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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략’, 정주영 ‘실행’, 최종현 ‘통찰’
전환기 리더십 해법의 핵심
한경비즈니스·NICE평가정보 선정 ‘2025 100대 CEO’
[2025 100대 CEO]


'2024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는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기업 경영에는 전략과 전술, 전투, 개인기가 다 필요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한국 기업의 현실을 다시 묵직하게 관통한다.

공급망은 요동치고 기술은 전쟁의 무기로 바뀌었다. 고금리, 저성장, 고위험, 고변동성이 겹친 지금 경영자는 더 이상 관리자에 머무를 수 없다. ‘존재하지만 이익을 못 내는 기업’이 되지 않으려면 미래를 내다보고 변화하는 업(業)의 본질을 재정의해야 한다.

한경비즈니스·NICE평가정보 선정 ‘2025 100대 기업 CEO’들은 전환기의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다. 삼성 이건희의 전략, 현대 정주영의 실행, SK 최종현의 통찰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AI 내재화부터 공급망 재편, 사업 재편, 리브랜딩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CEO들의 5대 경영 키워드와 창업자 어록을 통해 생존전략을 살펴본다.

① AI 패권 경쟁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전투는 몸으로 싸우지만 전략과 전술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이라 말했다. AI 반도체와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모리 중심의 전통적 반도체 사업에서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로의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닌, AI 서버 수요 증가와 글로벌 고객의 니즈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구조 전환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HBM 공급 안정과 초격차 전략에 집중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024년 5월 2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담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사장. 사진=연합뉴스


최수연 네이버 사장은 검색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한국형 AI 주권 확보라는 전략적 과제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준희 삼성SDS 사장은 CES 2025에서 기업용 생성형 AI 솔루션을 공개하며 IT서비스 기업의 틀을 넘어섰다. GPU 클라우드 인프라 확보, 브리티 코파일럿 시리즈, 데이터센터 협력 확대 등으로 기술 전환을 ‘실행’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들이 마주한 적은 바로 ‘공급 독점’과 ‘기술 의존도’라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시장 패권 경쟁의 판도가 기술에서 공급망과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2024년 10월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첫 비전공유회에서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② 글로벌 확장 : 다시 그리는 글로벌 생산지도


정주영 현대 창업자는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을 시험대에 올렸지만 일부 CEO들은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착공하며 IRA 대응의 선봉에 섰다. 현지화 전략으로 북미 점유율을 방어한 동시에 생산기지 중심에서 시장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북미 전기로 제철소와 호주 자원 협력을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자원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철강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통상 리스크를 신사업 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북미·유럽 전역에 전략 거점을 세우며 지역별 규제에 대응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공장 건설을 넘어 ‘5~10년 뒤에도 존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존재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5~10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이들 CEO는 불확실성 속에서 선제적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체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증기터빈 생산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두산그룹


③ 사업 재편 : 실적 부진을 구조 전환 기회로


저성장 국면에선 기존의 성과 구조로는 지속이 불가능하다. 실적 부진을 구조 전환의 기회로 바꾼 CEO들도 있다.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은 주력이던 유통과 석유화학의 동반 부진 속에서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과 경영 쇄신에 나섰다.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고 바이오, 물류, 에너지 등 성장 분야에 자원을 재배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이다. 비효율 자산을 매각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투자 효율화와 조직 슬림화를 병행하고 있다. 저성장 국면을 기회 삼아 그룹의 업을 다시 정의하려는 것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과감한 사업 구조 재편으로 두산의 성장축을 전통 제조업에서 AI 기반 에너지, 원자력, 수소, 연료전지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탈바꿈시켰다.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은 건설 경기침체에 대응해 에너지 솔루션, 탈현장 건축(OSC), 플랫폼 등 3대 신사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주력 사업인 도시정비 사업과 미래 먹거리인 모듈러 사업을 투트랙으로 추진한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CES 2025'에서 기조연설하는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뉴스1


④ 리브랜딩 : 업(業)의 본질을 재정의


이건희 회장은 “업의 개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단지 로고를 바꾸는 게 아니라 기업 정체성과 고객 인식, 내부 조직의 방향까지 재설정하는 리브랜딩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브랜드 리디자인과 전기차(EV) 시리즈 중심으로 기아를 내연기관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가전 제조를 넘어 로봇, B2B 솔루션, 에너지 관리 등으로 정체성을 전환하고 있다.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화는 단순 제품군 확대가 아닌, 사업 방향성 전환을 의미한다.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수석부회장은 친환경 선박, AI, 자율운항, 수소연료 기술 등 미래 기술 기업으로 업을 다시 썼다. 구동휘 LS MnM 대표는 비철금속 중심에서 2차전지 소재 중심으로 전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통 중후장대 산업을 혁신 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2024 코리아인배스트먼트위크(KIW) 개회식에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⑤ 리스크 관리 : 금융 CEO들의 시험대


보수적인 금융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금융업의 리더십은 이제 수익이 아니라 위험 감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그룹 경영지표를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으로 개편하며 자본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꾀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0.65%, CET1 13.5%는 그 실행력을 입증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비은행 수익 비중을 확대하고 AI 기반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내재화했다. 리스크 조기 감지와 부실채권 관리 역량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디지털금융 강화로 미래 성장 기반도 마련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글로벌 ETF·대체투자를 전면 배치하며 고위험 대응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했다. 고객보호 선언과 변동성 억제 전략은 공격보다 방어에 집중한 새 흐름이다.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의장은 보험금 지급 여력과 자산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A+ 이상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안정적 수익’이라는 새로운 금융 가치의 표준이 되고 있다.

“하드웨어에는 한계가 있다. 소프트웨어를 담아야 가치가 20배 된다.”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말처럼 100대 CEO들은 외형보다 내용의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AI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고금리·저성장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100대 CEO들은 기술 내재화, 글로벌 확장, 사업 재편, 브랜드 리포지셔닝으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경영의 본질이 있다. 이건희의 ‘전략’, 정주영의 ‘실행’, 최종현의 ‘통찰’이 바로 그것이다. 위기 속에서 길을 찾고 변화를 주도하는 CEO들의 리더십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다. 전환기에 선 CEO들의 경영전략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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