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남매 갈등, 두달째 평행선
가족 경영 리스크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심화
싸움 장기화할 경우, 중장기 성장성에 영향
가족 경영 리스크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심화
싸움 장기화할 경우, 중장기 성장성에 영향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이끄는 연구개발·생산(ODM) 그룹 한국콜마의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을 두고 시작된 남매간 싸움이 두 달째 평행선이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번엔 한국콜마 창업주인 부친 윤동한 회장까지 참전했다. 2세 경영체제를 구축하며 한발 뒤로 물러나 있던 상황에서 장남을 상대로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으름장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논란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가족 경영 리스크가 더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주사 측에서는 ‘가족 회사’가 아닌 ‘주주들의 회사’라고 강조하며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주들도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자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사장이 사업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싸움이 장기화할 경우 회사의 중장기 성장성과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웅진’을 꿈꾸던 주주들갈등의 시작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수익성 악화였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은 2020년 이후 지속 하락세다. 지난해 매출은 6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8.6% 감소한 246억원에 그쳤다. 2020년 17.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던 알짜 회사였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9%에 불과하다.
주가도 같은 흐름이다. 2020년 8월 28일 7만2900원을 기록하며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떨어지며 2024년 12월 13일에는 최저가(1만1030원)를 기록했다. 최근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1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주식 정보 커뮤니티인 ‘종목 토론방’에서는 “욕도 아까운 주식”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전문경영인을 데려오라는 의견도 꾸준히 나왔다. 주주들은 ‘웅진’을 그 예시로 언급했다.
2012년 웅진그룹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웅진그룹의 알짜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와 씽크빅의 지분 일부 매각을 고려할 만큼 상황은 심각했다. 이때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 전문경영인으로 서영택 대표를 데려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서 대표는 2016년까지 회사 운영을 총괄하면서 회사를 정상화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도 전문경영인 체제에 긍정적이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 지분은 콜마홀딩스가 44.63%, 윤여원 사장이 7.72%를 보유하고 있다. 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상현 부회장(31.75%)이다.
지난 4월 25일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자는 내용의 제안이 담긴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서’를 콜마비앤에이치에 전달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콜마홀딩스는 5월 2일 ‘주주총회소집 허가신청서’를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에서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으로 이를 허락해달라는 것이다.
그래픽=송영 디자이너
부친 참전…쟁점은 ‘경영 합의’ 여부양측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주사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 개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콜마비앤에이치는 경영진 교체 요구는 시기상조이며 실적 개선이 시작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주장과 달리 실적 회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콜마비앤에이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어든 136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더 초라하다. 62.5% 급감한 36억원에 그쳤다. 윤여원 사장의 경영 능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지주사와 주주들의 평가다.
어느 한쪽도 양보하지 않자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나섰다. 윤 회장은 지난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들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한 주식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식반환청구 소송은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넘긴 주식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민사소송이다. 약정(계약)에 따라 주식을 넘겨줬지만 의무 미이행이나 신뢰관계 파괴 등을 이유로 원래 주주가 소유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2019년 12월 윤 부회장에게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현재는 무상증자로 460만 주)를 증여했다. 윤 부회장은 이를 증여받아 보통주 발행주식(1793만8966주) 가운데 542만6476주(30.2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윤 회장 법률대리인은 “윤상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서 권한을 남용해 합의된 승계구조의 일방적 변경 시도에 따른 조치”라며 “윤 부회장이 이러한 행태를 알았다면 해당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을 것이며 대상 주식은 즉시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은 ‘조건부 증여’ 여부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무효가 가능한 증여 계약이다.
콜마비앤에이치 측은 경영 합의를 전제 조건으로 증여했다는 입장인 반면 콜마홀딩스는 조건 증여가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주장에 따르면 윤 회장은 아들 측에 그룹 운영을 맡기는 동시에 윤여원 사장이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콜마홀딩스는 “계약을 확인해본 결과 조건 증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식반환 청구소송에서 윤 회장이 승소할 경우 윤상현 부회장의 콜마홀딩스 지분은 31.75%에서 18.93%로 하락하고 윤 회장의 지분은 5.59%에서 18.41%로 뛴다. 윤여원 대표가 7.45%, 이현수(윤여원 남편) 씨가 3.17%를 보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이 실제로 소송을 완주하겠다는 것보다는 남매간 분쟁을 빨리 끝내라는 으름장 식의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월에 결론 나면 이사회 움직임윤 회장이 실질적으로 아들에게 준 주식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증여가 완료된 주식에 대해 소유권을 되찾는 건 법적으로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해지 조건 등이 자세하고 명확하게 문서화돼야 하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유권 재이전이 어렵다.
한 로펌업계 관계자는 “쟁점은 ‘부담부증여’”라며 “증여할 때 의무나 조건을 내건 것을 부담부증여라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윤 회장 측에서 경영 합의에 관한 내용을 어떻게 어긴 것인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없다. 다만 이미 증여한 주식을 돌려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증여 해제나 무효가 어렵다. 부담부증여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 허들을 통과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승소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남은 것은 이사회 개편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다. 6월 18일 오후 4시 대전지방법원에서는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 심문이 열렸다. 지난 5월 콜마홀딩스가 콜마비앤에이치 상대로 낸 임시주총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절차다. 이날 심문은 별다른 이슈 없이 종료됐다.
오는 7월 중으로 결심이 열린다. 이날 결심에서 판결 선고 날짜가 정해진다. 법원이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할 경우 지주사 측의 요구대로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 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