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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이란 대사 인터뷰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미국의) 공습 이전과 이후 상황이 다르다. 무력과 압박을 통해서는 어떠한 성과도 얻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대화를 이번주 중 한다고 공언한 가운데, 주한 이란대사가 협상을 위해서는 신뢰 회복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핵 협상의 쟁점인 우라늄 농축에 대해서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이란 내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30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한겨레를 포함한 한국 언론들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과의 협상 조건을 묻자 미국에 대한 이란의 불신을 언급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란과 미국의 5차 협상이 이루어지고 여섯번째 협상 전이었는데 (미국의) 공습을 받았다. 13일 이스라엘의 공습은 불법적이며 외교의 배신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이란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겠다며 전격 공습했고 미국도 21일 이란 포르도 핵시설 등을 벙커버스터로 공습하며 이스라엘을 거들었다. 쿠제치 대사는 이런 상황들을 들며 이란이 미국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협상 재개를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29일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이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추가 공습하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만 외교적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제치 대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가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의 공복처럼 행동하며 (이란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에 근접했다는) 보고서를 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는 데 명분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받아왔는데 폭격에 사찰 정보가 이용됐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이란 의회가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력을 중단하는 법안을 의결한 만큼 당분한 협력은 어렵다. 이란 최고안보위원회에서 협력 여부를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은 사찰도 받지 않는데 명백한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정부가 미군의 포르도 핵시설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외신들의 보도에 대해, 자신은 “정보가 없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그는 “중요한 건 이란이 가진 핵 관련 지식은 없어질 수 없다. 이란은 평화적 핵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핵 활동이 민간 상업용 원자력 발전과 암 환자 등을 위한 의학·방사선 치료, 농업용 등 평화적 이용을 위한 것이라며, 이란이 우라늄 농축 권한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이 2015년 미국 등과 했던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때 합의했던 수준인 3.67%의 저농축 우라늄 농축 권한만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그는 “15년 뒤 (이란은) 20기가와트 원자력 발전을 할 계획이 있다”며 “이란 이슬람혁명(1979년) 이전에는 연구용 원자로를 미국이 제공했다. 이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20% 농축 우라늄이 필요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미국 등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우리는 이란 내에서 (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에도 5% 이상은 필요 없다고 했다. 단, 농축하는 곳이 이란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핵 협상의 중요 쟁점은 우라늄 농축 권한이다. 우라늄은 고농축하면 핵무기 제조 원료로 쓰일 수 있고, 이 때문에 2015년 핵합의 때 이란은 우라늄 저농축에 합의하는 대신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였던 2018년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이탈했다. 올해 1월 재집권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다시 핵 협상을 하면서 우라늄 저농축을 토대로 협상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예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시엔엔(CNN) 방송은 미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조건으로 하는 새로운 핵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민간 핵에너지 프로그램 구축을 지원하고 제한된 자금 수십억 달러를 해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년 전부터 중동 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 미국과 일부 국가들이 무력과 압박을 습관화하지 못하도록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일부 국가들이 무력과 압박을 습관화하지 못하도록 (세계 각국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는 국가가 북한일 것”이라며 “한반도의 문제도 대화와 합리적 생각을 통해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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