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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5월 11일 전북 정읍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열린 130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 앞서 전봉준 동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증손까지 매월 10만원 지급 검토”
전북특별자치도는 29일 “내년부터 도내에 거주하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매월 10만원씩 줄지, 연 단위로 30만~50만원을 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동학의 고장’ 전북도만의 역사적 특수성과 동학농민혁명이 우리나라 민주화의 근간을 이룬 점 등을 고려해 추진하게 됐다”며 “작지만 금전적 보상을 통해 한때 역적으로 몰린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해 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전북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두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참여자를 예우하고 유족 생활 안정에 이바지하는 정책”이라는 옹호론과 “세금을 퍼주는 악성 포퓰리즘”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11일 전북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열린 '제131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정읍시, 2020년부터 유족 수당 지급
수당 지급 대상은 전북에 거주하는 참여자 직계 후손 중 자녀·손자녀·증손자녀까지 915명(6월 기준)이다. 전주시 302명, 정읍시 148명, 임실군 107명, 익산시 101명, 부안군 62명, 김제시 52명, 군산시 43명, 남원시 33명, 고창군 26명, 완주군 26명, 순창군 6명, 무주군 4명, 장수군 3명, 진안군 2명 등이다. 전북도는 915명에게 매월 10만원씩 준다는 전제 아래 연간 10억9800만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정읍시는 2020년부터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역 내 동학농민혁명 유족(증손까지) 대상으로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90명이 받는다. 하지만 “시 재정 상태가 나쁜데 세금을 왜 퍼주냐” “임진왜란 때 왜군과 싸운 의병까지 보상해 줘야 하느냐” 등 항의가 빗발친다.

신재민 기자


“지급 대상, 재원 분담 온도 차”
전북도는 잠정적으로 유족 수당 재원을 도와 시·군이 각각 3 대 7 비율로 분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도내 14개 시·군이 유족 수당 지급 취지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지급 대상이 많거나 동학농민혁명 관련 역사적 배경이 약한 지자체 2~3곳은 부정적이어서다. ‘유족 전체에게 수당을 주자’ ‘유족 대표 1인만 주자’는 의견이 서로 부딪치고, 재원 분담 비율에 대해서도 온도 차가 있다고 한다.

이에 전북도는 다음 달 14개 시·군 실무 담당자와 회의를 열고 수당 지급 대상 범위와 재원 분담 비율 등을 조율한 뒤 올 하반기에 시행규칙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 조례를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염영선 전북도의원(정읍2)은 “유족 수당 지급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참여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 확대와 헌법 전문 수록 논의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전북 정읍시·고창군)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김준혁·박수현·박희승·이재관 의원 등이 지난해 8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일제 식민사관 역사학자 논리를 60년 넘게 답습하고 있다"며 "국가보훈부는 항일독립운동의 왜곡된 기점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 자리엔 동학농민혁명 유족회와 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국민연대,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등도 참석했다. 사진 윤준병 의원실


윤준병 ‘항일동립운동 기점 정립법’ 대표 발의
동학농민혁명 발상지인 정읍시·고창군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지난해 7월 항일독립운동 시작 시점을 1894년 7월 23일 일본군 경복궁 점령 사건으로 규정하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항일독립운동 기점 정립법’)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법률에선 일제 국권 침탈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일제에 항거한 사람을 독립유공자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간 국가보훈부는 공적 심사 내규에 국권 침탈 시기를 1895년 을미사변으로 정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서훈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에 윤 의원 등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전인 1894년 일제는 경복궁을 기습 점령하고 고종을 감금하는 등 국권을 침탈했으며, 이어 1895년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을미사변을 일으켰다”며 “그러나 일제의 경복궁 점령에 항거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갑오의병과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항일독립운동 역사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면서 정작 을미의병은 항일독립운동으로 인정해 독립유공자로 서훈하는 모순되고 편향된 공적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법 개정에 나섰다. 이와 별도로 고창군·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선양 사업, 유적지 정비·복원 등에 매년 각각 20억원 안팎의 예산을 쓰고 있다.

지난해 8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항일독립운동 기점 정립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규형 “동학농민군 진압한 안중근 가문은 역적이냐”
이와 관련, 역사학계에선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강규형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동학농민운동을 신성시하면 할아버지 박성빈 옹이 경북 성주 동학 접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보상금을 받아야 하고, 동학농민군을 진압한 안중근 가문은 역적이 되는 모순이 한꺼번에 발생한다”며 “동학농민운동은 임금(고종)의 눈과 귀를 가리는 민씨(나중에 명성황후로 추존되는 민비와 그 가문) 척족을 몰아내고 국태공(흥선대원군)을 복귀시키는 전형적인 존왕양이(尊王攘夷) 운동이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전봉준은 흥선대원군의 식객이었고, 대원군이 나중에 일본과 손잡고 민비(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주도한 점을 감안하면 동학농민운동에서 근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더구나 동학농민운동 세력 상당수는 나중에 일본과 합병을 찬성한 친일단체인 일진회(一進會)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건에 어떤 구실을 붙여 국민 세금을 공돈처럼 뿌리는 것은 악성 포퓰리즘이자 국기 문란”이라며 “전북도에서 유족 수당을 주지만, 재정의 상당 부분을 중앙 세수(稅收)로 메운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세금을 빼앗겠다는 얘기”라고 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에 따르면 1894년 1년간 전개된 동학농민혁명은 조선 봉건사회의 부정·부패 척결과 반외세 기치를 내건 민중항쟁이다.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지만,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모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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