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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이 놀라서 "서울 큰 병원 가보라고…"

지방에 사는 60대 김 모 씨는 지난해 11월 폐암을 처음 진단받고 수술 잘하는 병원을 찾아 3곳 이상을 전전했습니다. 보통 병원 한 군데를 예약해 처음 진료 보고 검사 날짜 잡고, 다시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식인데, 여러 병원을 찾다 보니 병원을 방문한 횟수가 대여섯 번이 훌쩍 넘어갔습니다.

김 씨는 처음에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나서서 만류했습니다. 김 씨는 자녀들이 놀라서 '그거 한 번 갖고 되느냐, 서울 큰 병원 가서 다시 확인하고 수술도 어차피 하게 되면 거기서 안전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자녀들이 서울 빅5 병원 중 여러 곳에 예약을 잡아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처음 진단받은 병원에서 치료를 주저하고 더 나은 병원을 알아보는 환자들이 주변에 흔합니다. 하지만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 폐암 환자, 28만 명 추적분석…"골든타임 놓치면 치명적"

실제로 폐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찾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과도한 '닥터쇼핑'(병원 순례)이 오히려 생존율을 낮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천대 의대 연구팀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폐암 환자 28만 명을 분석한 결과, 진단 후 첫 치료까지 병원을 10회 이상 방문한 환자는 0~1회만 방문한 환자와 비교해 5년 생존율이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10회 이상 내원한 환자들은 약 4.5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병원을 옮기며 반복된 진료와 검사를 받는 사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문종윤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암 사망 1위 폐암의 경우 초기 치료가 중요한데 폐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건강 결과를 악화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소영 가천대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보통 미국은 6주, 우리나라는 한 달 이내에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만약 폐암의 성격이 공격적인 경우 치료가 조금만 지연돼도 그사이에 급격히 병이 진행한다"고 경고했습니다.

■ 중산층·수도권 거주자일수록 더 위험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과 수도권 거주자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들 폐암 환자 중 과도한 닥터쇼핑을 한 경우 1년 내 사망 위험은 14~18% 높았습니다.

문 교수는 "높은 의료 접근성이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부추겨 폐암의 조기 치료를 지연시킨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수도권에는 다양한 상급종합병원이나 암 치료가 가능한 병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지리적인 요건이 좋고, 중산층 이상에서는 경제적인 여유로 인해서 지방에서도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많이 올라와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적절한 '닥터쇼핑'은 생존에 도움?

다만 이번 연구 결과에서 특이한 점은 적절한 병원 탐색은 폐암 생존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병원을 2~9회 내원한 환자들은 적절한 세컨드 오피니언을 통해 1회 방문한 경우보다 생존율이 오히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9회 내원은 의료기관으로 따지면 한두 곳 더 병원을 알아본 셈입니다.

한 번 더 찾아가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환자 본인 상태에 대해 더 정확히 인지하게 돼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문 교수는 "적정한 수준의 의료 탐색은 생존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과도한 의료 탐색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며 "과도한 의료 이용은 제한하고 적정한 수준의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암 관련 국제학술지 BMC(바이오메드센트럴) Cancer 최근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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