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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민원 접수 2년 만에 두 배로
서울 전역·인천까지 수도권 도심 '바글'
지자체 방역 한계 ,시민들 자구책 마련
익충이지만 외래종…"개체 조절 필요"
27일 인천 서구 신검단중앙역에서 열린 인천도시철도 1호선 검단연장선 개통 기념식장 텐트에 러브버그들이 몰려들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습한 여름인데 며칠째 환기도 못 하고 있어요. 수십 마리가 새카맣게 이중문을 비집고 들어와서... "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홍모(30)씨는 매일 퇴근시간이 두렵다. 창문을 아무리 단단히 잠그고 방충망 틈을 틀어막아도 집 안으로 들어오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때문이다. 곤충 공포증이 있는 홍씨는 얼마 전 거실벽에 다닥다닥 붙은 러브버그 수십 쌍을 발견한 뒤 약 5만 원을 지불하고 사설 방역업체까지 불렀다. 벌레가 몸에 붙을까 봐 잠도 편히 못 잔다.

러브버그가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암수 벌레가 떼로 출몰해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러브버그의 출몰이 매년 여름 반복되면서 자구책을 마련하는 이들도 적잖다.

올해도 러브버그 대발생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러브버그와 관련된 서울시 민원은 지난해 9,296건에 달했다. 서울 서북부에서 처음 대발생이 보고됐던 2022년(4,378건)과 전년(4,418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2022년엔 민원의 98%(4,332건)가 은평·서대문·마포구였으나 이듬해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3월 러브버그 등을 대발생 곤충으로 정의하고, 시장이 체계적 방제 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조례까지 통과시켰다.

러브버그 출몰 범위는 인천 등 수도권 외곽 지역까지 넓어졌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등산로마다 러브버그가 빈틈없이 붙어있고, 벌레 사체가 쌓여 새카맣게 뒤덮인 바닥의 모습이 담긴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의 영상과 사진이 여럿 공유됐다. 인천은 러브버그 민원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지역 중 하나다. 계양산과 맞닿은 인천 서구보건소에는 이달 4일부터 관련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해 이틀 만에 하루 100건 이상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산 등산로에 러브버그가 떼를 지어 날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지자체 차원의 방역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안 시민들은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중고 거래를 하는 동네 커뮤니티가 구심점이다. 마포구 주민 김수민(29)씨는 "밤만 되면 '러브버그를 잡아달라'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온다"며 "나도 잡을 엄두가 안 나 (커뮤니티를 통해) 3만 원을 주고 사람을 부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도 서둘러 방제용품을 구비하고 있다.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는 "매년 몰리는 벌레 때문에 여름이 두렵다"며 "포충기(곤충 유인 퇴치기)를 추가 구매했다. 혹시 (러브버그가) 음식에 들어가지 않도록 문 단속을 철저히 하고, 5분에 한 번씩 청소를 한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상에선 러브버그 목격 게시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확산 예상 지도'도 퍼지고 있다.

"살충제 없는 개체수 조절 필요"

27일 인천 서구 신검단중앙역에서 열린 인천도시철도 1호선 검단연장선 개통 기념식장에서 한 시민이 몸에 붙은 러브버그를 떼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이 많은 서울과 경기 서북부 지역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발생지가 확산된 원인으로 '도심 열섬' 현상이 꼽힌다. 2022년 대발생 이후 러브버그를 연구해온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현재 관측된 바에 따르면 서울이 러브버그의 북방한계선(서식지 중 가장 추운 지역)일 정도로,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 등 따뜻한 국외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이라며 "열섬 현상으로 토양 온도가 올라간 도심은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고 생존하기 최적화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러브버그는 독이 없고 사람을 물지 않으며 환경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으로 알려져 있다. 장마가 시작될 때쯤 출몰해 2주가량 지나면 개체 수가 급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자체들도 무분별한 방역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화학적 방역은 자제하고 있다. 러브버그 대량 발생지인 은평구 백련산 일대에는 올해 여름 살충제 살포 대신 광원·유인제 포집기가 시범 설치됐다.

그러나 몇 년간 대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로 러브버그가 중국에서 온 외래종으로 밝혀진 만큼 개체 급증 시 국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신 교수는 "익충이라 해도 천적 없이 방치하면 유해 외래종이 될 수 있어 개체 조절이 필요하다"며 "살수나 발광다이오드(LED) 포집과 같은 친환경 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도 "장기적으로 러브버그의 천척 격인 새, 물고기 등의 도심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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