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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후 내정된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중 국회의원 수가 8명(김민석 국무총리, 강선우 여성가족부, 김성환 환경부, 안규백 국방부, 윤호중 행정안전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정동영 통일부,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이르렀다. 29일 현재 내정된 총리·장관 후보자(18명)의 44.4%가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것으로, 이는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후속 장관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대통령실에 합류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과 국세청장 후보자에 내정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포함하면 현직 국회의원이 정부 요직으로 직행한 사례는 더 많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민주당 비례대표 순번이 20번이라 비례대표 의원 3명이 더 사임할 경우 그 역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게 된다.

역대 정부에서도 현직 국회의원이 총리·장관을 겸직한 사례는 많지만, 겸직 비율이 30%를 넘은 건 문재인 정부가 31.5%(54명 중 17명)로 유일했다. 노무현 정부는 13.2%(76명 중 10명)에 불과했고, 이명박 정부는 22.4%(49명 중 11명), 박근혜 정부는 23.3%(43명 중 10명)였다. 증가 추세였던 겸직 비율은 윤석열 정부에서 13.5%(37명 중 5명)로 꺾였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김주원 기자
여권에선 의원-장관 겸직에 긍정적이다. 당·정간 ‘원팀’(one team) 기조를 강화할 수 있는 데다, 부처 장악력이 높아 새 정부 국정철학을 관철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행정가 출신이기 때문에 현직 의원을 기용하는 건 국정 운영의 정무적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인수위가 있었다면 좀 더 시간이 있겠지만, 한·미 관세 협상이라든지 여러 가지 막중한 현안 속에서 인사를 긴급하게 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며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돼서 지금까지 호흡해 왔던 분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 문턱을 낮춘다는 점도 국회의원을 발탁하는 요인이다.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총리·장관에 지명된 현직 국회의원이 도중 낙마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이번에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발탁된 12명의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당내 강경파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야(對野)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민주당 관계자)이란 평가도 있다.

지난 4월 14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아래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의원-장관 겸직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헌법학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국회의원 겸 장관이 절반에 가까우면 사실상 의원내각제지 대통령제라고 볼 수 없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전 총장은 “국회의원 하나 하기도 바쁜데 장관까지 겸하면 물리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나. 사실상 입법부에 공백이 생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입법을 책임져야 할 현직 의원을 줄줄이 내각에 집어넣는 것은 대한민국을 의원내각제로 착각한 듯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실제 현직 국회의원이 행정각료를 겸직하게 되면 법안 대표발의 건수가 14.5건 감소하는 등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직무전념성에 제약이 발생한다는 2019년 연구 결과도 있다(‘현직 국회의원의 국무총리·국무위원 겸직이 입법활동에 미치는 영향: 제17~20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김인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국회의원 다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내각 고위직을 겸하게 될 경우 이 같은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프랑스 등 대통령제 국가뿐 아니라 네덜란드·룩셈부르크·벨기에 등 내각제 국가에서도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헌법으로 금지하는 건 그래서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대선 기간 경제정의실천연합의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 금지 주장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2019년 12월 10일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의원석으로 가려고 일어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부·행정부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의원 겸 장관’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무위원석과 의원석을 오가곤 했다. 2019년 12월 10일 본회의에선 당시 국회의원을 겸직하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김현미 국토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진영 행안부 장관 등이 여야간 이견이 큰 새해 예산안과 부수법안 등 쟁점 법안 표결 때 의원석에 돌아와 전자투표기의 ‘찬성’ 버튼을 눌렀다. 여야간 의석수 차이가 크지 않아 한 표가 소중한 탓에 벌어진 촌극이었지만, 결국 자신이 장관으로 있는 부처의 한 해 예산을 스스로 확정한 셈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정부 강은희 여가부 장관이나 윤석열 정부 신원식 국방부 장관처럼 국무위원을 겸직할 때 사퇴하는 게 국회의 오랜 관례다. 비례대표는 후순위가 의원직을 승계해 의석수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 전 총장은 “지역구 의원은 겸직 때 사퇴하지 않는데, 오히려 지역구 관리가 필요 없는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는 건 철저히 국회의원의 이해관계에 따른 관행으로 국회의원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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