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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 대상 3D 출력 대행 업체 난립
우주항공·반도체 등 주력산업 대상 영업
"국내 생산 홍보와 달리 해외 생산 의심"
[서울경제]

국내 제조 현장에서 중국산 산업용 3D 프린팅 장비 활용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중국산 장비를 직접 구매하는 것은 물론 시제품 생산을 통째로 아웃소싱하는 중견·중소기업이 늘어서다. 이 과정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과 제조 노하우가 고스란히 유출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중소기업계에서 3D 프린팅 장비로 각종 시제품 및 완성품을 위탁 생산하는 서비스가 인기다. 고가의 금형 제작 비용을 부담스러워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을 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3D 프린팅 출력 대행 업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만 최소 1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항공·우주, 국방,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등 국내 주력 산업 소속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 영업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산 3D 프린팅 장비를 쓰거나 중국 제조 업체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3D 프린팅 위탁생산은 온라인 발주가 일반적이고 고객사가 직접 생산 현장을 방문하지 않다 보니 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각종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중소기업 A사는 최근 중국 3D 프린팅 업체와 휴대폰 케이스 양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큰 손해를 입었다. 시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 반응까지 확인했지만 출시 직전 해당 업체가 돌연 자취를 감춰 모든 프로젝트가 취소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애초부터 협업이 아니라 회사의 아이디어를 빼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하소연했다.

겉으로는 국내 생산을 한다고 홍보하고 실제로는 중국 현지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사기 행위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3D 프린팅 출력 분야 1위라고 내세우는 B사는 국내에 최신식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국외에서 고객사가 의뢰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에 소재한 한 3D 프린팅 업체의 공장 내부 모습. 서울경제DB


한 업계 관계자는 “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중국산 3D 프린팅 장비를 도입했다가 의도하지 않은 데이터 전송이 수시로 이뤄져 장비 사용을 전부 중단한 사례도 있다”며 “중국에서 직접 생산까지 이뤄진다면 설계도 유출을 넘어 디자인, 후처리 가공법 등 기업의 모든 노하우가 유출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독일의 한 전시회에서는 데이터 유출을 의심 받는 중국의 한 산업용 3D프린팅 업체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사당국은 3D 프린팅을 도입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업종인 만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9조는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반도체, 우주 등 총 13개 분야 76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있다.

기술유출 수사에 정통한 경찰 관계자는 “위장 기업이 고객사의 설계도면과 콘텐츠를 중국 업체에 빼돌렸다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피해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취급한다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27건 가운데 중국으로 유출된 건수가 20건으로 약 74%를 차지했다.

신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3D프린팅서비스에 대한 허술한 규제 공백도 기술 유출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3D프린팅산업진흥법에 따르면 3D프린팅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련 종업원 1명 이상과 1대 이상 장비만 보유하면 된다. 이마저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3D프린팅서비스 사업은 현재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도 법을 위반한 사례를 적발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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