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김용진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
고도비만, 식사량 제한·운동 만으로 체중감량 어려워
정상적 위장관 구조 허무는 수술로 음식섭취·흡수 제한
복벽 두꺼워 수술 까다로운 환자엔 로봇 활용 시 용이
김용진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이 고도비만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서울경제]

“이를 악물고 체중을 10kg 빼면 20kg이 다시 쪘어요. 운동을 하고 싶어도 허리나 무릎이 아파 하지 못하고 약에 의지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식욕억제제나 지방 분해 성분이 든 다이어트 보조제, 한약까지 안 해 본 게 없었습니다.”

25일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에서 만난 박모(46·여) 씨는 "비만 수술을 받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제2의 인생이 시작된 느낌"이라며 웃어 보였다. 작년 말 박씨의 체중은 120㎏을 넘어섰다. 비만의 기준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다. 우리나라의 성인 비만 기준은 BMI 25kg/㎡ 이상이다. BMI 30kg/㎡ 이상을 고도비만, 35kg/㎡ 이상을 초고도 비만으로 구분한다. 키 170㎝인 박씨의 당시 BMI는 41.7㎏/㎡였다. 체중이 늘어날수록 허리 통증이 심해져 의자에 앉아 설거지를 하는 지경이 됐다. 또 1년 전쯤에는 문제가 없었던 당뇨 수치도 크게 올라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밖에 나가기도 꺼려졌다. 박씨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우연히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접했다고 했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아 올해 초 로봇을 활용한 위절제술을 받았다. 복부 지방층이 두꺼운 환자는 로봇수술이 장기에 무리를 덜 줄 수 있다는 말에 더 나은 선택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수술 5개월이 지난 현재 박씨의 체중은 96.2㎏, BMI는 32.8㎏/㎡로 줄었다.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움츠린 채 다녔던 박씨의 밝아진 표정에 의료진도 놀랄 정도다. 박씨는 "살이 빠지니 서서 설거지를 해도 허리가 안 아프고 운동도 나간다"며 "덕분에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 ‘꿈의 비만약’도 투약 중단 후 급격한 요요…젊은 비만, 합병증 노출 치명적


비만은 단순히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다. 박씨처럼 수차례 요요를 겪으며 감량과 재증가를 반복한 환자들은 체중 뿐 아니라 대사 기능도 무너진다. BMI가 35kg/㎡를 넘어서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4~5배, 고혈압 위험은 3배가량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비만 환자들은 관절염, 요통, 수면무호흡증, 성기능장애, 지방간, 우울증 등 각종 문제에 시달린다. 심해지면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도 경험하게 된다.

고도비만인 환자들은 식사량 제한과 운동만으로는 체중을 감량하기 어렵다. 위의 크기를 줄이거나 장의 일부를 우회시키는 등 정상적인 위장관 구조를 바꿔 음식 섭취와 흡수를 제한하는 수술이 효과적이다. 박씨의 수술을 집도한 김용진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은 “비만에 노출된 기간 만큼 합병증 위험이 비례해 증가한다"며 "10~20대 비만이 그대로 이어져 당뇨병, 만성신부전(콩팥병)이 생기고 30~40대의 젊은 나이에 당뇨발로 발가락을 절단하거나 투석을 시작하는 사례를 숱하게 봤다"고 말했다. 당뇨병의 특성상 혈당 관리를 잘 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진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이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적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양지병원


현재 세계적인 열풍이 불고 있는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비만대사수술을 대체할 것이란 일부 견해에 대해서도 “아직 그럴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위고비가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감량 효과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투약 중단 후 요요 현상은 치명적”이라며 "수술의 대체제라기 보다는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 비만대사수술 4500건 이상 집도한 국내 1인자…로봇수술도 선제 도입


김 센터장은 고도비만 수술 분야의 국내 1인자로 꼽힌다. 위장관외과 전문의로서 위암 수술에 주력하다 10여년 전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병원에 연수를 다녀온 뒤 비만대사수술 한 우물만 팠다. 그가 집도한 비만수술만 4500건이 넘는다.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을 통틀어 최다 실적이다.

