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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충넘 서천군에 사는 하창호씨의 차가 논두렁 경계석에 걸려 멈춰 서있다. 하씨는 장화를 신고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했다. 본인 제공


충남 서천군에 사는 하창호씨(79)는 지난해 11월 뉴스에서만 보던 사고를 직접 겪었다. 논을 살펴보러 고 차를 몰고 나갔는데 갑자기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말을 듣지 않고 엔진에서는 굉음이 나왔다. 논밭을 향해 돌진하던 하씨의 차는 논두렁 경계석에 걸려 간신히 멈췄다. 다행히 도로에 사람이나 다른 차가 없어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말로만 듣던 급발진 사고로 생각했다. 그런데 차를 돌려 나가려고 후진 기어를 넣기 전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장화를 신은 탓이었다. 지난 26일 금강하굿둑 주차장에서 만난 하씨는 “큰일 날 뻔했다. 30년 넘게 운전했는데, 이런 사고는 처음이었다”며 “노인들이 운전하다가 사고 났다는 뉴스를 많이 봤지만, 직접 겪으니까 크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이날 자신의 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설치했다. 경찰청과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시범 설치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힘껏 밟아도 급가속이 되지 않도록 해준다. 시속 0~15㎞ 미만일 때는 엔진 최대 출력의 80% 이상으로 가속 페달이 밟히면 힘을 전달하지 않는다. 시속 15㎞ 이상으로 달릴 때는 4500rpm 이상 혹은 시속 140㎞를 넘어서면 가속이 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차종에 설치할 수 있다. 설치 시간은 15~20분쯤 필요하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설치된 차량의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도 가속이 되지 않는다. 전현진 기자


이 장치가 설치된 차량을 운전해 봤다. 시동을 걸고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는데 경고음만 울리고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순간적인 착오로 인해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차량이 앞으로 튀어 나가는 사고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어 보였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가속 페달의 조작 정보를 엔진 제어 장치로 넘기는 APS(가속 페달 위치 센서) 케이블과 차량 내부의 OBD(차량 진단) 단자에 연결되어 있다. 페달을 비정상적으로 조작했을 때 가속 신호가 엔진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일본에서는 2028년부터 전 차량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2019년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구에서 87세 운전자가 모는 차가 건널목으로 돌진하면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7월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벌어진 역주행 돌진 사고의 영향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당시 사고 차량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는데, 신발 바닥에서 가속 페달 자국 등이 발견됐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한국에서는 아직 시판되지 않는다. 이 장치를 개발한 스카이오토넷의 이성호 상무는 “현재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대상으로 선정돼 시범 사업을 통해 사고 감소 효과를 분석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은 충남 서천, 충북 영동, 전남 영암, 전북 진안, 경북 성주 등 5개 지역에서 169명을 선정해 시범 설치·운영한 뒤 사고 감소 효과 등을 분석해 모든 차량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하씨는 “농촌에 살면 자동차가 꼭 필요한데, 이런 장치들이 보급돼 사고도 막고 운전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창호씨가 지난 26일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둑 관광지 주차장에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설치된 자신의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전현진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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