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원경상대병원 전경.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경상국립대학교(경상대) 의과대학이 법에 규정된 ‘저소득층 지역인재’ 선발 전형을 3년 동안 운영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상대가 있는 경남과 부산·울산 거주 저소득층 학생의 의대 지원 기회 자체가 박탈된 셈인데, 교육부는 이를 뒤늦게 발견하고도 법 위반에 따른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가 지역인재 전형을 의료인 수도권 쏠림과 의학교육 불평등을 보완하는 핵심 제도로 강조했지만, 실제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감독하는 과정 곳곳에 구멍이 드러난 셈이다.

경상대의 과거 학생 모집 요강을 30일 보면, 이 학교 의대는 2023∼2025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입학 전형에서 ‘지역인재 저소득층 전형’을 운영하지 않았다. 2021년 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에서는 2023학년도부터 지방대학 의과대학 입학자 중 ‘해당 지역 고교 출신이면서 저소득층인 학생’을 선발하도록 의무화했다. 지역 의대는 전체 정원이 50명 이하일 경우 1명, 이후 모집인원이 50명 늘어날 때마다 1명씩을 더해 지역 저소득층 학생을 뽑아야 한다.

법 개정에 따라 경상대는 2023~2024학년도에는 각각 2명씩, 2025학년도에는 4명을 경남·부산·울산 지역 저소득층 학생 중에서 선발해야 했다. 그러나 전형 자체가 공고되지 않았던 만큼 이만큼의 인원은 선발되지 못했고, 그 인원은 수능 성적 중심의 정시모집으로 이월해 뽑았다. 교육 접근성이 낮은 지역 저소득층 학생에게 기회를 준다는 제도 취지를 거스른 셈이다. 경상대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라 인지가 늦었다. 2026년학년도 수시모집부터 해당 전형을 신설하고 법 기준보다 모집 인원을 늘려 기존 미선발 인원 일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경상대의 전형 누락을 뒤늦게 알았다. 교육부는 2023년 11월에야 경상대가 해당 전형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해 후속 조처를 주문했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 규정은) 반드시 그 전형을 두라는 것이 아니고 입학 결과가 법이 정한 인원 기준만 넘기면 된다”며 “선발 결과를 보고 문제를 발견해야 하는 특이한 형태라 (문제 파악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대입전형기본계획이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입시 2년 전에 발표되는 탓에, 한번 누락된 전형 방식은 2025학년도까지 내리 유지됐다.

경상대가 지방대육성법을 명백하게 위반했지만 이에 따른 제재도 없었다. 교육부 쪽은 “지역인재 선발을 어겨도 처벌 규정은 없다”며 “다른 관계 법령을 해석해, 제재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역인재 선발을 법으로 의무화해놓고도, 실상은 대학 자율에만 의존해 운영한 셈이다.

경상대처럼 전형 자체를 운영하지 않은 경우 뿐 아니라, 완전히 대학 자율에 맡겨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높게 정해,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저소득층의 접근을 매우 어렵게 만든 대학도 많다. 가령 2025학년도 부산대학교, 고신대학교,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지역인재 저소득층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3개 영역(과목)의 등급 합이 4 이내였다. 두 개 과목에서 1등급을 받고 1개 과목만 2등급을 받는 매우 높은 수준인데, 이는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른 수시 전형과 동일하다. 그 결과 부산대학교의 경우 지역인재 저소득층 전형 모집인원 5명 중 등록 인원은 1명에 그쳤다. 남은 인원은 역시 정시로 이월됐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사교육 의존도와 학습 방식에서 계층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는 의대 입시에서 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줘, 의대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게 지역인재 저소득층 선발 제도의 취지”라며 “문제가 된 지역인재전형 운영 방식은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으로 학생을 더 뽑기 위한 일종의 꼼수이자, 제도 취지를 무너트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0093 英법원, 58년전 성폭행·살인 혐의 92세 노인에 종신형 랭크뉴스 2025.07.02
50092 심우정, 검찰개혁 진용 갖춰지자마자 ‘물러날 결심’…내부선 “윤석열만큼 조직에 패악” 랭크뉴스 2025.07.02
50091 트럼프 감세 법안 美상원 통과…찬반 동수서 '부통령표'로 가결 랭크뉴스 2025.07.02
50090 내란 특검, 재출석 거부한 윤석열에 “5일 나오라” 최후통첩 랭크뉴스 2025.07.02
50089 쿠바, 美의 제재 강화에 "굴복 안해"…전력난에 블랙아웃 심화 랭크뉴스 2025.07.02
50088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연봉 1억이면 대출 6800만원 ↓ 랭크뉴스 2025.07.02
50087 "나라도 극장 안 가"…천만 영화가 뭐죠? 손익분기점 넘는 작품도 고작 랭크뉴스 2025.07.02
50086 심우정, 검찰개혁 앞두고 “사퇴”…이재명 정부, ‘검찰 물갈이’ 시작 랭크뉴스 2025.07.02
50085 윤석열 ‘2차 소환’ 불응…특검 “7월5일 오전 9시 출석” 통보 랭크뉴스 2025.07.02
50084 감세법 비판한 머스크에 트럼프 “더 많은 것 잃을 수도···남아공 추방? 알아볼 것” 랭크뉴스 2025.07.02
50083 머스크의 xAI, 100억달러 자금 조달…오픈AI·앤트로픽 추격 랭크뉴스 2025.07.02
50082 "하늘이 내려야 하는 것"…서울대 서경석 '연예인 최초' 일냈다 랭크뉴스 2025.07.02
50081 트럼프감세법안 美상원 통과…찬반 동수서 부통령 찬성표로 가결 랭크뉴스 2025.07.02
50080 미국 전문가 "이란 공습으로 대북 억제력 확보했다" 랭크뉴스 2025.07.02
50079 환자 살리려다 의료진 7명 옮았다…청주 병원 덮친 '이 병' 랭크뉴스 2025.07.02
50078 창문에 머리 기댄 채 '꾸벅'…이코노미서 포착된 日공주 화제 랭크뉴스 2025.07.02
50077 고심 또 고심 늦어지는 국토부 장관 인선… “전 국민이 부동산 전문가 함부로 못 뽑아” 랭크뉴스 2025.07.02
50076 미·일·러 주요 대사 '2주 내 이임' 지시‥특임공관장 교체 수순 랭크뉴스 2025.07.02
50075 "공부 잘해도 SKY 못 갑니다"…고교학점제 선택과목 함정 랭크뉴스 2025.07.02
50074 "이 퀄리티에 이 가격? 안 갈 이유가 없어"…'우르르' 몰려간 뷔페, 어디? 랭크뉴스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