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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2년 만의 신곡 '말속의 향기'…"말로 상처주는 세상, 아름다운 이야기 해야"
이주호, 미국서 귀국한 이광준과 다시 뭉쳐…"낙엽 지는 계절엔 음악회 열 것"
4인조 첫 해바라기 결성 50주년…"기타는 순수함 지켜주는 영원한 동반자"


포크 듀오 해바라기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포크 듀오 해바라기의 이주호(좌)와 이광준(우)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7.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사랑은 줄 때도 받을 때도 제게 큰 기쁨과 행복을 줍니다. 사랑을 모르고 살다가 가는 사람은 기쁨도 행복도 모르는 거죠. 전 일평생 노래로 이 사랑을 연구해왔습니다."(이주호)

우리나라 대표 포크 듀오 해바라기는 유독 '사랑'과 인연이 많은 팀이다.

이들은 국민적인 히트곡 '사랑으로'를 비롯해 '행복을 주는 사람', '모두가 사랑이에요', '내 마음의 보석상자' 등 따뜻한 감성의 포크송으로 1980∼1990년대 음악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대중가요의 영원한 주제가 사랑이라지만, 이들이 지난 반세기에 걸쳐 읊어낸 것은 한여름 태양 같은 뜨거운 로맨스라기보단 이 세상 모든 약자를 향한 따스한 훈풍에 가까웠다.

해바라기가 이달 발표하는 신곡 '말속의 향기'도 이와 결을 같이하는 노래다.

'말속에 향기가 있어 살아낼 용기를 주고 / 말속에 가시가 있어 가슴에 상처를 주네 / 고맙다고 말해주면 따뜻해져요'라는 가사는 날 선 말이 가득 찬 이 시대에 우리가 잊고 지낸 한 마디 위로의 힘을 깨닫게 한다.

해바라기는 올해 초 신곡 '당신이 나의 봄이죠'를 TV 무대에서 선보였지만, 정식 신곡을 발매하는 것은 지난 2013년 '해바라기 두 송이' 이후 12년 만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해바라기의 이주호와 이광준은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고맙다' 혹은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눈물 나도록 행복한 느낌이 들지 않느냐"라며 "말도 가려서 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되도록 많이 하자는 게 이 노래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랑으로'를 부른 우리가 바쁘게 활동했어야 하는데, 우리 활동이 뜸하니 세상에 사랑도 사라진 것 같다"며 "낙엽 지는 계절이 오면 음악회도 열려고 한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잦은 멤버 변화를 거친 해바라기는 미국 생활을 하던 이광준의 귀국으로 오랜만에 이주호·이광준 조합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됐다.

두 사람은 변성룡(건반), 배수현(드럼), 김광석(기타), 신현권(베이스) 등 베테랑 연주자들과 합을 맞춰 '원테이크'(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녹음하는 것) 방식으로 '말속의 향기'를 녹음했다.

이광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교회에서 가스펠 음악을 가르치면서 지냈다"며 "인생을 보내며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지만, 이렇게 다시 해바라기로 이주호와 만나게 된 것도 운명이 아닌가 한다"고 돌아봤다.

이주호는 "저 역시 글을 쓰고, 음악을 연구하고, 실력을 가다듬다 보니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어어' 하다 보니 바람 타고 여기까지 온 듯한 느낌"이라며 "새 노래가 탄생하는 순간은 여전히 떨린다. 12년 만의 신곡이니 10개월의 산고보다 10배 이상 설렌다"고 했다.

팀의 주축인 이주호는 지난 1975년 이정선, 한영애, 김영미와 4인조 해바라기를 결성해 1977년 데뷔했다. 하지만 앨범이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입영통지서가 나오면서 그의 자리를 가수 이광조가 채웠다.

그는 1983년 군 전역 후 유익종과 2인조 해바라기로 앨범을 냈고 '행복을 주는 사람', '모두가 사랑이에요'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주호·이광준으로 낸 2집은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등으로 사랑받았고, 이주호·유익종으로 선보인 3집에서는 '내 마음의 보석상자'가 성공을 거뒀다. 이후로는 다시 이주호·이광준 조합으로 5집에 담긴 '사랑으로'가 공전의 히트를 했다.

포크 듀오 해바라기
[해바라기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광준은 "해바라기가 인기가 많다 보니 금남(禁男)의 공간이었던 이화여대에서도 공연했다"며 "서너평 되는 이대 앞 카페마다 우리를 보려는 사람들이 꽉꽉 들어찼다. 열정적으로 노래하다 보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올해는 4인조 첫 해바라기가 결성된 지 5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이주호는 "감사한 마음이 가슴을 확 감싸는 느낌"이라며 "긴 시간 다른 것을 하지 않고 음악만 할 수 있게 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반세기라는 세월 동안 때 묻지 않은 음악을 내놓을 수 있는 비결로는 기타 덕분이라고 답했다.

이주호는 "기타는 순수함을 지켜주는 영원한 동반자이자 친구다. 계속 만나도 질리지 않는 제 삶의 돌파구"라며 "어려운 일을 겪어 흔들리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유혹이 있을 때, 혹은 괴로울 때 기타는 아름다운 음(音)의 세계로 인도하며 제 마음을 붙들어줬다"고 떠올렸다.

해바라기 음악의 따뜻한 서정성은 대표곡 '사랑으로'에서도 잘 묻어난다. 이 노래는 당초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에 맞춰 나와야 했지만 마땅한 가사가 없어 1989년에서야 빛을 보게 됐다.

변치 않는 사랑을 추구하자는 메시지가 인상적인 이 노래 배경에는 생활고를 겪다 안타까운 선택을 한 어린 네 자매의 사연이 있었다.

이주호는 신문 기사로 사연을 접하고 '100원짜리 컵라면을 사 먹을 형편도 안 되는 현실에 꽃다운 삶이 떠나갔다'는 생각에 가슴 아파했다. 그러던 중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구(聖句)를 보고 '사랑으로' 가사를 순식간에 써 내려갔다.

해바라기의 이주호
[해바라기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주호는 "멜로디에 맞는 가사를 써 내려가면서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며 "'그러다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라는 부분을 따라 부르는 데 마음이 뜨거워졌다"고 기억했다.

노래가 나온 지 36년이 지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됐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관심이 필요한 이웃이 많다. '사랑으로'라는 노래가 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서 힘을 잃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주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들에게도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할 여유가 없다"며 "나를 사랑하고, 타인도 생각할 줄 아는 여유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바라기는 '말속의 향기'를 시작으로 싱글 형식으로 신곡을 선보이고, 기회가 될 때 한데 모아 앨범을 낼 계획이다. 이들 신곡 역시 팀 특유의 따뜻함이 담겨 있다.

이주호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순수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연주하는 대로 소리를 내는 기타를 보고 있자면 자연으로 돌아간 듯한 순수함을 느낀다"며 "앞으로 어떤 유혹이 오더라도 기타의 힘을 믿고 음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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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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