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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뉴스 › 반환도, 잔류도 ‘알 수 없음’… 미군 기지에 묶인 도시들 [취재후/미반환 미군기지]③

랭크뉴스 | 2025.06.27 18:28:03 |
대다수 상점이 문을 닫은 동두천시 광암동 일대.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 굉음이죠. 특히 헬기가 앉았다 뜰 적에 소리가 굉장히 요란스럽고…."

지난 2일 경기도 의정부시 캠프 스탠리 인근 주민 김성일 씨가 헬기 이야기에 한숨을 쉬었다. 그에게 헬기 소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년에도 주한미군 제2사단의 야간 헬기 훈련에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관련 민원이 빗발쳤고, 시는 미군 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올해도 소음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 캠프 스탠리 주변으로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이 이뤄지며, 2020년 이후 새 아파트 단지에 약 1만 2000세대가 입주했다. 헬기가 아파트 단지를 넘어 날아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입주민들은 소음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캠프 바로 옆에 위치한 '빼뻘마을' 에 사는 한 주민은 심하면 헬기에서 나오는 굉음이 하루 5번 이상 들린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캠프 스탠리는 43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남측과 북측 기지로 나뉜다. 미군기지 이전 협정에 따라 대부분의 병력이 철수했지만, 남측기지 일부가 헬기 중간 급유시설로 남아있어 기지 반환은 지연되고 있다. 기지 면적의 3%에 해당하는 시설 때문에 전체 기지를 반환하지 않는 셈이다. 한국 측이 헬기급유 대체 시설을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협상은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43번 국도 확장 공사… 탄약고 부지 발목
의정부시는 동부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북측 기지 인근에는 주거지와 복합문화융합단지가 조성됐다. 2030년에는 법조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기도 내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인 의정부시는 도시 개발을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마중물로 삼고 있다.

캠프 스탠리 인근에 주택지구가 조성됐고, 법조타운이 2030년 목표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캠프 스탠리가 도시 개발의 발목을 잡았다. 의정부시는 43번 국도 확장 공사를 추진했지만, 과거 탄약고로 쓰이던 북측기지와 공사 구간이 겹쳐 공사가 중단됐다.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북측기지는 사용되지 않는 빈터였다. 기지 반환이 지연되면서 왕복 8차선이었던 도로는 6차선으로 좁혀졌다. 출퇴근 시간대, 병목 정체 구간이 발생하고 있다.

■개발 어려운 땅만 반환, 노른자위 땅은 미반환

반환된 미군공여지 99%가 개발 불가능한 산지다.

동두천은 의정부보다 사정이 더 복잡하다.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는 동두천시 전체 공여지 40.63㎢ 가운데 57%(23.31㎢)다. 그런데 반환받은 땅 99%가 개발 불능지다. 실제로 반환 면적 23.21㎢ 중 22.93㎢가 급경사 산지로 확인됐다. 국제 규격 축구장 3200여 개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활용할 수가 없다.

지난달 2019년 반환된 쉐아 사격장 부지에 찾아가 봤다. 수목이 무성했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채 방치돼 있었다. 안내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격장 너머에 위치한 야산, '캠프 호비'도 마찬가지였다. 경사가 가파른 산지여서, 민자유치나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국방부 소유로 남아있다. 반면, 미반환 기지들은 동두천 시내 중심가에 몰려있다. 캠프 케이시가 대표적이다. 보산역에서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교통 접근성이 좋다. 상업성도 뛰어나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된다.

■반환이냐 잔류냐… 보산동 상가 10곳 중 7곳 폐업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증거로서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용산기지이전계획(YRP), 그리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가능한 한 조속히 기지들을 반환할 것을 약속했다. LPP에 따르면, 동두천의 미군기지는 원래 2008년 반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평택기지 준공에 맞춰 반환 시점은 8년이 연기됐다. 이후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거치며 다시 한번 4년이 더 미뤄졌다. 그 사이 동두천 미군 규모는 과거의 1/3 이하로 줄었다. 미군 의존도가 큰 보산동과 광암동 상권은 타격을 받았다. 동두천시에 따르면 광암동은 미군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상가 전부가 폐업했고, 보산동은 10곳 중 7곳이 문을 닫았다.

미군 의존도가 큰 보산동 상권

미군이 대거 철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지 반환 시점은 안갯속이다. 물론 한반도 안보를 고려해 기지 이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민들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와 상권 주민들은 무엇보다 잔류든 반환이든,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책 유보가 길어지는 만큼 피해는 지역 사회가 떠안기 때문이다. 기지 반환과 관련해 국방부는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주한미군 측이 캠프 케이시의 향후 반환 여부 및 시점에 대한 질의에 보내온 답변이다.

(질문) Legal and political basis for continued use of Camp Casey, and questions regarding its future return.

(답변) The legal basis for the presence of U.S. Forces in Korea is the invitation and consent of the Republic of Korea. In close coordination with the ROK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US Forces are postured in the ROK to ensure high defensive readiness of the combined force. To protect operational security, USFK does not comment on details regarding why a particular base is necessary to maintain military readiness.

대한민국 내 미군 주둔은 대한민국 정부의 초청과 동의를 법적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국방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군이 배치되어 있으며, 주한미군은 작전 보안 유지를 위해 특정 기지가 군사 대비 태세 유지에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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