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필리핀은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국산 소방펌프차와 물탱크차 등 801대의 한국산 소방차량을 사들였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당 가격은 3억원 선을 넘나든다. 베트남은 한국산 소방차량 285대를, 우즈베키스탄은 258대를 각각 사들였다. 이들 나라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소방차를 무상으로 받아 K-소방장비의 우수성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보낸 낡은 소방차들이 국산 소방장비의 수출을 이끌어 내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재난대응 능력을 높여주기 위해 한 일이 의외의 성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소방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얘기다.
지난 2020년 캄보디아 현지에서 열린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불용소방차량 전달식의 모습. 사진 소방청



현재까지 1129대의 소방차량 개도국에 지원
소방청은 지난 2004년부터 개도국에 사용한 지 10년 이상이 지난 불용(不用) 소방차와 각종 소방장비를 지원해 왔다. 내용연수는 다 했지만,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이다. 보내기 전에 꼼꼼히 정비하는 것은 기본. 소방청 정광복 장비정책계장은 30일 “현재까지 필리핀과 페루, 캄보디아 등 31개국에 1129대의 각종 소방차량을 지원해 왔다"며 “중고라고는 하지만, 소방펌프차나 물탱크차 같은 소방차량은 대당 가격이 최소 3억5000만원 이상이어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지원 품목 중에는 화학차(10대)와 굴절차(4대) 같은 고가의 장비도 포함돼 있다.

김영옥 기자
이를 통해 한국산 소방차량·장비에 익숙해진 현지 소방 당국은 앞다퉈 K-소방장비를 사고 있다. ‘박씨 물고 온 제비’처럼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런 식으로 파생된 수출 효과는 5839억원에 이른다. 한국산 소방차량의 최대 수입국인 필리핀 역시 우리 소방청이 보내준 불용 소방차 163대를 통해 K-소방 장비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소방청은 개도국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사업도 진행 중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의 재난대응체계 관련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것이다. 훈련은 모두 국산 소방장비를 토대로 한다. 최근에는 ‘건설형 프로젝트’ ODA가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 소방 관계자들이 현지 상황에 맞춰 아예 소방서와 종합상황실, 정비센터 등 한국식 소방행정타운을 지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키르기스스탄 현지에 4곳의 소방서를 신축한 일이 대표적이다. 키르기스스탄 정부 역시 신축 소방서에서 쓸 소방차와 구조차, 그리고 각종 소방장비 등을 한국에서 사 갔다.



한국산 소방용 보안경은 몽골 광산에서 쓰여
소방장비 ODA를 통한 소방산업 활성화 개념도. 사진 소방청
K-소방제품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다 보니 의외의 현장에서 쓰이기도 한다. 한 예로 몽골에 수출된 소방용 보안경(32만9600개) 중 상당량은 현지 광산 채굴 현장 등에서 쓰인다. 필리핀도 국산 화학 보호복(15만80벌)을 의료현장에서 감염 예방용으로 쓰고 있다. 몽골의 아리윤부얀 검자바브 재난관리청장은 “한국 소방당국의 교육과 지원 덕에 화재 진압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며 “우리 힘 만으론 고가의 소방 장비의 도입이 어려운 만큼, 장기 대출 방식 등을 통해서라도 한국산 장비를 들여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소방청도 ODA를 활용한 K-소방산업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글로벌 소방 수출시장 점유율은 1.8%(지난해 4월 기준)로 13위권에 머문다. 소방청 윤상기 장비기술국장은 “소방차를 개도국에 무상양여하면 자연스레 국산 장비의 기술력을 확인하게 된다"며 "ODA를 통해 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충분히 알려 K-소방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692 [2025 하반기 부동산 전망]① “한강벨트 집값 조정될 것, 초양극화·풍선효과 우려도” 랭크뉴스 2025.07.01
49691 무역협상 낙관론 확산…미국 S&P 500·나스닥 또 최고치 경신 랭크뉴스 2025.07.01
49690 [단독] 러-우 전쟁 이후 첫 러시아 발레단 내한공연에 우크라 대사관 중단 요청 랭크뉴스 2025.07.01
49689 [단독] 경상대 의대, ‘저소득층 지역인재’ 전형 3년 누락…교육부는 방관 랭크뉴스 2025.07.01
49688 [단독] 전영현, 엔비디아와 HBM3E 12단 공급 논의… 삼성 '반격' 본격화 랭크뉴스 2025.07.01
49687 나경원은 왜 국회에 텐트를 쳤을까···‘야당’ 한 달, 국힘의 쇄신은 몇 점?[점선면] 랭크뉴스 2025.07.01
49686 “쌀 부족하다며 미국쌀 수입 안 해” 트럼프, 일본에 불만 표출…관세 일방통보 압박 랭크뉴스 2025.07.01
49685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하루 만에 친정서 “지명 철회하라” 공개 반발 랭크뉴스 2025.07.01
49684 아빠의 성폭력, 18년 지나서야 털어놨다…'공소시효' 말나오는 이유 랭크뉴스 2025.07.01
49683 "트럼프, 10월 APEC 때 방한시 北김정은과 판문점 회동 가능성" 랭크뉴스 2025.07.01
49682 [단독] 정부, ‘한국판 인플레감축법’ 추진…AI·에너지 분야 보조금 랭크뉴스 2025.07.01
49681 백악관 “감세법안 통과 후 대통령과 국가별 관세율 정할 것” 랭크뉴스 2025.07.01
49680 [속보] “엔비디아 또 사상 최고”…미국 S&P 500·나스닥 또 최고치 경신 랭크뉴스 2025.07.01
49679 [단독]‘공짜 여론조사·공천 개입’ 뇌물로 봤나···김건희 특검, ‘불법 정치자금 사건’ 판례 검토 랭크뉴스 2025.07.01
49678 트럼프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뭐길래... "온갖 내용 뒤엉킨 슈퍼 공약" 랭크뉴스 2025.07.01
49677 [단독] 용산파견 공무원에 '잔류' 물었다…李대통령식 용인술 랭크뉴스 2025.07.01
49676 [샷!] "부모님이 말려도 어쩔 수 없어요" 랭크뉴스 2025.07.01
49675 미국 S&P 500·나스닥 또 최고치 경신…무역협상 낙관론 부상(종합) 랭크뉴스 2025.07.01
49674 정성호 “검찰개혁, 국민에 피해 없어야”…윤호중 “경찰국 폐지” 랭크뉴스 2025.07.01
49673 트럼프의 ‘본능’이자 ‘무기’···반이민 지휘하는 39세 극우책사[시스루피플] 랭크뉴스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