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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창고형 약국에서 소비자들이 의약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6월 11일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경기 성남시에 문을 열었다. 이 약국은 대형마트처럼 고객이 직접 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약을 고를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고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 2500개 이상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감기약이 50여 종, 진통제가 30여 종, 파스가 80여 종에 달한다.

매장에 상주하는 약사들이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복용법을 지도하고 있다. 고객이 요청하면 제품 설명, 건강 상태에 따른 추천, 기존 복용 약물과의 상호작용 확인 등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계산대에서 고른 약에 대한 최종 복약지도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소비자들 “골라 담는 약 쇼핑 가능”주말에는 계산에만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방문객이 폭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일반 약국보다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일부 진통제나 상처용 연고는 동네 약국보다 1000~2500원가량 저렴하다는 반응이다. 이 약국은 창고형 매장의 장점 그대로 대량 구매를 통해 유통비와 단가를 절감했다.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또 약사가 약을 골라주는 일반 약국과 다르게 소비자들이 직접 매대를 돌며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일반 마트처럼 가격표를 보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여 비교할 수 있어 좋다고 고객들은 말한다. 원하는 약을 원하는 만큼 쟁여둘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약 유통 구조의 끊임없는 지각변동소비자가 직접 고른다는 점에서 해외 드러그스토어처럼 운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드러그스토어는 미국의 CVS, 영국의 부츠, 일본의 마쓰모토키요시처럼 약국과 잡화점을 합친 형태의 매장이다. 한국에서는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약사법에 따라 해외 드러그스토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올리브영. /사진=CJ그룹

과거 CJ올리브영 등이 드러그스토어 사업을 시도한 바 있다. 1999년 당시 CJ제일제당에서 드러그스토어 1호점을 강남에 개설했다. 약국을 입점시켜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을 진행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입점 약국과의 재계약을 해지하며 현재의 헬스&뷰티(H&B) 스토어로 전환했다.

당시 약사협회의 반대가 있었다. 당시 약사회는 탄원서에서 “대기업인 제일제당에서 추진 중인 드러그스토어 가맹사업은 특정 점포 내에 약국을 재임대하는 형태로서 약사법 규정에 어긋나고 중소기업 육성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제일제당 측은 기존 약국에 생활용품을 공급하는 사업이지 소매점 형태의 약국을 직접 여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의약품 판매에 실패했다.

올리브영은 이후에도 약국시장 재진출을 노렸다. 2012년부터 올리브영은 국내 주요 대형약국들이 회원으로 있는 약국체인 리드팜과 함께 모델약국을 운영해왔으나 2015년 사업을 종료했다. 해당 약국은 서초구에 2013년 오픈했지만 국내 약업계의 특수성으로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2016년 세계 최대 드러그스토어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와 손잡고 드러그스토어를 구상한 과거가 있다. 자사 대규모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부츠 1호점을 유치했지만 3년 만에 고배를 마셨다.

대기업의 드러그스토어 진출 소식에 당시 약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형마트 매장 내 약국과 부츠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며 ‘대기업 영리법인 약국’의 성격을 띠고 국내 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약국 업무를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당시 약사들은 ‘영리법인약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약국이 상업화 과정을 거치면 대형 자본으로 인해 동네 약국이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약제비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일반의약품 판매 유통 채널은 이미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제도는 심야 및 공휴일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자 2012년 도입됐다. 해열진통제 5종, 소화제 4종, 감기약 2종, 파스 2종 등의 판매가 허용됐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안전상비약 매출은 2018년 504억원에서 지난 2023년 832억원으로 5년 새 65% 증가했다.

당시 약사업계는 “상비약이라도 전문가의 지도 없이 사용하면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고 나섰다. 편의점 직원은 약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강조했다.

변화의 움직임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있었다.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 수요가 늘며 약국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주목받았으나 ‘불법 의약품 유통’ 문제가 제기됐다. 약국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약국 플랫폼은 사라졌다.

지난 2월부터는 다이소가 전국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웅제약, 일양약품, 종근당건강은 다이소를 통해 비타민C, 루테인, 오메가3 등 건기식 30여 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약국에서는 수만원대에 살 수 있는 건기식을 다이소에서 3000~5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 화제가 됐다.

약국들은 반발했다. 대한약사회는 성명을 내어 “제약사들이 약국에 납품하지 않던 저가 제품을 생활용품점에 입점시키고 그동안 약국이 폭리를 취한 것처럼 오인하게 홍보했다”며 제약업계를 비판했다. 건기식의 안전성과 품질관리가 약국 외 유통 채널에서는 보장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약사업계 “약의 자본화 우려”
대한약사회가 6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대한약사회


현재 창고형 약국을 두고도 논란은 뜨겁다.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은 의약품의 본질을 쇼핑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기형적 운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은 6월 23일 약사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창고형 약국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권 회장은 “의약품의 무분별한 할인 판매는 의약품 유통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며 “약사들의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제외된 시스템은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을 자본의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건강과 직결된 약을 단순한 공산품으로 간주한다면 사회적 부작용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약은 식료품과 달라 쌓아놓고 먹기보다 필요할 때 필요한 제품을 사는 것이 좋은데 창고형 매장은 한번에 많이 사도록 유도해 오남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보였다.

창고형 약국의 저렴한 가격이 체감될 정도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타이레놀의 경우 창고형 약국에서는 개당 250원, 일반 약국에서는 28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 약국과 가격이 같은 제품도 많으며 일부는 일반 약국보다 400원 비싸게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보건복지부에는 창고형 약국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된 상태다.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약사 또는 한약사만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1인이 한 곳만 가능하다. 이 약국은 약사가 직접 운영한다는 점을 내세워 위법 논란을 피했다. 복지부 역시 현재까지 이 약국이 약사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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