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커피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이스커피 소비국이다. 사계절 내내 얼음 동동 띄운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낯익은 일상풍경 중 하나다. 겨울에도 아이스. 그야말로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의 민족'이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이 주는 청량감은 매력적이다. 수질이 뛰어난 나라의 국민이라서 누릴 수 있는 축복이기도 하다. 여기서 잠깐. 아이스커피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취향에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바로 '차가운 음료일수록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는 과학적 진실이다. 온도는 맛을 인지하는 결정적 요소다. 인간의 미각은 일반적으로 20~40℃ 사이에서 가장 민감하게 작동한다. 즉 맛을 가장 잘 분석할 수 있는 온도라는 의미다. 반면 10℃ 이하의 차가운 음료는 단맛, 신맛, 쓴맛 등 기본적인 맛 요소들을 둔하게 만든다. 커피가 지닌 복합적인 향과 미묘한 산미, 단맛, 쌉싸름함은 아이스 상태에선 반쯤 얼어붙는다고 볼 수 있다. 본래 의도된 커피 풍미는 사라지고, '시원한 쓴 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아이스커피를 마실까. 청량감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아이스커피는 일종의 '리듬'을 만든다. 손에 쥔 컵, 얼음 흔드는 소리, 입에 닿는 차가운 감촉. 맛보다 감각이 앞서는 음료가 된 것이다. 시원하고, 빠르고, 경쾌하게 지속되는 감각···. 하지만 커피는 본래 '느림'과 '기다림'의 미덕을 지닌 음료였다. 로스팅, 브루잉, 테이스팅까지 시간을 들일수록 맛도 의미도 깊어지는 음료. 그 본질은 따뜻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스커피가 지닌 매력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너무 차가운 커피만 고집하다가 커피의 참맛, 커피가 지닌 진짜 매력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와인의 향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차가워진 와인 병은 상온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이유도 결국 같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진부한 제안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분주한 일상 속 시원한 공간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느긋하게 즐기다 보면 전혀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사족, 95℃ 물에 에스프레소를 붓는 바람에 너무 뜨거워 맛 음미조차 할 수 없는 아메리카노를 말하는 건 아니다.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950 [속보] 법무장관 ‘친명 좌장’ 정성호… 민정수석 봉욱·행안부 윤호중 랭크뉴스 2025.06.29
48949 [속보]李 대통령,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구윤철 전 장관 지명 랭크뉴스 2025.06.29
48948 [속보] 李 대통령, 법무부 장관에 정성호 민주당 의원 지명 랭크뉴스 2025.06.29
48947 [속보] 민정수석에 봉욱 전 대검차장 랭크뉴스 2025.06.29
48946 IAEA “이란, 수개월 내 우라늄 농축 재개 가능”…트럼프 판단과 달라 랭크뉴스 2025.06.29
48945 민주 "김민석 인준, 30일 본회의서 처리…늦어도 7월 3일 표결" 랭크뉴스 2025.06.29
48944 농식품부, 양곡법 등 농업 4법 개정 속도‥"효과적 대안 낼 것" 랭크뉴스 2025.06.29
48943 심상찮은 폭염, 남유럽 벌써 42도 찍었다…스위스 빙하는 구멍 랭크뉴스 2025.06.29
48942 호주의 한국인 검사 출신 변호사 “공부 잘했다고 꼭 수사도 잘할까요?” [.txt] 랭크뉴스 2025.06.29
48941 "아빠, 치킨 사주세요" 배달앱 열었다가 '화들짝'…가격 얼마나 올랐길래 랭크뉴스 2025.06.29
48940 IAEA “이란 核 프로그램, 몇 달 내 원상복구 가능”... ‘완전궤멸’ 美와 시각차 랭크뉴스 2025.06.29
48939 국내 최고령 사형수 사망…'보성 어부 살인 사건' 장본인 랭크뉴스 2025.06.29
48938 '욕정의 어부' 최고령 사형수 오종근 복역 중 사망 랭크뉴스 2025.06.29
48937 與 “김민석 검증 이미 끝… 인준 거부는 대선결과 불복" 랭크뉴스 2025.06.29
48936 ‘돈봉투 사건’ 윤관석 전 의원 가석방… 구속 1년 10개월만 랭크뉴스 2025.06.29
48935 [속보]김용태 “채상병 유가족·국민께 사과…특검으로 진실 밝혀지길” 랭크뉴스 2025.06.29
48934 다음 달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기준 ‘인상’…최대 1만 8천 원 랭크뉴스 2025.06.29
48933 민주당 "30일 김민석 인준 본회의 요청, 늦어도 6월 임시국회 내 처리" 랭크뉴스 2025.06.29
48932 '불닭의 힘' 진짜 일냈다…삼양식품, 마침내 시총 '10조 클럽' 진입 랭크뉴스 2025.06.29
48931 尹 첫소환 실제조사 5시간…2차조사 체포방해·국무회의 초점 랭크뉴스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