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22일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마치고 미주리주 휘트먼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휘트먼=AP 뉴시스

댄 케인 미군 합동참모의장이 미 상원 브리핑에서 이란 핵 시설 공습을 결과에 대해 "이스파한 핵 시설이 너무 깊어 벙커버스터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이스파한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 60%가 보관된 곳으로 알려진 시설이다.

"이스파한 시설, '벙커버스터'로는 타격 불가"

미국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케인 합참의장이 미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전날 이뤄진 '미드나이트 해머'(심야의 망치·이란 핵 시설 공습) 작전 브리핑에서 "이스파한 핵 시설이 너무 깊숙이 있어 벙커버스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케인 합참의장은 "벙커버스터 폭탄을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GBU-57 폭탄은 지하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미군이 운용하는 3만 파운드(약 13.6톤)급 폭탄이다. 이 폭탄은 목표 상공 12㎞에서 투하된 뒤 위치 에너지를 이용해 땅을 뚫고 내려간 뒤 폭발하는데, 최대 지하 60m까지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지난 22일 이란을 전격 공습할 당시 이 폭탄을 포르도와 나탄즈에 있는 핵 시설에 각각 12발, 2발 투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벙커버스터 투하 과정. 그래픽=이지원 기자

"핵 개발에 큰 타격" 여부에 혼선

이날 브리핑은 앞서 CNN이 "이란 핵 시설 타격이 제한적이고, 핵 개발을 몇 년 후퇴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이란의 핵 시설이 정말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가운데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이란의 핵 개발을 수십 년간 미뤘다"며 자신의 공습 결정을 정당화해 왔다.

브리핑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공격이 이란 핵 능력에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미 상원의원은 CNN에 "이란 핵 시설이 너무 깊어 우리 군이 타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란은 비축된 핵 물질의 상당수를 미국이 폭격할 수 없는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셈"이라고 집었다. 이어 그는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란 핵 개발을 고작 '몇 개월' 후퇴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번 공격의 목표는 핵 시설 타격이지, 핵 물질 제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약 450㎏의 농축 우라늄의 행방은 알지 못하지만 이날의 목표가 아니었다"며 "핵 시설은 파괴됐다. 당장은 그 누구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이정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