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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경상대병원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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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경상대) 의과대학이 법에 규정된 ‘저소득층 지역인재’ 선발 전형을 3년 동안 운영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상대가 있는 경남과 부산·울산 거주 저소득층 학생의 의대 지원 기회 자체가 박탈된 셈인데, 교육부는 이를 뒤늦게 발견하고도 법 위반에 따른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가 지역인재 전형을 의료인 수도권 쏠림과 의학교육 불평등을 보완하는 핵심 제도로 강조했지만, 실제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감독하는 과정 곳곳에 구멍이 드러난 셈이다.

경상대의 과거 학생 모집 요강을 30일 보면, 이 학교 의대는 2023∼2025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입학 전형에서 ‘지역인재 저소득층 전형’을 운영하지 않았다. 2021년 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에서는 2023학년도부터 지방대학 의과대학 입학자 중 ‘해당 지역 고교 출신이면서 저소득층인 학생’을 선발하도록 의무화했다. 지역 의대는 전체 정원이 50명 이하일 경우 1명, 이후 모집인원이 50명 늘어날 때마다 1명씩을 더해 지역 저소득층 학생을 뽑아야 한다.

법 개정에 따라 경상대는 2023~2024학년도에는 각각 2명씩, 2025학년도에는 4명을 경남·부산·울산 지역 저소득층 학생 중에서 선발해야 했다. 그러나 전형 자체가 공고되지 않았던 만큼 이만큼의 인원은 선발되지 못했고, 그 인원은 수능 성적 중심의 정시모집으로 이월해 뽑았다. 교육 접근성이 낮은 지역 저소득층 학생에게 기회를 준다는 제도 취지를 거스른 셈이다. 경상대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라 인지가 늦었다. 2026년학년도 수시모집부터 해당 전형을 신설하고 법 기준보다 모집 인원을 늘려 기존 미선발 인원 일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경상대의 전형 누락을 뒤늦게 알았다. 교육부는 2023년 11월에야 경상대가 해당 전형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해 후속 조처를 주문했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 규정은) 반드시 그 전형을 두라는 것이 아니고 입학 결과가 법이 정한 인원 기준만 넘기면 된다”며 “선발 결과를 보고 문제를 발견해야 하는 특이한 형태라 (문제 파악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대입전형기본계획이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입시 2년 전에 발표되는 탓에, 한번 누락된 전형 방식은 2025학년도까지 내리 유지됐다.

경상대가 지방대육성법을 명백하게 위반했지만 이에 따른 제재도 없었다. 교육부 쪽은 “지역인재 선발을 어겨도 처벌 규정은 없다”며 “다른 관계 법령을 해석해, 제재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역인재 선발을 법으로 의무화해놓고도, 실상은 대학 자율에만 의존해 운영한 셈이다.

경상대처럼 전형 자체를 운영하지 않은 경우 뿐 아니라, 완전히 대학 자율에 맡겨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높게 정해,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저소득층의 접근을 매우 어렵게 만든 대학도 많다. 가령 2025학년도 부산대학교, 고신대학교,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지역인재 저소득층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3개 영역(과목)의 등급 합이 4 이내였다. 두 개 과목에서 1등급을 받고 1개 과목만 2등급을 받는 매우 높은 수준인데, 이는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른 수시 전형과 동일하다. 그 결과 부산대학교의 경우 지역인재 저소득층 전형 모집인원 5명 중 등록 인원은 1명에 그쳤다. 남은 인원은 역시 정시로 이월됐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사교육 의존도와 학습 방식에서 계층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는 의대 입시에서 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줘, 의대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게 지역인재 저소득층 선발 제도의 취지”라며 “문제가 된 지역인재전형 운영 방식은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으로 학생을 더 뽑기 위한 일종의 꼼수이자, 제도 취지를 무너트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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