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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커피가 선보인 1인 빙수의 모습. 메가MGC커피 제공

‘알바생의 비명’이 올여름 컵빙수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일반 커피보다 손이 훨씬 많이 가는 제조 공정 탓에 카페 프랜차이즈 직원들은 과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온라인상에는 “경쟁사 빙수가 더 맛있다”며 소비자를 다른 매장으로 돌려보내는 ‘역(逆)마케팅’ 사례까지 번지고 있다. ‘가성비’라는 포장 아래 값싼 노동을 소모해 만든 여름 특수일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MGC커피가 지난 4월 말 선보인 컵빙수 2종(‘팥빙 젤라또 파르페’·‘망빙 파르페’)은 지난 22일 기준 누적 판매량 240만개를 돌파했다. 출시 한 달 만에 50만개가 팔린 데 이어 지난달 17∼22일 닷새 동안 60만개가 추가로 판매되는 등 가속도가 붙었다. 매장별로는 “분당 25잔씩 나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부 점포에서는 문을 연 지 30분 만에 재료가 모두 동나기도 했다.

평균 5000원 정도의 가성비 빙수 인기에 경쟁사들도 잇달아 컵빙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컴포즈커피는 ‘팥절미 밀크쉐이크’(4500원)를, 이디야커피는 팥 인절미·초당옥수수·망고 그래놀라 맛 등 1인 빙수 4종(6300원)을 선보였다. 이디야가 올해 내놓은 빙수 8종 중 절반이 1인용이다.

문제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제조 공정이다. 커피 한 잔은 1~2분이면 완성되지만, 컵빙수는 얼음을 갈고 젤라토와 토핑을 차례로 올려야 해 평균 10분 이상이 걸린다. 1인 근무가 잦은 저가커피점 특성상 대규모 주문이 몰리면 일반 주문 이외에도 3시간에 60잔 이상의 컵빙수를 혼자 처리하기도 한다.

알바생의 ‘푸념’은 오히려 입소문을 부추겼다. 최근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에 한 메가커피 알바생이 “얘(빙수)는 주문 한 건만 들어와도 눈물 닦는 데 5분”이라며 올린 게시글은 이날 기준 1만7000회 이상 리트윗됐다. 이후 이디야·컴포즈·메가커피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 매장은 마감” “옆집이 더 맛있다” 등 이른바 ‘빙수 폭탄 돌리기’가 유행하며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제과제빵 전문점 뚜레쥬르는 “뚜쥬 알바생분들께 죄송합니다, 뚜쥬에도 컵빙수 팔아요!”란 안내문을 매장에 붙여 유행에 탑승하기도 했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서 빠르게 번진 ‘제발 그만 주문해 달라’는 알바생 푸념이 컵빙수 인기를 키운 셈”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빙수와 더불어 대표적 여름 메뉴로 꼽히는 수박주스도 사정은 같다. “나는 수박씨 바르는 기계”란 자조가 담긴 이디야 직원의 게시글이 일파만파 퍼지자 해당 음료는 두 달 만에 200만잔 판매를 돌파했다. 이에 이디야커피는 구인 플랫폼 잡코리아와 손잡고 ‘수박씨 바른 알바’ 가상 채용 공고까지 내며 화제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저가커피의 주 소비자이자 매장 인력인 MZ세대가 ‘웃픈’ 노동 경험을 놀이처럼 공유하면서 역설적 홍보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인기가 매장 직원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며 ‘알바대란’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등 업계 내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현장 노동을 갈아 넣어 만드는 흥행 공식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더본코리아 커피전문점 빽다방의 ‘500원 아메리카노’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일부 빽다방 가맹점에선 고객 폭증에 따라 직원의 과로가 이어졌고, 실제로 점주가 쓰러지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본사는 ‘통 큰 프로모션’ 이미지로 이득을 챙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염이 이어질수록 빙수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인력 과부하를 해결하지 못하면 ‘알바 대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음 분쇄 공정 단축, 토핑 사전 세팅 등 현장 지원이 시급하다”며 “본사 차원에서 프로모션 속도 조절과 매출 대비 인건비 보조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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