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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 정책대출도 메스]
올 13.7조 늘어 가계대출 90%차지
헐거운 요건에 집값 불쏘시개 역할
공급총량 기존 계획대비 25% 감축
이사 계획하던 신혼부부 등 대혼란
"출산율 제고 정책과 모순" 지적도
금융위원회는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고강도 대출규제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소에 게시된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매물 시세. 뉴스1

[서울경제]

정부가 불붙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 대출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헐거운 대출 요건 탓에 집값 상승의 숨은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정책 대출에까지 손을 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신혼부부와 신생아 특례 대출 한도마저 줄면서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저출생 대책과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다음 달부터 정책 대출 총량을 기존 공급 계획 대비 25% 감축하기로 했다. 정책 대출을 명시적으로 줄인 것은 처음이다.



정책 대출 비중이 큰 주택기금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은 대출 한도가 대상별로 축소된다. 일반 디딤돌 대출 한도는 현행 2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축소되고 생애 최초 디딤돌 대출은 3억 원에서 2억 4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저리로 거액을 빌려줘 집값 상승의 불씨로 지목 받아온 신혼부부와 신생아 특례 대출 한도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 한도는 현행 4억 원에서 3억 2000만 원으로 낮아지고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은 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1억 원이나 줄어든다.

버팀목 대출의 경우 일반 대출은 현행 수도권 1억 2000만 원과 지방 8000만 원 수준을 유지하되 청년 대출의 경우 기존 2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축소된다. 신혼부부는 수도권 3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지방 2억 원에서 1억 6000만 원으로 한도가 줄어든다. 신생아 특례 대출 역시 3억 원에서 2억 4000만 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출 한도 축소는 28일부터 일괄 적용된다. 정부는 정책 대출 한도 축소를 통해 한정된 주택기금 재원을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주택 공급과 저소득 서민 대상 주택 자금 지원에 투입해 정책자금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정책자금이 굉장히 풍족했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정말 어려운 서민들을 지원한다는 정책 기금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책 대출 축소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정책 대출이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책 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적용을 받는 은행 대출과 달리 소비자가 일정 요건만 맞추면 대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같은 틈을 타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 대출은 올 들어 5월까지 13조 7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가계대출액(15조 3000억 원)의 90%에 달한다.

문제는 정책 대출 자금이 시장에 계속 유입될 경우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이달 25일 보고서에서 “과도한 정책 대출은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주고 집값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주택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과거 정부가 집값은 잡겠다고 하면서도 정책자금은 계속 풀어준 게 실책”이라며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 메시지 차원에서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 대출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서민 대출 상품인 디딤돌·버팀목 대출까지 조이면서 내 집 마련이나 출산을 앞두고 이사를 계획하던 신혼부부 등은 잔금 마련에 큰 혼란을 겪게 됐다. 특히 신생아 특례 대출까지 줄인 것을 두고 예비 부모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다른 것은 몰라도 신생아 대출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한다”며 “내 집 마련 고민을 해결해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부 약속과도 모순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 관계자는 “저출생 대응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만큼 신생아 대출의 소득 요건을 강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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