 않고 영상 기록 남길 것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서울 강남구 소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경제]

“대학 동기들이 몇 명 살아 있는데 나 빼고 몸이 성한 놈이 하나도 없어요. 내 또래랑 얘기하려면 소리를 쳐야 돼서 커피숍에서도 쫓겨나기 일쑤라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유튜브에다가 말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누가 보든 안 보든 남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그때 그만둘 겁니다.”

이용만(92) 전 재무부 장관이 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채널 ‘이용만 해주세요’를 개설한 계기에 대해 “군대에 간 손주들이 어느 날 ‘6·25전쟁 때 왜 배가 고팠느냐’고 묻더라”며 “번뜩 우리 때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애들한테는 생소한 옛날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5월 11일 첫 영상 공개를 시작으로 유튜버 활동에 나섰다. 채널을 개설한 지 한 달여 만에 국내 최고령 유튜버로 주목받으며 구독자 2만 8000명을 끌어모았고 영상마다 수십 만회의 조회 수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전 장관의 등장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손자뻘인 20~30대다. 전체 시청자 중 68.5%가 18~34세일 정도로 젊은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주변의 관심에 대해 이 전 장관은 “꼰대 소리 안 들으면 다행”이라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고령의 유튜버에 대한 젊은층의 폭발적인 관심은 이 전 장관의 화력한 이력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신한은행장·외환은행장·은행감독원장을 거쳐 노태우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젊은 시절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초 사무관 시절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일일 보고하기도 했다. 역사책에나 등장할 법한 인물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그 시절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모습에 “존경합니다”라거나 “레전드”라는 댓글이 달린다. 그는 “너무 진지하면 채널을 돌린다고 하니 젊은 사람들과 잡담을 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이해하기 쉽고 간략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며 “간혹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로부터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이 오기도 하는 걸 보면 정말 많은 사람이 보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상 속 이 전 장관의 인생 스토리는 75년 전 6·25전쟁부터 시작된다. 강원 평강군 출신인 그는 17세이던 1950년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해 가리산전투 중 어깨와 척추에 두 발의 총상을 입었다. 다행히 급소를 피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그 이후의 삶은 덤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전 장관은 “유튜브를 개설한 5월 11일은 총상을 입은 날이기도, 하나뿐인 아들의 생일이기도 한 특별한 날”이라며 “척추에 박힌 총알은 빼내지 않았는데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했다. 건강 관리 노하우도 소개했다. 그는 “학창 시절 1500m 육상 선수로 뛸 정도로 체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때 직원들과 달리기 시합에서 800m를 뛰고 주저앉았다”면서 “‘체력이 이렇게 약해졌나’ 하는 생각에 그때부터 매일 7㎞를 뛰었다”고 전했다. 이어 “나이를 먹은 뒤로는 매일 30분씩 걷고 있고 요즘도 일주일에 2~3차례 골프 라운딩을 한다”고 했다.

유튜브 캡처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은 ‘역대 대통령 다 겪은 92세, 지금 한국은 어떤 대통령이 필요할까’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박정희 정부 시절 압축 성장을 이끌어간 산증인으로서의 경험담과 대통령의 리더십, 젊은 세대에게 거는 희망 등을 담았다. 모교인 고려대 캠퍼스를 찾은 영상에서는 전설의 55학번으로 등장하며 70년 차이가 나는 24학번 후배들과 캠퍼스 투어를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초중고교를 전부 다 이북에서 나왔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내가 졸업한 학교는 여기(고려대)가 유일해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전 장관의 유튜브 촬영은 정해진 대본 없이 자유롭게 ‘썰’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제작진 회의에서 주제와 콘셉트가 결정되면 즉흥적으로 3시간 넘게 수다를 풀어내고 편집 과정을 거쳐 콘텐츠가 완성되는 구조로 진행된다. 금융인 출신인 이 전 장관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당시 정부 주도로 추진된 역금리 제도, 국민주택기금 설치 등 대한민국 금융정책과 삼성·현대·대우 등 국내 대기업들의 성장사 등 앞으로 풀어낼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며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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