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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지난해 5일 30일 진행했다고 밝힌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위력 시위 사격. 조선중앙TV 캡처


미국이 이란의 주요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직후인 6월 23일 밤, 카타르 수도 도하 시내 곳곳에 불덩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시에 있던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와 이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가는 또 다른 불덩이를 목격했다. 이란이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여러 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카타르 양측이 이를 요격하는 모습이었다.

이란의 카타르 요격전, '사전 조율' 없었다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는 미 중부사령부 전장항공작전지휘소가 있는 곳이고 이란은 자국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곳을 공격했다. 14발의 탄도 미사일이 발사됐고, 거의 대부분의 미사일은 미국이 자랑하는 패트리어트 PAC-3 MSE 미사일에 의해 요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이번 공격을 사전에 알려왔고, 미군이 모든 미사일을 막아냈기 때문에 피해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이란, 카타르 미군기지 공격.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란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은 카타르의 동북 방향에서 날아와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로 향했다. 이란의 미사일이 알 우데이드로 날아가던 경로 중간에는 카타르 수도 도하가 있다. 기지 외곽에서 도하 외곽까지의 직선거리는 11㎞ 정도다. 당연히 이날 밤 도하 시내 곳곳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격추된 이란 미사일의 잔해는 물론, 상승 중 고장을 일으켜 땅으로 돌진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공중에서 탄두를 터트린 뒤 남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추진체 잔해 수십 개가 떨어졌다. 이란이 사전에 미사일 공격 시각과 방법을 미국·카타르 측에 통보했고, 늦은 밤 사람들의 통행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 미사일을 쐈기 때문에 낙하물에 의한 사상자가 없었을 뿐이지 ‘사전 조율’ 없이 기습 공격이 이루어졌다면 카타르에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있기 일주일 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러시아가 키이우에 여러 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요격하는 과정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민간인 거주구역에 추락한 것이다. 이 사건 역시 새벽에 발생했고, 패트리어트 탄체가 아파트 주차장에 떨어진 덕분에 차량 파손 외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주일 사이 벌어진 이 같은 사건들은 미사일 방어 작전에서 종말 단계 하층 방어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증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군 미사일 방어의 한계

서해지역에서 실시한 유도탄 요격 실사격 훈련에서 천궁-Ⅱ 지대공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합참 제공


이번 두 사례는 사전에 조기 경보가 있었고,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시간대에 교전이 발생했으며, 교전 규모가 10발 안팎의 탄도 미사일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던 덕분에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 전장은 이러한 요행을 기대할 수 없는 최악의 미사일 방어(MD) 작전 환경을 가지고 있다. 종심이 짧아 조기 경보가 어렵고,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 덕분에 낮에는 물론 심야 시간에도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이 많을뿐더러, 북한에게는 이란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탄도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이 보유한 주력 MD 자산은 종말 단계 하층 방어용 무기인 PAC-3와 천궁-II다. PAC-3는 이번에 도하와 키이우에 떨어진 사거리 55㎞, 요격 고도 30㎞의 MSE 미사일과 사거리·고도가 MSE의 절반 수준인 ERINT, GEM-T로 구성되고, 천궁-II는 사거리 20㎞·요격 고도 15㎞의 단일 미사일로 구성된다. 이들 전력은 서울·수원·성남 등지에 배치돼 있는데, 사거리와 요격 고도가 짧기 때문에 북한이 대량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막는 것도 어렵다. 또한 요격전이 서울·수도권 북부 상공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요격된 북한 미사일 잔해와 우리 측 요격 미사일 추진체가 한강 이북 전역의 인구밀집 지역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종말 단계 하층 방어는 MD 작전에서 가장 어렵고 비효율적 방법이다. 모든 탄도 미사일은 상승·중간·종말 단계를 거쳐 포물선으로 비행하는데, 종말 단계는 속도도 빠르고 비행시간도 짧아 요격이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단계 MD 구축의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제기해 왔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상승·중간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고고도 요격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우리 정부 관료·정치인과 군인들은 이를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이들이 장거리·고고도 요격체계에 반대해 온 이유는 두 가지다. 관료와 정치인들은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MD에 참여해선 안 되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서도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군인들은 공식적으로는 "중·장거리 MD는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내 밥그릇을 뺏길 수는 없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연합뉴스


오래 전, 필자는 MD 작전 전략을 수립하는 고위급 공군 관계자와 이 문제를 놓고 다퉜던 적이 있다. 필자는 실제 수행된 요격 실험 데이터를 근거로 당시 막 실전 배치가 진행되던 SM-3 블록 1 미사일을 도입하고, 당시 미·일이 공동 개발 중이던 블록 2A 미사일도 도입해 해군 이지스함에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고위 관계자는 "SM-3 미사일은 정면에서 똑바로 날아오는 미사일만 요격할 수 있어서 바다에 배치하면 북에서 남으로 날아오는 북한 탄도 미사일을 측방에서 요격할 수 없다"는 황당한 궤변을 폈다.

물론 그 관계자도 필자가 봤던 미 해군 요격 실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주장이 궤변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의 주장이 관철됐고,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종말 단계 하층 방어에 집중한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비효율적인 사업이 됐다. 천문학적 혈세가 KAMD에 들어갔고, 앞으로도 더 들어갈 예정이지만 앞서 소개한 카타르·우크라이나 사례처럼 이 KAMD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종말 단계 하층 방어의 한계가 지적되고, 북한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자 군은 슬쩍 다단계 방공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다단계 방공이라는 것도 들여다보면 종말 단계 하층 방어를 쪼개 여러 종의 미사일을 국내 개발·조달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이 다단계 방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형 이지스함인 정조대왕급 도입이 이루어졌고, 여기에 탑재할 SM-3 미사일 도입도 추진됐지만, 최대 2,500㎞급 사거리와 33~1,500㎞ 고도 구간을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신형 SM-3 블록 2A 대신, 150㎞ 이하 고도에서는 요격이 불가능한 구형 SM-3 블록 1B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신형을 사면 국산 요격무기와 관할 고도가 겹치고, 사거리·요격 고도가 길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북의 하이브리드 화력전 대비해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서부지구 포병부대의 600㎜ 초대형 방사포 사격훈련.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위협은 지난 10여 년간 엄청나게 진화했고, 이제는 탄도·순항 미사일과 방사포, 드론 등을 섞어 쏘는 하이브리드 화력전을 펼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은 고도·사거리에 따라 방공작전 관할을 나누는 기존 시스템을 폐지하고 각 군의 모든 센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저고도부터 고고도까지 모든 유형의 공중 표적을 실시간으로 탐지·식별·추적해 인공지능 기술로 표적화, 대응하는 통합방공체계를 구축 중이다. 그런데 한국은 공군의 KAMD, 육군의 LAMD를 따로 나누고, 10종이 넘는 방공체계를 국내 개발·조달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는 역주행 행각을 벌이고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는 그 어떤 정치 논리나 이권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당장 서울·수도권 2,000만 국민을 향해 수천 발의 탄도 미사일과 수만 발의 방사포가 겨눠진 상황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북한 위협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옵션들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력이 있다.

"중국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 "일본과의 협력은 곤란하다", "몇 년 안에 국내 개발도 가능하다" 따위의 주장을 하며 지금과 같은 KAMD·LAMD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관료와 정치인, 군인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 회초리를 들어 저들을 꾸짖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국민은 마치 종말의 날인 것처럼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우박처럼 쏟아지는 불덩이들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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