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퇴임에 따라 공석이 된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오는 8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까지 ‘관리형 비대위’로 당을 운영하며, 12·3 내란사태 이후 붕괴 직전에 이른 당을 환골탈태시킬 ‘혁신’ 작업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당 주류 세력이 고스란히 귀환해 ‘도로 친윤당’으로 전락하며 당의 쇄신과는 한 발 더 멀어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송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오늘 마무리되기 때문에 원내대표인 제가 잠시 새 비대위원장을 맡아 최고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으로 3선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재선 조은희(서울 서초갑), 초선 김대식(부산 부산사상) 의원 등을 내정했다. 송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의원들의 박수로 추인됐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송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임명하고, 비대위 구성을 의결할 계획이다.
송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의 성격을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가 결정될 때까지의 한시적 의사결정 기구”라고 규정하면서도 “전당대회를 통해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실패했던 여당으로서의 역사를 청산하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환골탈태하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도로 친윤당’이 된 마당에 무슨 ‘혁신’이 가능하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비대위원 면면만 봐도) 도로 영남당과 친윤당이 된 건 물론, 대선과 계엄, 탄핵 이전과 바뀐 게 아무것도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송 원내대표가 꾸리겠다는 혁신위원회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송 원내대표가)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운을 뗐던 개혁안도 받지 않았는데 혁신위가 제대로 되겠나”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 등 당 주류는 대선 패배 뒤 윤 전 대통령 탈당 반대 당론 무효화 등을 담은 ‘5대 개혁안’을 시행하자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대선 이후 국민의힘의 개혁 점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빵점”이라고 답변하며 “당내 기득권을 타파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에 미래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