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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
5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청년들과 함께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10년대 중반 이후 선거마다 그랬지만, 6·3 대선의 결과를 놓고서도 그 의미를 분석하려는 논의가 뜨겁다. 그리고 대표적 주제는 ‘청년 남성의 보수화’ 여부인데, 청년층의 투표 행태가 워낙 복합적이어서 일관성 있는 결론 도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21대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율은 2022년 대비 0.1%포인트(58.1%·지상파 3사 출구조사 추정치)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지역 남성을 중심으로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진짜 극우’ 성향 확산이 감지되기는 했으나, 이들 남성의 행태를 ‘우파의 급진화’로 풀이할 수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강한 호감도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과거 중산층 중심의 사회계약 질서에 대한 강한 향수를 반영하는 정서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20, 30대의 성별, 계층별, 지역별 파편화 현상과 그 함의를 정리한다.



청년 극우가 온다면, 동남풍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아버지’라 부르는 일부 대학생들의 행태는, 보수 진영 내부에서 ‘극우’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건은 잠재적 대중 기반이다. 지난 4월 정치컨설팅 민과 한국사람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등 제조업이 흔들리는 지역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뚜렷했다. 부울경 20~30대 남성 중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56.0%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58.4%)보다도 낮았다.

이 지역의 극우 성향이 급증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제조업 위축에 따른 청년 취업난이다. 둘째, 청년 여성들의 대규모 수도권 이주에 따른 극단적 성비 불균형이다. 시도별 성비는 경북이 여성 100명당 남성 135명으로 가장 높고, 울산(133명)과 경남(129명) 순이다. 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과업에서 탈락한 젊은 남성이 이곳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유수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최근 논문이 흥미롭다. 사전 '성 감별'의 횡행으로 성비가 116.5(1990년생)까지 치솟을 정도로 남초 현상이 심했던 1985~1995년생 남성이 다른 연령대보다 젠더 이슈에 공격적이고, 페미니즘에 적대적이었다. 독일 극우정당 대안당(AfD)이 젊은 여성들이 다른 지역으로 대거 이주한 옛 동독 지역 남성들의 불만을 기반으로 하듯이, 극단적 남초 현상이 급진 우파의 토양이 되고 있다.

자료=정치컨설팅 민, 한국사람연구원, 한국리서치가 4월 10~14일 조사.


보수 이대남, 왜 노무현을 좋아하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국민의힘 지지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보수 성향의 청년 남성은 두 인물을 모두 선호한다. 20~30대 남성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비율은 지지 정당별로 △민주당 90.5% △국민의힘 61.2% △개혁신당 75.6%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민주당 21.9% △국민의힘 82.0% △개혁신당 61.8%였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 남성의 호감은 스스로 노력해 뭔가를 만들 수 있었던 과거에 대한 향수에서 기인한다. 과거 산업화·민주화 세대같이 가족을 꾸리기도, 자기 힘으로 자산을 형성하기도 어려운 현실이, 자수성가의 표본 같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장인의 좌익 전력이 공격받을 때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맞섰던 가부장적 롤모델이기도 하다. 진보 대통령이 이 같은 상징으로 기능하는 것은 청년 남성, 특히 고소득-저자산 집단의 불만이 정치적으로 표출되는 방식이 전통적 보수와 다를 것임을 시사한다.



여성 집단 내부의 표심 분화



20~30대 여성의 10%가량(20대 10.3%, 30대 9.3%)이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것은 일종의 ‘비판적 지지’다. 지난 4월 민 컨설팅과 한국사람연구원의 대선 후보별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에 호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 20대 17.7%, 30대 24.2%에 불과했다. 이런 양상은 경제적으로는 보수 성향이지만 국민의힘에는 손을 내밀지 않는 ‘자유주의-보수성향 여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경쟁을 중시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취지의 물음에 30대 여성 정규직은 46.0%가 동의한 반면, 같은 연령대 비정규직·자영업자·비경제활동 여성에서는 26.2%만 동의했다.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개선되면서, 중상층 여성 일부가 보수 가치에 이끌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많은 청년 여성은 ‘경제적 약자’다. 특히 지방에서 상경한 여성들은 더욱 그렇다. 지난 10년간(2015~2024년) 서울로 순유입된 20대 여성은 연평균 2만2,900명으로, 동 연령대 남성(1만4,700명)보다 1.6배나 많았다.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0.98%로, 2022년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2.37%)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20대 여성 유권자에서 선전(6.9%→5.9%)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조귀동 교수는?



명지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와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 학사, 서강대 박사 수료. 경제라는 하부 구조의 변동이 어떻게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와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세습 중산층 사회' '전라디언의 굴레' '이탈리아로 가는 길' 등이 있다.

조귀동 명지대 겸임교수·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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