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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씨 약물 운전 논란, 전문가들 의견은
“신경안정제인 항불안제 고용량 투약한 듯
정신과 외에도 두루 처방…복약 지도 중요"

코미디언 이경규씨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약물 운전 혐의 관련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서있다. 이씨는 지난 8일 오후 2시께 강남구 논현동에서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2025.6.25/연합뉴스

유명 코미디언 이경규(65)씨가 약물을 복용한 뒤 운전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논란이다. 이씨는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며 사과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방 약이라도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로 운전하면 안 된다.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약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163건에 달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공황장애 치료에 대한 편견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황장애 환자가 처방받는 약을 복용해도 운전에 지장이 없는데 이번 사건이 오해를 불러 치료를 회피할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씨가 차량을 주차한 후 운전석에서 내려 인도가 아닌 차도로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도 공개됐는데, 의료계 전문가들은 공황장애에 주로 쓰는 약물이 아니라 보조제인 신경안정제(항불안제)를 기준치 이상으로 복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2023년 불안장애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83만7000여 명에 이른다. 공황장애와 같은 공포성 불안장애 환자 6만5000여 명도 포함됐다. 그래픽=이진영

이준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공황장애 약 때문이 아니다”며 “흔치 않은 경우지만 신경안정제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생겨선 안 된다”고 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공포, 숨이 막힐 듯한 느낌, 땀이 나거나 손발이 떨리는 등 공황 발작 증상이 짧은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공황장애 치료에서 핵심 약물은 우울증 약으로 분류되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이고, 신경안정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해 주는 보조 약물이다.

이 교수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졸음 유발 같은 부작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내성도 없는 약물”이라며 “약물 운전 논란 같은 위험이 거의 없는 약이니 공황장애 환자들이 안심하고 처방받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경안정제가 함께 처방된 경우, 복용 후 졸림,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운전이나 기계 조작을 주의해야 한다. 이는 비단 정신과 환자만의 주의 사항이 아니다.

일부 신경안정제는 소화 불량, 어지럼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내과, 신경과 등 여러 진료 영역에서도 두루 처방되고 있다.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할 때 맞는 주사의 약물 성분도 신경안정제와 같은 계열이다.

가장 흔히 처방되는 신경안정제는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디아제팜, 클로나제팜, 에티졸람 성분의 약들이다. 뇌에 작용하는 약은 다음 날까지 인지 기능과 판단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감기가 긴 편이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길수록 약물이 몸에 오래 남아 작용하는데, 디아제팜의 반감기는 용량에 따라 20~70시간, 클로나제팜은 18~50시간 수준이다.

고용량을 복용했거나 여러 날 연속으로 복용한 경우, 간 기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약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여성도 일부 약물에서 대사 속도가 더 느릴 수도 있다. 다만 이 약들은 내성이 생기는 특성이 있어 복용 초기엔 졸음 증상이 있을 수 있으나 내성이 생기면서 졸음 증상도 사라진다.

감기약도 성분에 따라 졸음과 반응 속도 느림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감기약은 보통 콧물, 기침, 열, 통증을 잡기 위해 3~5가지 이상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중 덱스트로메토르판 같은 일부 성분이 중추신경계 억제 작용을 해 졸음을 유발하고, 주의력과 반응 속도를 저하할 수 있다. 야간에 감기약을 먹고 다음 날 아침에 운전하거나 낮에 복용 후 바로 운전하면 위험할 수 있다.

의사와 약사는 치료제를 처방하고 복약 지도를 할 때 주의 사항을 설명하고, 알려야 한다. 불확실한 경우, 미리 약사나 의사에게 복약 후 운전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약물 부작용을 우려해 치료를 미루거나 자의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초기 부작용을 토대로 담당 정신과 전문의와 상의해 용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멤버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씨도 “정신과 약물 복용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잘못된 오해가 환자들이 치료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치료를 받지 않아 운전 중에 공황발작이 일어나면 오히려 사고의 위험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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