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3번째 '상은이 없는 생일잔치'…또래부터 중년까지 식당은 북적

"'잊지 않겠다' 한마디가 큰 위로…특조위 꼭 진실 밝혀내길"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 씨 부모님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 씨의 아버지 이성환(59)씨(왼쪽)와 어머니 강선이(55)씨가 딸 상은씨 사진 옆에서 미소 짓고 있다. 2025.6.28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상은이가 이렇게 많은 분이 오신 모습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아요. 모두 맛있게 드세요."

지난 27일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의 한 식당에선 특별한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故) 이상은씨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맞아 어머니 강선이(55)씨가 마련한 자리다.

강씨는 2023년부터 외동딸의 생일인 6월 29일쯤 '식사 기부'를 하고 있다. 딸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또래 청년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부모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올해로 3년째다.

오후 5시께 찾은 식당은 식탁 20여개가 거의 가득 찰 정도로 북적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식을 접하고 멀리서 찾아온 중년의 시민부터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식사하러 온 대학생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아픔을 공유하는 다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보라색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을 맞았다.

홀로 식당을 방문한 대학생 김다은(21)씨는 "지난 겨울 광장에서 이태원 유가족분들이 봉사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잊지 않는 것도 투쟁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상은님의 생일을 축하해드리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식당 입구 추모 공간에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겠습니다"는 등의 편지를 남겼다. 강씨는 "'잊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된다"며 "참사를 당하고 고립될 수도 있었는데 많은 분이 힘을 보태주셔서 더욱 힘을 내게 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 씨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잔치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식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 씨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잔치가 열린 모습. 2025.6.28 [email protected]


지난 17일 진상규명 조사를 시작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이태원 참사 특조위)의 송기춘 위원장과 박진 사무처장 등도 식당을 찾았다.

강씨는 "전 정권에서는 그 누구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유가족을 만나주지도 않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참사 현장을 방문해 묵념하고 희생자를 애도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조위 활동에 대해 "다시는 이태원 참사 같은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도 정부가 반드시 지키길 바란다"고 했다.

식당 입구에 놓인 고(故) 이상은 씨 추모 공간
[촬영 최윤선]


'생일을 맞은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강씨는 이렇게 답했다.

"상은아, 엄마가 매일매일 너를 생각하고 있어. 상은이가 살았던 세상이 더 좋은 세상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힘을 보탤게. 보고 싶다. 우리 딸 생일 축하해."

강씨의 표정은 밝았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302 공개 출석한 尹 "조은석 특검, 공개소환 강요…검찰 악습 답습" 랭크뉴스 2025.06.28
53301 내란 특검, 윤 전 대통령 대면조사 시작…‘체포 저지’부터 조사할 듯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6.28
53300 [속보] 윤석열, 내란 특검 조사 위해 서울고검 도착 랭크뉴스 2025.06.28
53299 영재학교 졸업생 어느 대학갔나… 1위 서울대, 2위 카이스트 랭크뉴스 2025.06.28
53298 [속보]윤석열, ‘또 진술 거부할 거냐’ 묻자 ‘묵묵부답’ 랭크뉴스 2025.06.28
53297 [속보]특검 “윤석열 10시14분터 조사 시작”···티타임 안 한 듯 랭크뉴스 2025.06.28
53296 [속보] 윤석열, 지하 아닌 로비로 첫 출석… 내란 특검 열흘 만 랭크뉴스 2025.06.28
53295 종이 빨대 '안녕'...플라스틱 빨대 '컴백' 랭크뉴스 2025.06.28
53294 수용재결 신청서 열람공고 시 토지소유자가 할 일[박효정의 똑똑한 감정평가] 랭크뉴스 2025.06.28
53293 [속보] 윤석열, 서울고검 1층으로 공개 출석…특검 첫 조사 랭크뉴스 2025.06.28
53292 "영재학교 졸업생 진학률 서울대가 28%로 1위…카이스트 2위" 랭크뉴스 2025.06.28
53291 [속보] 尹, 말없이 서울고검 안으로 들어가…곧 조사 시작될 듯 랭크뉴스 2025.06.28
53290 오늘부터 지하철 요금 150원 오른다 랭크뉴스 2025.06.28
53289 [속보]윤석열, 특검 소환조사 위해 사저에서 출발 랭크뉴스 2025.06.28
53288 윤석열 前 대통령, 오전 10시 내란 특검 출석 예정 랭크뉴스 2025.06.28
53287 아내 살해 후 남편은 투신… 10대 자녀 신고로 발견 랭크뉴스 2025.06.28
53286 [속보]‘지하주차장은 막혔다’···윤석열 조사 앞두고 긴장감 도는 서울고검 랭크뉴스 2025.06.28
53285 "살 빠진 대가가 췌장염?"…빠니보틀도 맞은 '위고비' 英에서 부작용 급증 랭크뉴스 2025.06.28
53284 ‘백종원 방지법’까지 등장...프랜차이즈 수난 시대 랭크뉴스 2025.06.28
53283 만취해 쓰러진 남편 두고 외출했다 돌아오니 사망.. “아내 무죄” 랭크뉴스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