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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성기훈의 죽음으로 시즌4는 없다"고 단언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일 먼저 홀가분합니다. 6년 전 기대감이 없는 상태로 글을 쓰기 시작해 시즌1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부담이 큰 상태로 시즌2·3를 만들었습니다. 한때는 나를 우쭐하게도 했지만 어떤 의미로는 겸손하게도 만든 작품입니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 27일 공개된 시즌3로 마침표를 찍은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떠나보내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시즌3은 게임 중 김준희(조유리)가 출산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성기훈(이정재)의 이야기로 끝난다. ‘오징어 게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씁쓸한 결말이면서도, 끝까지 양심을 지킨 성기훈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희생정신을 상기시킨다. 통쾌한 결말이 아닌 것에 호불호 반응은 있으나, 글로벌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30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순위 플랫폼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틀 연속 93개국 1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황 감독은 “성기훈은 애초부터 영웅이 될 수 없는 보통 이하의 인물이지만, 마지막 순간엔 용기를 내어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아이는 부모 세대로부터 보호받는 자녀 세대를 상징하는 심볼이다”라며 작품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해보길 권했다. 또 “성기훈이 죽었으니 ‘다음 시즌은 없다’는 걸 못 박는 의미”라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집필하면서 결말이 수정됐다고 들었다.

A :
“처음엔 성기훈이 황준호(위하준)와 만나서 게임을 없애고, 미국에 있는 딸을 찾아가는 막연한 해피엔딩을 그렸다. 그런데 집필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세상 사는 것이 점점 어렵다고 느껴졌다. 불평등은 심화하고, 전쟁 위협은 커지고, 기후 위기는 이미 도래했는데 책임지는 이는 없고, 자국 이기주의가 심화하는 이 세상에서 미래 세대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700억 이상을 들여 결혼식을 했다는데, 이처럼 부는 가진 사람에게 집중되고 있다. 기성세대가 지금의 성장과 발전, 욕망을 조금 내려놓고 희생을 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를 등장시켰다.”
황동혁 감독은 "해외에선 타노스(탑) 캐릭터가 인기가 많다"며 "탑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감사를 표한다"며 민망해 했다. 사진 넷플릭스


Q : 극 중 박용식 모자(강애심-양동근), 김준희의 출산, 박경석(이진욱)의 아픈 아이를 살리려는 강노을(박규영) 등 아이 이야기에 집중한 서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A :
“나는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없다. 그렇지만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세상을 살고 있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세상을 고민한다. 극 중에선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떻게 죽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Q : 이명기(임시완)는 진짜 아이를 죽이려 했을까.

A :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고 이미 이기심으로 많은 선택을 해온 인물이라 아이를 죽였을 것 같다. 그러면서 ‘세상은 다 나쁜 사람들 천지인데, 나는 그나마 덜 나빠’, ‘이 애는 사실 내 애가 아닐지도 몰라’라는 합리화를 했겠지. 이기심으로 조금씩 타락해가는 인물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Q : 무당 캐릭터(채국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A :
“한국 사회에선 무속과 무당이 어디서나 중심이 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정치권에서 나오고,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영감을 줬다고 한다. 극 중 무당에게 신기가 있다, 없다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외국에 이런 것을 소개하면서, 어느 순간 정말 신기가 찾아와 묘하게 미래를 알려주는 그런 재미 요소로 그렸다.”

Q : 성기훈의 행동은 프론트맨(이병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A :
“정의로웠던 경찰이었던 그는 아내의 죽음으로 타락한 뒤 게임장을 이끄는 지금 상황에 인지부조화가 있었을 것이다. 성기훈에 일종의 열등감도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너도 나처럼 타락할 거야’라고 부추겼다. 그렇지만 끝내 양심을 지킨 성기훈을 보면서 약간의 존경을 느꼈고, 유품을 챙겨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 전달한 것이라 생각한다.”

Q : 작품을 이끌어온 성기훈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며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A :
“정말 끝났구나 싶었다. 시즌1에선 바보 같고 한심한 인물이었던 성기훈은 점점 자기 안의 인간애와 양심을 발현하게 되고 싸우다가 결국 자신의 역할을 깨닫는다. 답답하지만 가장 우직하게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아이를 살린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영웅적인 행동이었다. 이런 과정과 엔딩을 위해 이정재는 1년 넘게 찐 채소만 먹어가며 몰입해왔다. 그 대단한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작품에나, 나에게나 참 고마운 존재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을 통틀어 가장 의미있는 게임으로 시즌3의 마지막 게임을 꼽았다. "약자를 밀어내는 방식이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넷플릭스


Q : 성기훈이 ‘사람은…’하고 죽는데, 이다음 말은 뭐였나.

A :
“비정하고 탐욕스러운 존재이면서도 때론 인간애가 넘쳐 종잡기 힘든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각자 생각하는 방향으로 채웠으면 해서 빈칸으로 뒀다. 말보다는 성기훈이 행동으로 ‘우린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Q : 차기작에 대한 할리우드 러브콜은.

A :
“작품 제안은 많다. 원래 극장용 영화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건강부터 살펴야 한다. 체중이 59kg으로 내려갔고 치아도 2개나 더 뺐다. 한 달 정도 몸을 회복한 후 차기작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마음을 비우고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겠다.”

Q : 케이트 블란쳇의 등장은 미국판 제작을 암시하는 건가.

A :
“아니다. ‘오징어 게임’은 세계에서 계속된다는 걸 보여주는 정도였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병헌을 주연으로 한 스핀오프 정도는 관심이 있다. 왜 박 선장(오달수)과 낚시를 했는지, 딱지남(공유)과는 무슨 사이인지 그런 공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메시지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팬들을 위해 해보고 싶단 생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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