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무조건 적게 쓸 게 아니라 잘 써야”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에 “공공부문의 최저임금 채용 관행을 바꾸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국무회의 회의록을 보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장관 대행)에게 올해 최저임금 논의 진행 상황을 물은 뒤 김 차관이 “경기 상황이 좋지 않고 노사 입장 차가 커서 대안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보고하자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부문에서 한시적으로 인력을 채용할 때 최저임금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공부문의 본질적 목표는 세금을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이니 만큼, 최저임금으로 고용하던 관행은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 등을 맡으며 쌓인 문제 의식을 반영한 지시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고용노동부에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그리고 사용자들의 부담이 서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크게 이룰 수 있게 연구를 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이날 공개된 회의록을 보면, 장장 3시간40분 동안 진행된 첫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에게 깨알 질문을 하거나 촘촘한 지시를 이어갔다.
연구개발(R&D) 투자를 강조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는 “우리나라 알앤디 연구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사업화가 잘 안되는 원인은 뭐냐”고 묻거나 “문제는 연구에 실패했다 하면 다음 연구 과제를 배정받는 데 불이익을 주거나 평가를 못 받는데 연구원들이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연구의 방향이든 과제든 좀 자율성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며 “연구비의 일정 부분은 증빙 없이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깜짝 유임’으로 관심을 모았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겐 “사과 값이 한 개에 1만원이나 하던 때가 있었는데, 사과값이야 생산 부족에 따라서 그럴 수 있는데 사과 값이 오르니까 옆에 토마토, 바나나 가격도 오르던데 왜 그런 것이냐”고 묻거나 “케이(K) 푸드는 꽤 괜찮은 사업 영역 중의 하나인데, 외교부나 재외공관과 연계하여 협력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불 문제에 대해선 “산림청에서는 ‘군대에서 도와주면 다행이다’ 그 생각 하지 말고, 위급한 시기에는 군 헬기를 동원해 산불 진압을 할 수 있도록 서로 협업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내년부터 작동될 수 있게 미리 조처하라”고 지시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는 “미국 관세 영향이나 중국산 경쟁 심화로 수출에 피해를 받는 분야가 많을 텐데, 필요하다면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할 때 조건을 어긴다거나 조합원들에 대해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국적으로 실태조사를 조속히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런 지시에 따라 이미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겨레
엄지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