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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대형 산불이 경북 곳곳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습니다.

영덕에서 어부로 일하던 인도네시아인 수기안토 씨는 초저녁부터 잠에 든 노인 7명을 깨워서 업고 대피시켜 '산불 의인'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수기안토/31살/인도네시아 국적 선원(지난 3월): 문을 두드려 봤는데, 할매들이 안 나와서요. 계속 두드려 봤는데요. 할머니가 나와서 업고 나오고 부축하고요. 그 할매들이 나이는 80세, 90세 정도 됐는데요. 그러니까 빨리 못 가요. (한 몇 분 정도를 그렇게 깨우셨어요?) 7명.]

이 공로로 법무부는 수기안토 씨가 국내에 장기체류할 수 있고 취업에 제한이 없는 F-2 비자를 발급해 줬습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수기안토 씨는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영덕에 있던 어구들이 모두 불에 타 버리면서 바닷일을 할 수가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수기안토/인도네시아 국적 선원(인도네시아 현지연결): 건물하고 뭐 창고하고 (타버려서) 다 다 없어졌어. 대게. 대게. 대게. 영덕 대게. (영덕 대게 잡는 일 하셨어요?) 네. (배 타고 나가서?) 네네. 아침 새벽 4시 나가가지고.]

고령자들이 대부분인 영덕에서 '막내 어부'로 생활한 수기안토 씨.

정 들었던 마을 주민들을 떠올리면서 현재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수기안토/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할아버지들, 할머니들 뭐 "수기안토, 이리 와. 커피 먹어" 그러면 진짜 저 경정리, 제 동네하고 똑같아요. 다 가족 같은데. 날씨는 안 좋아요. 별로 안 좋아요. 뭐 겨울에 많이 추버가지고, 여름에 또 와 진짜 많이 더워요. 음식도, 음식도 맛있었어.]

실제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영덕 주민들은 산불이 난지 백일이 다 되도록 다시 어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명신/경정3리 어촌계장: 산불 이후에는 그냥 그대로입니다. 어구 같은 피해 같은 경우는 보상이 하나도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줄 하나 없이 다 타버리니까, 이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를 못해요. 산에 있던 창고까지 다 타버리고, 거기 배 옆에 그물, 새로 내년에 올해 겨울에 대게 철에 쓰려고 다 새로 손질해 놓은 것도 다 타버렸으니까. 지금 현재로는 뭘 하려고 그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불에 탄 집은 적은 금액이어도 보상이 되지만, 관련법에 따르면 어구의 경우 6천만 원 이상에 한해 대출 지원만 가능합니다.

어업을 재개하려면 거액의 대출을 받아서 어구를 사라는 이야기인데, 워낙 고령자들이어서 대출을 받거나 나중에 이걸 갚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겁니다.

이런 난감한 사정을 아는 수기안토 씨는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농사를 돕고 있지만, 한국에 돌아와 마을 주민들과 다시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수기안토/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그러면 나중에 평생 한국에서 일하시고 싶으세요?) 네네네. 계장님하고 같이 그거 다시 바닷가에 일 나가면 돼요. 계장님 "아이고 힘들어" 가지고 다른 데 가면 내가 다른 데 가요.]

KBS뉴스 이윤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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