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네. OOO장례식장입니다.”
“난데, 도봉산 매표소로 와. 신고 들어왔다.”

20년 전 장례지도사 시절 이야기다.
새벽 근무라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인데도 아직 밖은 어두컴컴했다.

사건사고사의 경우 관할 경찰서마다 ‘전담(?)’ 장례식장이 있었다.
험한 사건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다 보니 몇몇 경찰과는 안면이 있었다.
아는 경찰 형님의 전화였다.

“네, 곧 챙겨서 출발하겠습니다.”
‘이 시간에 겨울산이라니….’
초겨울이었지만 새벽녘 바람에 체감온도는 한겨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이번엔 산꼭대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시신 수송차량을 바삐 움직여 도봉산으로 향했다.
밤새 찬바람에 세워둔 차를 움직이니 차 안도 바깥만큼이나 추웠다.
숨을 쉴 때마다 입김이 허옇게 뿜어져 나왔다.

이미 경찰들이 와 있었다.
들것을 들고 시신 수습을 위해 다가섰다.
“자살이야. 목을 맸어.”

산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대부분 그랬다.
장례식장이 그쪽이라 산에서 벌어진 사건사고가 많았다.
산악사고는 적었다.
산에서. 등산로를 벗어난 인적 드문 곳에서.
딱히 연고가 없어도 그렇게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많았다.
어떤 땐 하루에 산을 3번이나 올라다닌 적도 있다.
그때는 젊었으니 올라갔지만 지금 하라고 하면 아마 못할 듯싶다.

당시만 해도 시신을 수습하면서 고인의 물건들도 직접 챙겨야만 했다.
찾아서 전달하는 것까지 장례지도사의 일이었다.

시신을 천으로 덮어두고 현장에 놓여 있던 가방을 열었다.
스프링 수첩과 동전 몇 개, 티셔츠 두 벌이 전부였다.
휴대폰이나 지갑, 신분증도 없었다.
수첩을 펼쳐보니 알 수 없는 이상한 글씨들이었다.

“수첩에 뭘 많이 적어놨는데, 영어도 아니고 무슨 글자인지를 모르겠어요.”
“줘 봐, 이게 어느 나라 말이야? 번역해야겠네. 신원 확인이 안 돼.”

수첩 메모를 보니 외국인일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숨을 끊었을까?’

시신으로 만난 청년의 비쩍 말라있었다.

그를 덮고 있던 옷가지도 계절에 안 맞게 앙상했다.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일단 시신을 수습해 장례식장으로 돌아왔다.

그 며칠 뒤 경찰을 또 만날 일이 생겼다.

유품으로 남은 수첩은 번역해 보니 사실상 ‘유서’였다고 했다.

“죽은 그 청년, 러시아 사람이더라고.”
자세한 사연을 듣고나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계속)

직접 하늘나라에 가서 전하겠다는 이 말.
“할아버지를 위해 내 눈에 이곳 풍경을 다 담아가서 보여드리겠다.”
도봉산은 그냥 정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
“한국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김새별 작가는 눈물이 핑 돌았다고 고백했습니다.
러시아 청년의 가슴아픈 사연은 아래 링크에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098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더 많은 이야기를 보시려면?

“이 양반이 여고생 죽였어요” 아빠의 죽음, 아들의 충격 고백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2647

“이거다!” 큰오빠 환호했다…동생 죽은 원룸 속 보물찾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8846

유독 남자들 홀로 죽어나갔다, 밤이 없는 그 아파트의 비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6268

그는 아들 사진 한 장 없었다, 하늘 날던 기장의 쓸쓸한 추락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696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503 전한길 "내란은 무죄"…尹 특검 소환에 보수·진보 시민들 고검 앞으로 랭크뉴스 2025.06.28
53502 야구장 육회·페스티벌 김치말이 국수…○○푸드가 완성하는 순간들[언어의 업데이트] 랭크뉴스 2025.06.28
53501 군장성·핵과학자 ‘피의 장례식’ 거행…수천명 조문객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6.28
53500 "연봉 8000만 원 넘으면 고려"… Z세대, 지방 취업 꺼리는 이유는 랭크뉴스 2025.06.28
53499 '명태균 의혹'도 김건희특검팀 이첩…내달 2일 수사개시 전망 랭크뉴스 2025.06.28
53498 [속보] 내란특검 “국무회의 의결·외환 혐의 조사중…부장검사가 진행” 랭크뉴스 2025.06.28
53497 [속보] 특검, 尹 조사 재개... 계엄 국무회의·외환 관련 혐의 랭크뉴스 2025.06.28
53496 "내 집 마련 희망 빼앗아"...국힘,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 맹비난 랭크뉴스 2025.06.28
53495 내란 특검 “윤석열 외환죄 등 조사 중…‘체포 방해’와 ‘비화폰’ 관련은 거부” 랭크뉴스 2025.06.28
53494 특검 "尹체포저지 조사중단, 검사 다른혐의 조사재개…추가소환"(종합) 랭크뉴스 2025.06.28
53493 부산서 뺑소니 사고로 7명 부상…음주운전 의심 30대 체포 랭크뉴스 2025.06.28
53492 특검 “尹 상대로 비상계엄 관련 북한 공격 유도 의혹·국무회의 상황 조사 중" 랭크뉴스 2025.06.28
53491 [속보]윤석열 특검조사 호칭은 “대통령님” 랭크뉴스 2025.06.28
53490 [속보] 특검 "尹 거부로 '체포저지' 조사 중단‥다른 혐의 조사" 랭크뉴스 2025.06.28
53489 11일 만에 9000만원 모였다…노라조가 광주FC 후원계좌를 왜 랭크뉴스 2025.06.28
53488 [속보] 특검 "尹 호칭은…대통령님으로" 랭크뉴스 2025.06.28
53487 “에펠탑 생각보다 뻔하다”…당신, 지하실 물탱크 못 봤지? 랭크뉴스 2025.06.28
53486 “예전같지 않네”...오징어 게임3, 혹평 세례 랭크뉴스 2025.06.28
53485 [속보] 오후 5시쯤 윤석열 조사 재개…심야 조사 동의 랭크뉴스 2025.06.28
53484 [속보] 3시간 만에 尹 조사 재개…특검 "오늘 못 끝내면 추가 소환" 랭크뉴스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