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2023년 7월 미국 뉴욕 시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반려견 '듀크'의 생전 모습. 듀크는 최근 뉴욕 주 법원에서 보호자의 직계 가족에 준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트레버 디블레이스 인스타그램


미국 뉴욕 주에서 반려견이 당한 교통사고에 대해 보호자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판결에는 '반려견은 보호자의 직계 가족'이라는 법적 해석이 담겨 있었다.

지난 19일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주 브루클린의 킹스 카운티 법원의 애런 매슬로 판사는 2023년 7월 발생한 교통사고로 반려견 '듀크'가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가해 차량 운전자의 정신적 피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듀크의 보호자 낸 디블레이스(Nan Deblase) 씨는 브루클린 밀 베이슨(Mil Basin) 지역을 산책하던 도중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 디블레이스 씨는 듀크와 함께 교차로에서 보행자 신호에 맞춰 서 있었다. 그는 차량이 달려들자 옆으로 회피해 다치지 않았지만, 돌진하는 차를 피하지 못한 듀크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23년 7월, 미국 뉴욕 시의 주택가 밀 베이슨 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이 사고로 인해 낸 디블레이스 씨의 반려견 '듀크'가 목숨을 잃었다. 뉴욕포스트 캡처


사고 이후 피해자 디블레이스 씨 가족은 운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 대부분의 판례에서 반려동물은 재산으로 분류돼 배상도 재산 피해 기준으로 산정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피해자 가족은 갑작스러운 반려견의 죽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정신적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매슬로 판사는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판결문을 통해 "목줄에 묶여 있던 반려견이 운전자의 불법행위로 목숨을 잃었으며, 보호자가 그 장면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라면서 "보호자가 느낄 정신적 고통은 단순한 재산 손실의 범위를 넘어서는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매슬로 판사는 "반려견이 가족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뉴욕 주법에 따르면 정신적 손해배상은 직계가족의 피해에 한해 청구할 수 있다. 즉, 매슬로 판사의 판결은 반려견도 직계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디블레이스 씨 가족의 반려견 '듀크'가 생전에 트레버 디블레이스 씨의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다. 트레버 디블레이스 인스타그램


듀크의 보호자이자 디블레이스 씨의 아들인 트레버 디블레이스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록 싸움이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정의로운 판결을 받았다"라며 "뉴욕의 반려인 가족에게 기념비적인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가족이 지난 3년 동안 함께 느낀 마음의 고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정당한 판결로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디블레이스 씨는 "우리는 여전히 듀크를 그리워하고 있다"라며 "반려동물을 사고로 잃었을 때 정신적 피해가 인정받는 건 뉴욕뿐 아니라 모든 주에서, 이미 오래전에 바뀌었어야만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블레이스 씨 가족을 지원한 동물보호단체에서도 환영의 입장이 나왔다. 재판부에 피해자 측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는 동물단체 '비인간 권리 프로젝트'(Non Human Rights Project)의 크리스토퍼 베리 활동가는 "이는 반려동물이 재산에 그치지 않고 가족의 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듀크는 1심 재판에서 디블레이스 씨 가족의 직계 가족으로 인정받았지만, 아직 항소심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트레버 디블레이스 인스타그램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인 판결인 만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인 뉴욕데일리뉴스에는 23일 "반려동물은 법정에서 인간의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게재될 정도였다.

반려동물 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단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특히 뉴욕주수의사회와 미국 켄넬 클럽은 재판 당시 디블레이스 씨 가족의 정신적 피해배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했다. 이들은 정신적 피해 배상을 인정할 경우 반려동물 산업계에 보험 비용 산정 등이 바뀌면서 (업계 관계자들이)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매슬로 판사 또한 이런 반대 의견을 인식한 듯, 이번 판결은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목줄로 보호자와 연결된 동물이 운전자의 불법행위로 목숨을 잃은 사례에 국한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업계의 걱정이 과장되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판결은 1심 판결로, 아직 항소심이 남아 있다. 상급심 판결에서 이 판결이 유지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사고 차량을 운전한 가해자 미첼 힐 씨의 변호사는 논평을 요구하는 언론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email protected]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792 ‘돈봉투 사건’ 윤관석 전 의원 가석방… 구속 1년 10개월만 랭크뉴스 2025.06.29
53791 [속보]김용태 “채상병 유가족·국민께 사과…특검으로 진실 밝혀지길” 랭크뉴스 2025.06.29
53790 다음 달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기준 ‘인상’…최대 1만 8천 원 랭크뉴스 2025.06.29
53789 민주당 "30일 김민석 인준 본회의 요청, 늦어도 6월 임시국회 내 처리" 랭크뉴스 2025.06.29
53788 '불닭의 힘' 진짜 일냈다…삼양식품, 마침내 시총 '10조 클럽' 진입 랭크뉴스 2025.06.29
53787 尹 첫소환 실제조사 5시간…2차조사 체포방해·국무회의 초점 랭크뉴스 2025.06.29
53786 최고금리 내리자 대부업 시장 28% 축소…취약층, 불법 사금융으로? 랭크뉴스 2025.06.29
53785 배달앱에선 더 비싸다… 외식업계 ‘이중가격제’ 확산 랭크뉴스 2025.06.29
53784 반려동물 치료비 지출 2배 늘었는데…보험가입률은 10%대로 ‘미미’ 랭크뉴스 2025.06.29
53783 李 대통령 ‘경찰국 폐지’ 공약에 경찰청 “적극 동참” 랭크뉴스 2025.06.29
53782 안철수 "상처 덮으면 곪아, 대선 백서로 과오 돌아봐야" 랭크뉴스 2025.06.29
53781 김건희 휠체어 퇴원 ‘쇼’였나…“차 탈 땐 벌떡” “집에선 걸어다녀” 랭크뉴스 2025.06.29
53780 월소득 637만원 넘는 고소득자, 국민연금 보험료 월 1만8000원 오른다 랭크뉴스 2025.06.29
53779 올해 고1, 대입 땐 과학·수학이 핵심 변수…“‘문과 침공’ 심해질수도” 랭크뉴스 2025.06.29
53778 월소득 637만원이면 국민연금 보험료 1만8천원 오른다 랭크뉴스 2025.06.29
53777 지난해 공무원 육아휴직자 중 절반이 ‘아빠’ 랭크뉴스 2025.06.29
53776 '민주당 돈봉투' 윤관석 전 의원 내일 가석방 랭크뉴스 2025.06.29
53775 송언석 "총리 인준되면 장관 검증 무용지물"‥ 내일 '김민석 국민청문회' 예고 랭크뉴스 2025.06.29
53774 “완전히 미친 짓” 머스크, 트럼프 감세 법안 또 비판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6.29
53773 與 "김민석 인준 본회의 30일 열어야…늦어도 7월 3일 표결" 랭크뉴스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