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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회계상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삼성이 내부적으로 기획한 회계처리 방식은 보험사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에도 역행하는 개념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감독·견제 기능을 해야 할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이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감원·기준원이 공동 운영하는 자문기구는 조만간 삼성생명이 추진하는 회계처리 방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30일 주간경향이 입수한 삼성생명 서초사옥 내부 사진을 보면 ‘회계 선진화’를 목표로 내건 스탠딩 배너가 최근까지 공개돼 있었다. 이 배너에는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삼성생명 A팀장의 서명도 포함돼 있었다.

일종의 연간 업무 계획인 해당 배너에는 ‘포트폴리오 헷지회계 방법론 수립’(4월)과 함께 회계기준원과 금감원의 질의 및 의견 확보를 7월까지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와 함께 ‘CMS 연단위 구분 폐지를 추진(보험손익 확대)’한다는 내용과 함께 기준원과 계리사회 등과 공동의견서를 작성한다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삼성생명이 회계처리 방안을 설계한 뒤 유관 기관의 협조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문제는 삼성이 추진하는 회계처리 방향이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3년 전 도입된 IFRS17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게 될 미실현 이익의 현재가치를 나타내는 CSM(Contractual Service Margin·보험계약서비스마진)을 핵심 개념으로 둔다. 이는 특정 연도에 판매된 상품에서 손실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비용으로 처리해 현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하도록 고안됐다.

반면 삼성생명이 추진하는대로 CSM 연단위 구분을 폐지하면 신규계약의 이익을 과거 계약의 손실과 합산해 희석할 수 있어 회계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초래된다.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손실을 ‘물타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계 처리에 대한 전세계 기준을 공표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CSM 구분 폐지를 승인해줄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을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재무상 부담이 되는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재무제표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삼성생명은 다른 생보사와 마찬가지로 IFRS17 도입 직후 질병보험·치매보험 등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이들 상품은 보험가입자의 발병 즉시 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손해율이 높아지는 요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이미 손해율이 가시화했는데 삼성생명도 그런 시점에 와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금감원과 회계기준원이 공동운영하는 질의회신연석위원회에 관련 질의를 했고, 위원회는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기준원과 금감원이 ‘삼성만을 위한’ 회계기준을 만드는 데 들러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삼성에버랜드 회계처리 논란이 불거진 2005년에도 기준원은 “(회사의 회계처리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회사와 감사인이 할 것”이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사실상 삼성에 유리한 상황을 용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기준원이 삼성생명에 불리할 수 있는 지분법 전환 회계처리 질의를 반려해 ‘봐주기’ 의혹도 일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당 배너는 재경팀의 연간 목표를 내부적으로 공유한 것에 불과하다”며 “(CSM연단위 분리 폐지는) 자사뿐만 아니라 업계가 공동으로 원하는 의견이며, 실무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관계기관에 의견을 제출해 국제회계기준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를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상 회계기준원 원장은 “사진의 존재 여부를 인식하고 있으나,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추가 언급은 어렵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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