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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얼음, 2013년 첫 1위 등극
전세계 최초 편의점은 ‘얼음회사’
성장 둔화기 접어든 국내 편의점
DALL.E가 생성한 이미지

[서울경제]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요즘 뜨는 먹거리와 패션, 뷰티템부터 핫한 브랜드 스토리, 숨겨진 유통가 뒷얘기까지 ‘송이라의 트렌드쏙쏙’에서 만나보세요!

편의점엔 없는 게 없습니다. 삼각김밥, 컵라면 등 영원한 대표 메뉴부터 요즘은 개별 회사들이 자체브랜드(PB)로 내세우는 디저트 고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먹을 것 뿐만이 아닙니다. 패션 및 뷰티 아이템도 점점 늘어나 무신사 티셔츠도, 리들샷도 편의점에서 살 수 있고요. 반값택배로 대표되는 택배서비스는 개인들의 대표 물류 허브로 진화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편의점에서는 렌터카 서비스 신청까지 가능하니 이쯤되면 편의점은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만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나 많은 것들을 파는 편의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은 무엇일까요.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편의점 판매 부동의 1위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라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요. 하지만 정답은 의외의 품목이었습니다. 구매층이 제한된 담배와 주류를 제외한 편의점 판매 1위는 다름 아닌 ‘컵얼음’입니다. 단 한 번도 컵얼음을 사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12년째 부동의 판매 1위 ‘컵얼음’


사진 제공=GS리테일


지난해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판매량 순위를 집계한 결과 컵얼음은 CU와 이마트24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세븐일레븐과 GS25에서는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고요. 편의점마다 순위는 조금씩 다르지만, 아메리카노와 생수,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박카스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아이스컵, 컵얼음 등 여러 이름으로 판매 중인 컵얼음은 플라스틱 컵 안에 조각얼음을 채워넣은 제품을 말합니다. 컵얼음이 처음 편의점에 등장한 건 2000년대 후반인데요. 원래는 커피, 복숭아 아이스티, 레몬에이드 등 파우치 음료를 사가는 고객에게 서비스로 제공했던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컵얼음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을 본 편의점들은 이를 정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3년(CU 기준) 처음으로 바나나맛 우유를 제치고 편의점 판매 1위에 등극했습니다. 이후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편의점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에서 한 해 동안 판매되는 컵얼음은 대략 5억 개 정도로 추산됩니다. 아이스드링크 외에도 다양한 술, 음료들과 함께 사계절 내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컵얼음 판매 증가는 1~2인 가구 증가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정수기 설치 대신 생수를 사먹는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번거롭게 얼음을 얼려먹는 것보다는 간편하게 컵얼음을 구매하는 게 낫다는 판단인 것이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3월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1002만 1413가구로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돌파했고요. 통계청은 오는 2027년 국내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율이 약 67.7%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컵얼음의 1위 시대는 당분간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 최초의 편의점은 ‘얼음 회사’


사진 제공=7?Eleven corporate 홈페이지 화면캡처


재미있는 사실은 전세계 최초의 편의점의 탄생도 얼음에서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현대 편의점 개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사우스랜드 아이스(Southland Ice)’라는 제빙회사에서 고안했는데요. 얼음을 팔다보니 우유, 빵, 계란 등 필수품을 얼음창고에서 함께 판다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당시 미국은 냉장·냉동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제빙회사가 줄줄이 생겨나면서 차별화가 필요했던 데다 슈퍼마켓은 운영시간이 짧고 불편하니 식료품을 더 오래 열고 더 가까운 가게에서 팔아보면 어떨까 했던 겁니다.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사우스랜드 아이스의 얼음 창고 앞은 매일 신선한 식료품을 사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신이 난 사장은 전국의 모든 얼음 공장과 창고에서 식료품을 판매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1930년 미국 화학회사 듀폰이 ‘프레온가스(CFC)’라는 냉매제를 개발하며 가정용 냉장고가 빠르게 보급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프레온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며 퇴출됐지만, 얼음 공장의 쇠락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사우스랜드 아이스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식료품이라도 더 팔아보자’는 심산으로 식음료와 생필품의 구색을 늘렸고 1946년 사명을 아예 ‘세븐일레븐’으로 바꿨습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하는 오늘날의 편의점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당시엔 7~11시 운영도 파격적인 장시간 영업이었는데요. 24시간 편의점은 1960년대 들어와서야 시작됐습니다. 국내 1호 편의점은 서울 올림픽 직후인 1989년 롯데그룹이 세븐일레븐과 제휴해 서울 올림식선수촌아파트 상가에 처음 문을 열었고 국내 유통채널 중 가장 점포수가 많은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얼음회사에서 태동한 편의점에서 컵얼음이 가장 잘 팔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패 신화’ 국내 편의점, 성장 둔화세


최근 10여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편의점 업계는 최근 성장 둔화에 직면해있습니다. 그간 불황에도 생활밀착형 소비재와 즉석식품, 담배 등 필수재 중심 소비가 유지됐지만,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e커머스 유통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매출이 예전만 못한 것입니다. 급속한 점포 확장으로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5일 공개한 ‘5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0.2% 감소했습니다. 백화점(2.3%), 대형 마트(0.2%), 준대규모점포(SSM·1.0%) 등 매출은 같은 기간 일제히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편의점만 중 유일하게 줄어든 것입니다. 편의점 매출 감소는 지난달(-0.6%)에 이어 2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편의점 매출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4월 이후 5년 만입니다. 팬데믹이 특수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통계 집계 이후 진정한 의미의 매출 둔화가 발생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내수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영향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습니다. 경기둔화 속에 지난해 말부터 계엄·탄핵 사태가 겹치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입니다. 여기에 쿠팡 등 e커머스에서 음료 등을 대용량으로 구매하며 편의점 매출을 일부 흡수했고, 4만 8000여개에 달하는 점포 수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 1개당 인구가 2159명(2023년)인 반면 한국은 1069명(올해 5월 기준)으로 ‘편의점 강국’인 일본보다도 밀도가 더 높습니다.

이에 편의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몽골, 베트남 등 편의점 성장 초기단계 국가에 국내 편의점 성공 방정식을 이식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입니다. 과연 편의점들은 성장 정체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요. 트렌드 쏙쏙에서 꾸준히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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