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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 청년 80만] <하> 새 정부 해법
발굴해도 다시 숨어드는 '재고립' 청년
단순 일자리 제공 아닌 재교육 필요해
퇴근 후 삶 열악한 지역 격차도 원인
기존 쉬었음 청년 정책 재검토 필요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 정보 게시판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초기 발굴되는 고립 청년은 많아요. 문제는 그 이후죠."

정상민 청년이룸 대표의 요즘 고민은 청년 '재고립' 문제다. 취업은 물론 사회생활도 하지 않는 은둔 청년을 기껏 발굴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다시 고립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은둔이 반복될수록 이들 청년은 일본의 '히키코모리'처럼 사회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부실한 대책이다. 이들 고립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간의 재사회화 프로그램이지만, 현재 정부의 청년 일자리 사업은 단기 직무체험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당장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부터 버거운 청년에게 양질의 고연봉 일자리도 무의미하다"며 "출퇴근하는 방법부터 직업·직무 훈련에 이르기까지 점층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마다 쉬었음에 빠진 이유는 제각각이다. 처방도 단연 그에 맞춰져야 한다. 한국일보가 취재한 7명의 경제·노동·청년 전문가들도 쉬었음 청년 문제가 단순히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쉬었음 청년이 또다시 방 안에 숨어들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다층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심리적 문제로 '쉰' 청년 25%



쉬었음의 핵심 문제로 손꼽히는 것은 단연 일자리 불일치(미스매치)다.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청년은 실업난을 호소하는데, 정작 청년 인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중견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황과 정책적 제언'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4%대였던 '미스매치 지수'는 작년 상반기 8%대까지 올랐다. 15년 새 일자리 미스매치 수준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미스매치로 인한 고용손실 일자리도 같은 기간 1만2,000개에서 7만2,000개로 급증했다.

지역 간 일상 격차도 청년 노동시장의 진입장벽이다. 지방 등 비수도권에 양질의 고연봉 일자리를 만들어도, 정작 청년은 열악한 퇴근 이후 삶 때문에 근무를 기피한다. 청년층 서울 쏠림이 갈수록 심화되는 이유다. 실제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 채용동향 조사에서도 19~34세 청년 63%가 '임금·복지보다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쉬었음의 장기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수년 동안 구직에 실패하며 정신적 탈진 상태인 '번아웃'에 빠진 경우가 문제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1년간 구직활동을 쉰 적 있는 19~34세 청년 1,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정신적 문제로 구직을 쉬었다는 응답만 25%에 달했다. 쉬었음 청년 상당수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구직활동 ‘쉬었음’ 주된 이유. 그래픽=송정근 기자


지방 근무 선호할 수 있는 정책 만들어야



쉬었음 청년은 직업 교육이나 일자리 제공이라는 단편적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지역·산업 간 일자리 격차를 의미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정부 대책은 대증요법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결국 청년에게 갈 만한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존 일자리를 양질로 전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역 격차는 더 심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도 문화공간 등 청년이 퇴근 이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지방을 선호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지금 정책은 일자리 확대에만 집중돼 있다"며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주거와 생활 환경까지 한꺼번에 개선할 수 있는 민관 패키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쉬었음 청년 대상 재사회화 프로그램도 정교화해야 한다. 특히 고립 청년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김재열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는 "직장 문화 개선이나 인턴십 제공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성 훈련"이라며 "직무훈련 또한 업무와 관련된 기술 습득이 아니라, 회식 예절과 같은 기업 문화 이해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적 상위권에 집중되는 입시교육 특성상 나머지는 패배의 경험이 누적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들이 고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초중고 교실에서부터 협력 수업을 강화하는 등 상호 접촉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내일채움공제 부활 검토 필요



그간 시행됐던 쉬었음 청년 정책 실효성도 되짚어야 한다. 정부는 2023년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후 쉬었음 청년은 되레 늘었다.

폐기 처분된 정책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작년 사실상 폐지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재직 청년이 300만 원을 저축하면 기업이 300만 원, 정부가 600만 원을 더해 총 1,200만 원을 만들어줘 중소기업 근로자의 목돈 마련에 큰 도움을 줬던 상품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공제 가입 청년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전체 청년노동자의 2.9배에 달했을 정도로 장기 근속을 유도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참여정부 이후 20년 넘도록 진보·보수 정부 모두 정책적 대안을 내놓았으나 별 실효성은 없었다"며 "이재명 정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정책을 되살리고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하는 방안도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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