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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7배 크기’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
검진부터 진료, 예방·관리, 휴양까지 한 곳에서
의약품·기기, 하이난성 자체 허가로 빠른 적용
하이난 자유무역항 면세 조치로 가격 경쟁력 ↑

지난 24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海口)에서 2시간을 달려 하이난 동부 보아오(博鳌)의 러청(乐城)에 들어서자, 하이커우 시내에서 보이던 좁고 높은 빌딩은 사라지고 작게는 컨벤션센터, 크게는 대형 리조트 크기의 건물들이 연달았다. 전부 병원 건물이었다.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 거리 풍경. 플래카드에는 '러청이 선도하는 혁신 의료의 길'이라고 적혀있고, 그 뒤엔 병원들이 줄지어 있다.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그러나 단순 진료 목적의 일반 병원과는 달랐다. 대형 건강검진 센터와 분야별 치료 센터, 숙박·휴양 시설을 갖춘 리조트형 병원들이 많았다. 중국 정부가 2013년 설립한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이하 선행구)’다. 의료·건강 산업의 개혁·개방을 위해 20.9㎢의 규모로 지어졌다. 한국의 행정구 하나에 준하는 크기로, 여의도의 7배 크기다.

美 최신 장비, 신약 수두룩… ‘中 첨단의료 1번지’ 러청
선행구 대표 병원 중 하나인 메이싸이얼병원(梅塞尔医院)을 찾았다. 로비에 들어서니 병원 특유의 차가운 느낌 없이 밝은 분위기가 풍겼다. 메인 빌딩을 지나 검진센터 등이 있는 별관에 다다르니, 통유리 인테리어에 대형 조형물과 식물 조경이 어우러져,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테이블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중년 고객들도 보였다.


이 병원은 정밀 검진 및 진단, 정밀 치료를 핵심으로 두고 있다. 모든 검사 장비는 GE, 필립스, 지멘스 제품을 사용한다. 아시아에 딱 한 대 있는 유방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도 이곳에 있다. 임상연구실은 통유리 구조도 돼 있어, 고객들이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외국어 진료도 가능하다.

오스트리아 바메드 재활그룹(VAMED),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일본 오다병원(小田医院), 하스미 암연구소(莲见癌研究所) 등과도 협력하고 있어, 바다 건너 멀리 가지 않더라도 현지와 같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메이싸이얼병원의 건강검진센터 내부.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중국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3급 종합병원 보아오슈퍼병원(博鳌超级医院)의 경우 특히 전통 중의학을 기반으로 한 침술과 화침, 부항, 뜸, 추나요법을 적용해 통증 치료를 하고 있다. 심장내과, 이비인후과, 간담외과, 종양과, 안과, 피부과 등 30개 전문과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최초로 인공와우, 청각뇌간이식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된 첨단 시술을 100건 이상 수행했다. 2018년 개원 이후 총 2만명이 넘는 환자가 이곳에서 진료를 받았다.

신경외과의 양홍보(杨洪波) 주임의사는 “병원의 첨단 시술 현황은 아시아 선두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 환자들도 병원을 많이 찾고 있다. 전체 환자의 70% 이상은 중국 본토 외부에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하이난 보아오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의 보아오 슈퍼병원에서 체코 관광객이 중국식 뜸 치료를 받고 있다.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몸 건강은 마음 건강에서부터”… ‘예방·관리 중점’ 건강관리센터도
치료 목적의 병원이 아닌, 질병을 예방하는 목적의 건강관리센터도 이곳에 있다. 2005년에 설립,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종합 의료·건강관리 기업인 이링(一龄)그룹은 이곳에서 이링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링병원은 전통 중국 의학과 현대 의학을 결합해 질병 예방과 수명 연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링병원은 높은 천장에 목재 디자인이 어우려져 언뜻 동남아시아의 리조트를 닮아 있었다. 1층에는 뷔페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었고, 서예 체험과 전통차 시음, 전통 현악기 연주와 수면장애 개선에 도움을 주는 향을 피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중의학과 전통의학, 소수민족 의학 등을 기반으로 한 요법을 체험할 수 있는 진료실이 나온다. 지난해에 약 41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이링그룹이 러청 국제의료관광 선행구에 설립한 이링병원 내부. 휴양지 리조트와 닮았다. 1층에는 뷔페 식당이 있다.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이링그룹의 텅원선(腾文深) 국제의료협력개발처 사업개발 매니저는 “유명 중의학 대가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그들은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진료한다. 침, 뜸, 추나 등 기술은 중국 최고 수준”이라며 “외국인 환자는 러시아 환자가 많고 한국 환자도 있다. 간헐적으로 아랍 국가 환자도 있고, 최근엔 캐나다 환자가 6명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고객 대상으로는 하이난의 골프 리조트와 우리의 의료 서비스를 결합한 관광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난은 중국과 수교를 맺은 170개 국가를 대상으로, 홍콩이나 마카오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 2인 이상 여행객이라면 144시간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중국 본토 무비자 입국이 불가능하더라도 위 조건에만 해당한다면 최대 5박6일간 하이난에 머무를 수 있다.

이링병원 내부 서예 공간에서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이링병원은 '신체 건강은 마음의 건강에서 비롯한다'는 일념하에 방문객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수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허가 완화로 신약 적용 활발… 관세 면제로 가격 경쟁력 갖춰
선행구의 의료관광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두둑하다. 중국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들여오려면 정부 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를 받아야 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러나 이곳에선 하이난성 정부가 직접 특허약과 의료기기에 대한 판매 허가를 내, 신약을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8년 직접 선행구를 시찰하기도 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25일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수입 의약품, 의료기기에 대한 무관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달까지 1억1400만위안(약 216억원)어치의 물품이 하이난에 수입됐으며, 누적 세금 감면액은 약 1500만 위안(약 28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총 14개 병원이 수혜 주체 자격 심사를 통과했으며, 주요 수입 품목으로는 인공와우 등 의약품와 의료기기가 있다.

덕분에 이곳의 병원들은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영미권 국가뿐 아니라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도 저렴하다. 메이싸이얼병원 저우우징(周璐靖) 의사는 “미국에서는 단순 CT도 500달러(약 68만원) 이상이며, 위내시경은 2000달러(약 272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 병원은 전신 종합 검진이 2000달러부터 시작된다. 미국에서는 동일한 검진이 최대 5000달러(약 679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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