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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내 강간·강제추행 역사보다 두 배 이상
실시간 CCTV 관제 안 돼 즉각 대응 어려움
"예산 부담에 시민 안전 뒷전" 지적도
지난달 31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에 방화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범인이 불을 지르는 모습이 CCTV에 찍혔지만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관제센터는 범행 장면을 실시간 확인할 수 없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지난해 서울지하철에서 발생한 성범죄 1,061건 중 절반 이상이 열차 안에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으로 열차 운행을 통제하는 관제센터가 열차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실시간 확인할 수 없다는 맹점이 드러난 가운데 밀폐된 열차 내부가 각종 범죄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경찰의 '서울지하철 1~9호선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하철 내 성범죄는 △강간·강제추행 643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368건 △공연음란 50건 등 총 1,061건이다. 이 중 지하철 역사 내 범행은 각각 202건, 229건, 25건으로 전체의 약 43%였고, 열차 내는 441건, 139건, 25건으로 약 57%를 차지했다. 특히 강간·강제추행은 열차 내 발생이 441건으로 역사(202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통계상 강간·강제추행으로 분류됐지만 열차 특성을 감안하면 모두 강제추행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1~9호선 성범죄 발생 현황. 그래픽=이지원 기자


피해자의 저항이나 주변의 신고가 어려운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 접촉 중심의 범죄가 반복돼도 실시간 감시와 즉각 대응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문제는 최근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말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 사이 터널 구간에서 60대 남성이 열차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는데, 열차 내부 CCTV는 실시간 영상이 전송되지 않아 관제센터는 현장을 제때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 객차에 평균 4대의 CCTV가 설치돼 있어도 영상은 차량기지에 도착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 범죄 발생 장소를 역사와 열차로 나눠 집계하기 시작한 2023년에도 성범죄 현장의 절반 가까이는 열차 내부였다. 전체 1,271건 중 △강간·강제추행 457건(57.4%) △카메라 등 이용촬영 160건(37%) △공연음란 17건(39.5%) 등 총 634건이 열차 안에서 벌어졌다. 이 외에 절도(33.2%), 폭행 및 상해(38%) 등 주요 범죄도 상당수가 열차에서 발생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서울지하철 방화 사건은 3건 모두 열차 안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민 안전보다 예산 부담을 먼저 따져 실시간 관제시스템 구축을 차일피일 미룬 결과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관련 설비 구축에 약 1,2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해 그간 도입을 미뤘다고 해명한다. 공사 관계자는 "역사 내 CCTV는 역무실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 갖춰져 있지만 열차 내 CCTV는 동시간대 운행하는 대수가 워낙 많아 용량 등 기술적, 재정적 한계가 크다"며 "실시간 모니터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나 예산 문제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승객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민의 주요 생활 공간인 지하철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방치돼선 안 된다"며 "실시간 감시체계 구축은 물론 위급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현장 인력 확보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은 밀폐된 열차 내부가 범행 장소가 되었을 때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며 "열차 내부 CCTV가 실시간 감시 사각지대라는 사실은 묵과할 수 없는 큰 문제라 관계 당국의 빠른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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