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 동물원에서 수달이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동물원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금지한 지 1년6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여러 동물원에서 ‘동물 접촉 체험’이 횡행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달 9일부터 23일, 부산·울산·세종시의 6개 동물원에 방문한 결과 6개소 모두 시간과 횟수에 관계없이 먹이 주기 체험을 진행하는 등 관련 매뉴얼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웨어는 이런 내용을 담은 ‘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운영 실태조사’를 1일 발표했다.

2022년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보유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시행령에서는 구체적으로 관람객이 동물에 올라타게 하거나, 동물을 만지게 하거나, 동물에게 먹이를 주게 하는 행위를 금지행위 예시로 들었다. 업체가 이런 행위를 하고자 할 때는 ‘교육 계획’을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환경부는 법 시행에 발맞춰 ‘동물원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을 배포했다.

그러나 어웨어 조사 결과, 6개소 중 3개소가 계획서에 없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환경부 매뉴얼에서 지양하게 한 ‘무제한 먹이 주기’와 ‘무분별한 만지기’도 횡행했다.

어웨어가 방문한 6개소에서는 모두 체험용 먹이를 판매하며 구매 가능한 양과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중 5개소는 먹이 종류도 통제하지 않았다. 관람객이 외부에서 가져온 먹이를 주거나, 해당 동물에게 맞지 않는 먹이를 줘도 제재가 없었다. 한 사육장에 여러 마리 동물이 있는 경우 섭식 욕구가 높은 개체가 먹이를 독점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동물들이 먹이를 구걸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동물원 사육장에서 관람객들이 동물을 직접 만지고 있다. 동물이 몸을 숨길 공간도 없이 관람객에게 노출된 곳들도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시간과 장소에 제한이 없는 ‘무분별한 만지기’도 6개소 중 5개소에서 확인됐다. 동물들이 개별 사육장 없이 관람객 동선에 풀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A동물원에서는 왈라비, 설카타육지거북, 스컹크, 개가 관람객 동선에 따라 전시돼 있었다. B동물원에서는 관람객이 언제든 미어캣 사육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파충류를 전시하는 시설 5개소 중 4개소에서 파충류 같은 소동물은 관람객이 요청할 때마다 관리자가 꺼내서 안을 수 있도록 했다. 뱀의 비늘을 반대 방향으로 쓸어내리거나 머리와 꼬리 양쪽을 세게 문지르는 등 동물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환경부 매뉴얼에는 동물 만지기 체험 전후로 관람객이 손을 씻도록 위생관리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만지기 체험을 진행하는 5개소 중 손 씻기를 안내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1개소는 내부에 세면대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알파카, 꽃사슴, 기니피그 등이 한 공간에 합사돼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한 공간에 여러 종의 동물을 풀어놓는 경우도 4개소에서 발견됐다. 서로 다른 종을 합사하면 영역, 은신처, 먹이를 둘러싼 싸움이 발생하거나 종간 질병 전파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조사 결과 육안으로도 건강에 이상이 있는 동물들도 발견됐다. 한 업체의 청금강앵무는 가슴깃털을 뽑는 자해행동을 반복했다. 다른 업체에서 만지기 체험에 동원된 붉은여우와 왈라비는 피부병 증상을 보였다.

어웨어는 “동물들은 부적절한 사육 환경과 은신처 부족, 관람객과 잦은 접촉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며 “야생동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관람객들의 행동이 통제되지 않아 안전사고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844 [단독] 1100만원 수주하고 ‘복붙’...더본코리아 강진군 용역보고서 15년전 논문 짜깁기였다 랭크뉴스 2025.07.10
53843 [단독] “감사원, 통계조작 결론 소설 써” 부동산원 직원들 압박감 토로 랭크뉴스 2025.07.10
53842 美 명문대 박사에 전공 무관 업무, 임원은 R&D 프로젝트 이해 못해... ‘삼무원식’ 인사에 삼성 반도체 좌초 랭크뉴스 2025.07.10
53841 에어컨 없이 어떻게 버티나···‘체감온도 35도’ 무더위 오늘도 계속 랭크뉴스 2025.07.10
53840 증폭되는 이진숙 후보자 의혹에 여당서도 “낙마 여부 판단해야” 랭크뉴스 2025.07.10
53839 서부지법 폭동 기록자 ‘징역’ 구형한 검찰···전광훈은?[점선면] 랭크뉴스 2025.07.10
53838 [단독]채해병 특검팀, 국방부 대변인실 등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5.07.10
53837 강선우, 5년 동안 보좌진 46번 교체... 갑질 의혹도 랭크뉴스 2025.07.10
53836 윤석열 재구속에 망연자실 지지자들... 욕설 내뱉다 해산 랭크뉴스 2025.07.10
53835 윤석열 재구속에…민주당 “상식적 결정” 혁신당 “사필귀정” 진보당 “묵은 체증 내려가” 랭크뉴스 2025.07.10
53834 재구속된 윤석열, 에어컨 없는 ‘3평 독방’으로···아침은 미니치즈빵·찐감자 랭크뉴스 2025.07.10
53833 "길면 반년 남았다 했다"…암 극복하고 日서 K문학 알리는 그녀 랭크뉴스 2025.07.10
53832 [단독] 이 대통령 “공무원 위축 정책감사 하지 않으면 좋겠다” 랭크뉴스 2025.07.10
53831 與, 尹 재구속에 “정의 바로 세우기 위한 상식적 결정” 랭크뉴스 2025.07.10
53830 [영상] 일본 731부대원의 고백…“한국인 등 해부해 표본 만들어” 랭크뉴스 2025.07.10
53829 투신 여성이 덮쳐 숨진 11세, 주니어 대회 앞둔 테니스 유망주였다 랭크뉴스 2025.07.10
53828 "참고 참다 매운 라면 먹고 혈변" 韓10대 울린 이 병, 잡는다 랭크뉴스 2025.07.10
53827 “텐트 친다고 공영 주차장에 드릴”…얌체 캠핑족 눈살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7.10
53826 [샷!] '신데렐라 수사'…구두의 주인은 랭크뉴스 2025.07.10
53825 [단독] 문재인 부동산 대책 콕 집어 ‘압박 감사’…“조작 인정할 때까지” 랭크뉴스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