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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에서 분당방향으로 주행중이던 벤츠 차량에서 불이 났다. 당시 한 시민이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한 뒤 신호봉으로 교통 통제를 했는데 제27대 성남소방서 서장을 지낸 이점동씨로 확인됐다. 동그라미 속 차량 진입을 막는 사람이 이점동 전 서장이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24일 오후 6시33분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분당 방향. 도로를 달리던 흰색 벤츠 차량 엔진룸에서 하얀색 연기가 올라왔다. 놀란 벤츠 차량 주인 A씨는 다급하게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 하얀색 연기는 불꽃으로 바뀌더니 차량은 곧 불길에 휩싸였다. 방음벽 일부가 그을릴 정도로 불길이 치솟으면서 인근 도로 1㎞가 정체됐다.

그때 한 운전자가 소화기를 들고나와 불을 끄기 시작했다. 불길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이 남성은 신호봉을 들고 2차 사고를 막고 불이 난 갓길 쪽에 있는 3차선 도로 진입을 통제했다.

벤츠 차량의 불은 곧바로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10분 만에 꺼졌다. 초기 진화에 나선 시민의 정체를 확인한 소방관들은 깜짝 놀랐다. 제27대 성남소방서장을 지낸 이점동(64) 전 서장이었다.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에서 분당방향으로 주행중이던 벤츠 차량에서 불이 났다. 당시 한 시민이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한 뒤 신호봉으로 교통 통제를 했는데 제27대 성남소방서 서장을 지낸 이점동씨로 확인됐다. 동그라미 속 차량 진입을 막는 사람이 이점동 전 서장이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전직 소방서장이 고속화도로에서 불에 탄 차량을 초기 진압한 사실이 29일 알려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퇴직한 뒤 민간 소방·설비·감리업체에서 일하는 이 전 서장은 퇴근하던 중 앞차들이 갑자기 서행하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다 멀리서 차에서 하얀색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즉시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운 뒤 트렁크에 있는 3.3㎏ 상당의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길은 엔진룸은 물론 운전석과 보조석까지 태우며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차량 운전자 A씨도 소화기를 들고 달려오는 이 전 서장에게 “차가 폭발할 수도 있다”며 진입을 만류했다. 그러다 이 전 서장이 “소방관 출신”이라고 하자 비켜섰다고 한다. 이 전 서장은 소화기를 작동해 불을 끄는 한편 소방서에 연락해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며 출동을 요청했다. 당시 사고로 접수된 신고 전화만 25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전 서장의 빠른 대처로 초반 불길은 80% 정도 잡혔다. 그러나 소화액이 약해지자 화염도 커지기 시작했다. 119 상담원에게서 “소방차가 출동했다”는 말을 들은 이 전 서장은 이번엔 차 안에 있던 신호봉을 들고 차들의 도로 진입을 막았다. 소방차가 현장으로 진입하기 쉽도록 돕고, 불길이 다른 차들로 번지는 등의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 전 소방관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방수포를 이용해 화재를 완전히 진입하는 것을 확인하고 현장을 떠났다. 한 소방대원은 “이 전 서장의 침착한 초기 화재 진압과 차량 통제로 인명피해나 2차 사고 등도 발생하지 않았고 빨리 수습됐다”며 “화재 진압을 마친 소방대원들이 알아보고 인사하자 이 전 서장이 별일 아니라는 듯 ‘뒷마무리도 잘하라’고 당부하고 차를 몰고 귀가했다”고 말했다.
이점동 전 성남소방서 서장. 사진 본인 제공

이 전 서장은 고교 졸업 후 1984년 소방에 입문했다. 소방관 업무를 하면서도 서울시립대 소방방재 관련 학과에서 석·박사를 마쳤고, 소방관들 사이에서 ‘사법고시보다 어렵다’고 소문난 소방기술사 자격증까지 2010년 취득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예방산업팀장, 성남소방서 서장 등을 거쳐 2020년 12월 퇴직했다. 이 전 서장은 “소방관이란 직책을 내려놓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위급한 순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며 “아무도 다치지 않고 사고 현장이 빨리 수습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진영 성남소방서장은 “퇴직 이후에도 누구보다 먼저 현장 진압에 나선 이 전 서장의 행동은 우리 조직에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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