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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대형마트가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에 가지는 않아요. 쿠팡에서 필요할 때마다 장을 보는데 집까지 바로 배달해주는 걸요.” 직장맘 김선미씨(43)는 “대형마트에 가려면 차도 가져가야 하고, 무거운 물건도 직접 날라야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 안 간 지 한참 된다”면서 “온라인몰이 시간 절약도 되고 장 보기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요즘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어서지요.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휴무해야만 합니다. 지난 2012년 처음 도입됐으니 올해로 13년째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씩 일요일에 문을 닫고 있네요.

‘의무휴업은 공휴일에’ 유통법 개정안

논란의 발단은 민주당이 지난 3월 민생연석회의를 열면서 민생 분야 20대 의제를 발표했는데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시작됐습니다. 대형마트 일요일 휴무제를 평일로 대체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뜻입니다. 민생연석회의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공동의장으로서 이끌던 기구입니다.

민주당 의원 11명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강제하는 유통업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습니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지원, 마트 근로자의 건강·휴식권 보장 등의 취지에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평일에도 대형마트가 휴업을 하고 있지요. 전국적으로 30~40%의 지자체가 대형마트 평일 휴무를 허가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전체 156개점 가운데 63개점이 평일에 휴업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전체 111개점 중 39개점이, 홈플러스는 126개점 중 50개점이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문을 닫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과일과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왜일까요. 주말에 장 보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요일 휴무를 평일로 바꾼 거지요. 대부분 가족 단위 소비자들은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기 때문에 격주 일요일 휴무가 불편할 수 있고, 소비자 선택권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죠.

무엇보다 유통시장 경쟁구도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대형마트 평일 휴무가 늘어난 이유입니다. 실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휴업일에 전통시장에서 식료품을 덜 구입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2022년 통계 기준) 전통시장의 평균 식료품 구매액은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에는 630만원이었지만 의무 휴업일(일요일)에는 610만원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영업하지 않을 때 쿠팡 등 온라인몰 구매액은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요. 보고서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자칫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시장의 동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산업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대규모 점포 영업규제 완화 효과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제를 주중으로 바꾼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의 경우 마트 주변 상권의 주말 평균 매출이 3.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리서치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2024년)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정책 관련 온라인 인식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마트 휴업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비중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46.8%로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전통시장 살리려면 온라인 규제해야”

소상공인연합회와 마트산업노조 등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이 “최소한의 규제”라며 적극 환영하고 있습니다. 주변 소상공인과 마트 근로자의 휴식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것입니다.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한 직원(35)은 “평일 휴무를 하면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다”면서 “대형마트는 놀이공원과 마찬가지로 주말 근무를 감내해야 한다지만 한 달에 두 번만이라도 일요일에 쉬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습니다. 마트업계 노조 관계자는 “명절에 집에도 못 가고 해외여행을 가는 황금연휴에도 매장을 지켜야 했다”면서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주목할 점은 대형마트 매장이 경기불황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소상공인 매출도 함께 줄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부터 2024년까지 16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요. 대형마트는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에 밀리자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는 추세입니다. 폐점이 늘어나는 만큼 소상공인의 입지는 물론 근로자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되지요. 마트 문이 닫히면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몰을 찾기 때문에 쿠팡·배달의민족을 규제해야만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현실입니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 내 분위기도 사뭇 달라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규제 강화를 명시한 법안들을 발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론이 아니며 상임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겁니다. “평일에 장 보기 힘든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직장인 중심 소비층에게 공휴일은 필수 소비 시간”(전용기 의원), “아이를 데리고 전통시장에 가면 화장실도 멀고, 카트도 없고 사실 무척 힘들다. 많은 주민이 이만 한 불편을 감수할 만큼 (마트 의무 휴업일 지정) 제도의 효과가 나오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장철민 의원)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도 “마트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 가냐”, “직장인들은 주말 장 보기를 많이 한다”, “실용적인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지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 경쟁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설계할 때라는 얘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찬성표를 던지시겠습니까.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강화해야 할까요, 아예 없애야 할까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대형마트 평일과 일요일 휴무 중 어느 쪽에 찬성표를 던지시겠습니까.

쿠팡


배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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