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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명성, 재건축 호재에 다시 수면 위로
시공사 선정 앞두고 100억원 실거래 속속 등장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제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건물을 팔아야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대해 한 말이다. 실제로 압구정 현대는 웬만한 서울 꼬마빌딩과 맞먹는 가격까지 올랐다.

공급면적 기준으로는 일명 국민평형인 압구정 신현대(9·10·11차) 전용면적 109㎡ 타입(35평형)이 올해 4월 62억원에 실거래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현재 호가는 70억~73억원 선이다. 압구정 현대는 전국에서 3.3㎡(평)당 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로 등극했다.

매일 주차난에 시달리고 상수도에서는 간혹 녹물이 나오며 벌레를 목격하는 게 어렵지 않은 아파트. 그래서인지 아파트 이름값에 비하면 해당 타입 전세가격은 10억원을 밑돈다. 근린상가나 오피스 건물처럼 임대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니 사용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고 할 수도 있다.

압구정 현대는 구반포와 달리 5층 이하 저층이 아닌 중층 재건축이다. 재건축 아파트치고는 용적률이 높다.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해 새로 지을 수 있는 아파트 용적률도 300%가 상한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재건축 분담금과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시쳇말로 “먹을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한강변 대단지 신축 아파트로 주거 트렌드를 선도하며 앞서나가던 반포도 추월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며 강남 최고의 부촌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 아파트지구의 역사부터 그곳에 살고 있는 유명인사들의 면면까지 압구정은 강남 최고 부촌으로서 다른 지역이 보유할 수 없는 특별함과 소장가치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
6월 26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10개 단지 중 압구정 현대아파트(구현대, 신현대 포함)가 7개를 차지했다. 1위 단지는 압구정 현대14차(203, 204, 205, 206동)로 3.3㎡당 1억7259만원으로 나타났다. 3.3㎡당 2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압구정 현대14차는 일명 ‘구현대’로 불리는 압구정 특별건축계획구역3(압구정3구역) 중 면적이 작은 전용면적 84㎡ 타입으로 구성돼 매수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그 뒤를 같은 압구정3구역 내 4차가 따라가고 있다. 이곳은 저층이라 기존 용적률이 낮아 대지지분이 많다.

최근에는 재건축 속도가 빠른 압구정 신현대11차와 9차, 12차가 톱10에 진입했다. 이들 시세는 모두 3.3㎡당 1억5000만원이 넘는다.

압구정 현대 외 다른 3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나인원 한남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이다.
1군 건설사 직원들 도열한 매력
현대건설 직원들이 압구정2구역 앞에 현수막을 들고 도열해 자사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신현대가 이처럼 치고 올라온 데는 재건축 속도가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입지가 좋은 곳으로는 3구역이 꼽힌다. 1976년 입주를 시작한 3구역은 대형타입이 많아 압구정에서도 가장 부유층이 많이 산다. 사업성도 좋다. 그러나 상가와 협의, 대지지분 정리 문제 등으로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로 예정됐던 시공사 선정 작업이 늦어진 이유다.

반면 신현대를 포함한 압구정2구역은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상가 소유주들과도 재건축 협의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2구역 내 상가들은 단지 안을 가로지르는 3구역 상가들과 달리 단지 바깥쪽 대로변을 따라난 데다 호실 수도 적어 협상이 쉬웠다는 분석이다.

압구정 5개 특별건축계획구역 중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에 나선 2구역은 현재로선 현대건설이 수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유력한 경쟁상대였던 삼성물산이 6월 20일 입찰을 포기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삼성물산은 조합에서 내놓은 시공권 입찰지침에 대안설계 기준 등이 자사가 준비한 랜드마크 조성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합에선 대안설계에서 서울시 기준을 지켜야 하며 담보인정비율(LTV) 100% 이상 금융조건 제안 불가 등의 지침을 밝혔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올해 3월 압구정2구역 정비계획에 대해 최고 70층으로 예정된 높이를 65층으로 낮추고 동수를 9개에서 12개로 늘리도록 고시했다. 2개 동만 초고층으로 지을 수 있다.

