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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속도 높일 AI, 다목적 기반기술 중심”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신경세포에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미국 국립보건원(NIH)


알츠하이머병 같은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각종 실험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추고 오랜 시간 연구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기술이 있어도 비용 문제로 주저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스위스 로슈가 스타트업을 돕는 키다리 아저씨로 나섰다.

추송 탕(Qiusong Tang) 로슈 엑셀러레이터 책임자는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로슈 한국 법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치료제 개발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면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우리는 씨앗에 물을 주고 있다”고 했다.

로슈는 1896년 스위스 바젤에서 설립됐다. 신경과학과 종양학, 면역학, 안과학 등에서 신약을 개발했다. 지난해 매출의 22%인 19조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로슈는 자사 뿐만 아니라 바이오 스타트업의 R&D을 돕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 유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개방형 혁신)’의 전형으로, 외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로슈 추송 탕 박사. 정회량 이사. /로슈 제공

추송 탕 책임자는 영국 런던대, 독일 베를린 훔불트대에서 신경과학 석·박사를 받고 스타트업 지원 조직인 로슈 엑셀러레이터에 합류했다. 로슈 엑셀러레이터는 바이오 스타트업 약 20곳을 지원한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를 연구하거나 ADC(항체·약물 접합체)처럼 새로운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다.

로슈는 스타트업에 중국 상하이에 있는 5000㎡(1500여 평) 규모의 연구 시설을 제공한다. 기술만 있으면 즉시 연구에 뛰어들 수 있다. 추송 탕 책임자는 “연구하다 고민이 있으면 로슈 소속 과학자들의 지식과 기술도 공유할 수 있다”면서 “바이오 기업이 혁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하면 누구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로슈도 신약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연구 결과에 따라 로슈가 지분 투자를 하거나 라이선스(사용 권한) 계약을 맺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로슈가 중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은 중국의 헬스케어 시장이 클 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R&D 수준도 높아져 세계 시장에 통할 혁신 신약 기술도 확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고령화와 소득 증가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건강 중국 2030’ 계획에서 헬스케어 산업 규모를 2020년 8조위안(1515조원)에서 2030년 16조위안(3030조원)까지 키운다고 밝혔다. 로슈 엑셀러레이터는 주로 중국 기업을 지원하지만, 향후 다른 아시아 국가 기업과도 협업할 수 있다고 본다. 정회량 로슈 글로벌 사업개발 이사는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함께 연구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일러스트=조선DB

추송 탕 책임자는 로슈가 주목하는 바이오 기술로 먼저 인공지능(AI)과 플랫폼(기반기술)을 꼽았다. 그는 “AI는 신약 개발 속도를 높여주고 플랫폼은 다양한 물질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AI는 연구 과정에서 부작용을 예측해 신약 개발 기간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인다. 플랫폼은 약물 발굴이나 효능 개선, 전달 경로 최적화, 독성 감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 가지 기술을 여러 신약 개발에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기반기술을 의미한다.

AI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모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공략한다. 아밀로이드는 베타는 본래 신경 세포를 보호하지만, 뇌세포 밖으로 이탈해 뭉치면 오히려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정 이사는 “알츠하이머병 약물 부작용을 AI로 예측해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면서 “이런 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과 협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로슈가 해외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주요 제약 시장에서 신약 개발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각국이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문턱을 낮춘 일이다.

미국은 1년쯤 걸리는 신약 허가 검사 기간을 1~2개월로 줄였다. 중국도 신약 임상시험 검토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했다. 추송 탕 책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빠르게 변한다”면서 “국내외 기업과 협업을 확대하고 최신 기술 동향, 규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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