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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이나모리 가즈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 창업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10살 때 집에서 불이 났고, 그 영향인지 결핵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공부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가고 싶던 의대 진학에 실패하고 가고시마대 공대에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 대기업 취업에 실패하고 중소기업에 입사했습니다. 한마디로 결핍투성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결핍을 모두 긍정의 에너지로 바꿔놨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몸을 함부로 굴리지 않았으며,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인맥 대신 실력으로 승부했습니다. 창업한 회사가 작은 중소기업이었기에 다른 회사가 포기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끝없이 도전했습니다. 그가 창업한 교토세라믹이란 소기업이 교세라라는 세계적 기업이 된 비결입니다.

결핍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는 힘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현대 뇌과학은 이를 증명했습니다. 프랑스 한 연구소에서 쥐 실험을 했습니다. 쥐에게 허기를 느끼는 호르몬을 주사했더니 뇌세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미로를 더 빨리 찾고 후각 능력도 향상됐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는 수십만 년간 단백질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리하게 사냥을 해야 했고 뇌의 능력은 향상됐습니다. 그 DNA가 우리 몸속에 남아 있다는 게 학자들이 밝혀낸 결핍의 힘입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한국의 100대 CEO를 다뤘습니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직장인 최고의 자리에 오른 CEO들은 모두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들임이 분명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에 입사해 임원이 될 확률은 0.83%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뛰어난 0.83%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CEO가 된 것이니 그 자체로 탁월한 능력이 검증된 것이라고 해야겠지요.

이번 100대 CEO에서 눈길을 끈 인물이 한 명 있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추형욱 대표입니다.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본 적도 없습니다. 그가 삼성을 다니다 과장 때인가 SK로 건너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유공 출신, SK 공채 출신, SKT 출신 등 ‘성골’들이 주름잡고 있는 SK그룹에서 CEO가 된 것입니다. 그 과정이 험난했을 것임은 직접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그는 1974년생입니다. SK에서 가장 젊은 CEO입니다. 나이의 벽도 뛰어넘었다는 것은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최태원 회장은 그에게 ‘메기 역할’을 맡긴 게 아닐까 합니다. 메기 효과란 말을 쉽게들 합니다. 하지만 메기의 삶은 끊임없이 자신을 입증하는 순간의 연속입니다. 입증하지 못하는 순간 그 역할은 끝납니다. 그의 학력을 들여다봤습니다. 학부는 인하대 경제학과, 그리고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문들의 엄청난 도움을 받은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SK 내 평판도 들어봤습니다. 업무는 스마트하고, 임원들에게는 철저하고, 직원들에게는 매너가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잘 모르지만 증명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증명하기 위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뚫고 왔을 것이라는 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25년 한국 기업들은 정치적, 경제적, 세계사적 격변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때 한국의 CEO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모범 답안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기존의 공식대로 모범 답안을 찾는 ‘오래된 보스’가 아닌, 변화를 사랑하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가 없던 길을 찾아내는 ‘새로운 리더’ 말입니다.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운 숙제들이 계속 주어지는 시대입니다.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인 ‘book smart’보다 예측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street smart’가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CEO들이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오늘의 새로운 리더가 내일의 오래된 보스가 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성공에는 도취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핍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를 외쳤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유산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발상을 기반으로 미지의 영역으로 조직을 이끄는 능력.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꿈을 공유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 결핍을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의 본질이 아닐까 합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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