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꽃가루를 뒤집어쓴 채 꿀을 모으는데 전념하고 있는 꿀벌의 모습. WWF 제공


"비 무비(Bee Movie)라는 꿀벌을 다룬 영화 보셨어요?"

벌을 취재하던 중 한 연구원으로부터 애니메이션을 추천 받았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꿀벌이 '과로'하며 생명이 단축된다는 연구
를 진행한 그는 이 영화가
인간과 꿀벌의 관계를 잘 그려냈다고 소개했다.


기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정보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17년전인 2008년
'꿀벌 대소동'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작품이었다. 해외에서는 배우 제리 사인 필드와 르네 젤 위거, 국내에서는 방송인 유재석이 목소리 출연을 한 걸 보면 나름 화제가 됐던 영화였던 듯하다.

영화 꿀벌대소동의 한 장면. 온라인 캡처


주인공 꿀벌 '배리'는 우연히 인간들이 꿀벌이 힘들게 만드는 꿀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아가는 걸 알게 되면서
인간과 법정 다툼
까지 벌이게 된다. 다소 황당해보이지만, 우
리가 당연하게 먹는 꿀이 결국은 꿀벌의 먹이이자 노동의 대가
였음을 짚어낸다.
꿀벌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도
흥미롭게 그려냈다.

영화 속에는
"자연산이라고? 벌꿀산이겠지!", "일은 꿀벌이, 돈은 인간이"
라는 명대사들이 나온다. 꿀은 자연에서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님을, 쉬지 않고 일하는 꿀벌에 의해 생산되지만 이익은 꿀벌이 아닌 인간이 가져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관기사
• "사양벌꿀→설탕꿀" 이름 바꾼다더니···농식품부 장관 공언 왜 흐지부지됐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410120000367)• "윙윙"···사람에 꿀 뺏기고 기온 상승에 과로사하는 벌 [위기의 도심동물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716390002619)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23일 경기도 안성팜랜드에서 꿀벌이 활짝 핀 코스모스 사이를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양봉 산업은 더 심각한 상황
이다. 국내 양봉 사육밀도는 국토 면적(㎢)당 21.8봉군으로 일본의 34배, 미국의 80배에 달한다. 밀원 식물 수는 줄고 있는데, 농가는 늘어나니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꿀벌을 혹사 시키는 구조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양벌꿀
이다. 사양벌꿀은 꿀벌이 만든 꿀은 인간이 가져가고 대신 설탕물을 먹여 꿀을 생산·저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양산된다.
24시간 내내 공급되는 설탕물로 꿀을 만들어야 하므로 꿀벌은 쉴 틈이 없다
. 설탕물을 먹은 꿀벌은 면역력과 수명 저하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이를 판매용 식품으로 공식 인정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
하다.

액상과당을 넣어 양을 네 배 뻥튀기한 뒤 '벌꿀 100%'로 판매한 제품.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벌꿀'을 검색해봤다.
절반 이상이 사양벌꿀
이었다. 더욱이 한 업체는
'꿀벌 백만송이 날갯짓'이라는 문구로 꿀벌의 과로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
하고 있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양벌꿀 명칭에 '설탕'을 넣겠다고 했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진척된 건 없다.

해외에서는 꿀 성분과 유사한 대체품까지 나와 있다.
꿀을 사기 전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 또 꿀벌대소동도 추천한다. 수컷 꿀벌이 침을 쏘는 등 '치명적인' 오류가 있지만 꿀과 꿀벌에 대해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662 "경제 성장의 중심은 기업 혁신이라는 사실, 잊어선 안 돼" [이정환의 경제시대] 랭크뉴스 2025.06.29
53661 윤석열, 출석 15시간 만에 귀가…尹측 “성실하게 답변” 랭크뉴스 2025.06.29
53660 윤, 15시간 만에 귀가‥"내일 2차 출석 통지" 랭크뉴스 2025.06.29
53659 이탈리아 정부 "베이조스 결혼식, 1조5000억원 경제 효과" 랭크뉴스 2025.06.29
53658 “트럼프, 무역 협상을 전방위로 확장…한국에도 국방비·공정거래법 압박” 랭크뉴스 2025.06.29
53657 연봉 1.3억 받아도 셀프 네일…美 젊은층 '생존 소비'하는 이유 [세계한잔] 랭크뉴스 2025.06.29
53656 제동 거리 1.5배 길어진다…마모 타이어, 장마철 위험한 까닭 랭크뉴스 2025.06.29
53655 [르포] 삼성물산 포기한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속도 낸다…“기대감은 오히려 높아져” 랭크뉴스 2025.06.29
53654 '양육비 선지급제' 7월 본격 시행…미성년 자녀 1인당 月 20만원 랭크뉴스 2025.06.29
53653 김민석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성경 낭독'이 문제적이었던 이유는 랭크뉴스 2025.06.29
53652 진주 고물상서 화재, 점포 5곳 전소…4시간 만에 진화 랭크뉴스 2025.06.29
53651 3000만원대 이하 소형차 선전… 전기차 판매 모처럼 반등 랭크뉴스 2025.06.29
53650 치매 신약, 스타트업서 찾는다…중국 바이오 지원 나선 로슈 랭크뉴스 2025.06.29
53649 화장실도 따로 없던 방산업계… 육아 지원 늘리며 女 인재 유치 랭크뉴스 2025.06.29
53648 [액시세대 활력 보고서] '40년 공무원'의 아파트관리소장 변신 랭크뉴스 2025.06.29
53647 예산 깎인 영일만대교, 교착 조짐 신공항…불거지는 'TK 홀대론' 랭크뉴스 2025.06.29
53646 경쟁사 직원에 1300억 제안도…빅테크 치열한 '인재 쟁탈전' [팩플] 랭크뉴스 2025.06.29
53645 “SKY 가겠지?” 이럼 망한다…대치동 원장의 ‘거꾸로 전략’ 랭크뉴스 2025.06.29
53644 "김정은에겐 끔찍 장면"…우크라전 도와준 이란, 푸틴은 외면했다 [글로벌리포트] 랭크뉴스 2025.06.29
53643 동물실험은 이제 그만…한국도 오가노이드 ‘대체 시험’ 본격화 랭크뉴스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