김용진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이 고도비만 환자 수술을 위한 로봇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양지병원


지난해부턴 최신 로봇을 도입해 비만도가 높은 환자들의 선택지를 더욱 넓혔다. 수술로봇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로봇 기반 비만수술은 총 16건 시행됐고, 그 중 13건을 김 센터장이 맡았다. 초고도비만 환자가 많은 미국에선 로봇수술 수요가 늘어나며 지난해 전체 수술의 25%를 넘어섰다. 식도, 십이지장과 연결된 위의 크기를 바나나 형태로 가늘고 작게 만드는 ‘위 절제술’과 위 상부를 절제해 작은 위 주머니를 만든 다음 소장과 바로 연결하는 ‘위 우회술’ 모두 배를 가르는 대신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가능하다. 로봇팔이 들어갈 통로를 4개 만든 뒤 수술 장비를 넣어 장 절단과 혈관 처리 등을 시행한다.



◇ BMI 45 이상 초고도비만·2차 비만대사수술에 로봇 활용 시 장점 극대화


김 센터장은 "남성이나 BMI 45kg/㎡ 이상, 재수술 환자 등 복벽이 두꺼운 환자는 복강경 기구 움직임의 제약이 있다"며 "로봇수술은 뱃속에서 긴 로봇팔로 시행하니 기구조작이 한결 유연하다"고 설명했다. 집도의 입장에선 넓은 시야 확보가 가능하니 난이도 높은 수술을 시도할 여력이 확대됐다. BMI 70kg/㎡이 넘는 환자의 2차 수술도 안정적으로 시행했을 정도다. 다만 복강경과 달리 건강보험 적용이 되질 않다보니 비용 부담을 고려해 대상자를 신중하게 선별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에선 비만대사수술의 약 10%에 로봇이 활용된다.

김 센터장은 "수술이 검증된 치료 방법인 것은 맞지만 일부 잘못된 식습관이 지속되면 심각한 요요가 올 수 있다"며 "수술 이후 첫 2년 동안은 정기 검진과 전문 영양관리팀에 의한 식습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3028 나경원, 與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철야 농성…“의회 폭거 도 넘었다”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27 "눈을 의심했다" 버스정류장에 천막 치고 음식 구워먹은 여성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26 윤석열 현관으로 출석하라…특검 “지하 주차장 출입문 차단”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25 [속보]김건희, 오후 4시쯤 퇴원···휠체어 미는 윤석열 포착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24 내란특검, 尹 최후통첩…"현관으로 와야…지하 대기는 출석불응"(종합)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23 대통령실,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에 “대통령실 대책 아냐”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22 이 대통령, 천안함장·연평해전 유족 초청 “특별 희생에는 특별 예우해야”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21 [속보] 김건희 여사, 尹이 미는 휠체어 타고 퇴원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20 [단독] 최원일 전 천안함장 "진보 정부 대통령 오찬 처음... 시작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9 “韓 대선, 절차적 투명성 무너져…중국의 선거 개입은 전 세계적 현상”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8 '36주 낙태' 살인 혐의 병원장·집도의 다시 구속기로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7 영화 ‘기생충’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영화 1위 올랐다 [지금뉴스]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6 나토서 트럼프 대통령 만난 위성락 실장…“관심은 조선업”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5 28일 대출 규제 시행한다는데 27일 구두계약했다면?[Q&A]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4 “이젠 현금 있어야 한강변 집 산다”… 연봉 2억 직장인, 대출액 12억→6억 ‘반토막’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3 김용태 “李 대통령, ‘젊은 비대위원장 털면 안나올 것 같나’ 말해”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2 집에서 시신 9구 쏟아졌다…日 뒤집은 '잔혹 살인마' 사형 집행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1 친딸 40년 성폭행에 손녀까지… 인면수심 70대 2심도 징역 25년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10 특검 “전국민이 계엄 피해자···피의자 인권보다 국민 알 권리가 우선”[일문일답] new 랭크뉴스 2025.06.27
53009 [속보] 내일 특검조사 尹, 김여사 퇴원길 휠체어 밀며 동행 new 랭크뉴스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