경쟁사인 현대건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배경도 있다. 압구정 현대는 논과 밭으로 둘러싸였던 당시 압구정동에 한강변 공유수면을 매립한 자리에 지어졌다. 당시 정부로부터 공유수면 매립 사업을 따낸 회사가 바로 현대건설이었다. 그 자리에 사원용 아파트를 지은 것이 지금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부터 해당 단지를 거주 및 보유하고 있는 범현대가 2~3세부터 옛 현대 임직원들이 많다. CEO급 인사로는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문선 현대비앤스틸 부사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등이 있다. 현대건설은 얼마 전 압구정 현대아파트 50주년을 맞아 ‘압구정 현대: 현대에서 시대로’라는 제목의 헤리티지북을 발간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의 수주 의지도 남다르다. 입찰공고 이후 직원 수백 명이 압구정 2구역 정문 앞에 현수막을 들고 도열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강력한 수주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 번 팔면 못 돌아와” 리미티드 에디션 등극
한 재건축 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3.3㎡당 약 1100만원 공사비를 내걸었지만 압구정 브랜드에 걸맞은 초고층 시공과 고급 자재 조달 비용을 고려하면 남는 것이 없다”며 “‘압구정 현대는 무조건 우리가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현대건설은 사활을 걸고 어떻게든 수주하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압구정 주민들은 ‘압구정 현대’라는 독보적인 브랜드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이미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한 ‘특혜분양’ 사건이 터지며 이미 ‘특권층 아파트’로 자리매김한 압구정 현대는 1990년대에는 ‘오렌지족’이라 불리던 해외 유학파들의 본가로 명성을 떨쳤다. 구역마다 수천 세대가 밀집한 일반 아파트로서는 드문 현상이다.

그런 압구정 현대 조합원들에게는 다른 강남 또는 한강변 지역에서 쓰고 있는 1군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도 지나치게 흔하다는 주장이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 상표권을 한 차례 거절당한 끝에 보완해 결국 등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호재와 그에 따른 가격 상승도 ‘압구정 현대’라는 네이밍을 더 특별하게 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압구정 현대는 지난 상승기에 오랫동안 1위를 지켰던 반포를 밀어내고 최근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KB부동산 시세를 봐도 높은 상승폭을 보여준다. 얼마 전 62억원에 손바뀜된 압구정2구역 신현대 전용면적 109㎡는 서초구 반포동 소재 최고 인기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시세를 추월했다.

KB부동산 일반 평균가 기준 2024년 10월에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48억5000만원으로 47억원인 압구정 신현대보다 1억5000만원 가량 더 비쌌으나 올해 들어 압구정 신현대가 7억~8억원까지 격차를 벌이며 가격이 더 높아졌다.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6월까지 래미안 원베일리가 17.5% 오를 동안 압구정 신현대 가격 상승률은 2배가 넘는 36.2%에 달했다. 실거래 최고가로 치면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더 비싼 듯 보인다. 지난 3월 전용면적 84㎡가 70억원에 거래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3.3㎡당 2억원 선이다. 그로부터 한 달 전에는 펜트하우스(전용면적 234㎡)도 165억원에 팔렸다. 매수인은 메가커피 창업자인 하형운 대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압구정 신현대가 앞으로 재건축까지 갈 길이 먼 40년 넘은 아파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포보다 비싸다는 평가다. 강남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압구정이 재건축되면 반포보다 비쌀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그 가격이 다 선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압구정은 올해 4~6월 사이 100억원대 거래가 4건 나왔다. 90억원대 거래까지 따지면 24건이다. 최고가는 4월 기록한 130억5000만원(전용면적 245.2㎡, 6월 26일 기준)이다.

같은 기간 대치동 은마 84㎡도 38.1% 올랐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라는 뜻의 새 아파트 선호현상) 열풍이 미래 신축인 재건축 아파트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상승비율로 보면 은마아파트가 더 올랐으나 압구정 신현대는 17억원, 은마아파트는 10억6600만원 상승했다.

압구정 현대 한 주민은 “재건축이 본격 진행되기 전에는 아파트가 너무 낡아 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부유한 소유주들 다수가 잠실 롯데타워의 시그니엘이나 용산 한남더힐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외려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젊은층이 아파트 인테리어를 마치고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민은 “가격이 너무 올라 예전에 팔고 이사 갔던 주민들이 매우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 번 팔고 나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대대로 물려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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