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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까지 식당에 들어가서 밥 먹어야 하나 속상하죠. 그래도 식당 주인한테 보조견은 출입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버티고 있어요. 제가 이번에 그냥 돌아가면 다음에 다른 시각장애인이 왔을 때도 똑같이 못 들어가는 거잖아요.”

보조견 ‘나랑’이와 인천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민태(48)씨는 지난 24일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순대국밥 집에 방문했다가 출입을 거부당했다. 그는 27일 한겨레에 “시각장애인 보조견이라고 설명했지만 식당에서 완강하게 출입을 거부했고, 이후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 수 있다고 하니 그제야 앉으라고 했다”면서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이렇게까지 밥을 먹어야 하나 싶어 속상하지만, 나 말고도 이 식당을 찾을 장애인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 보조견 출입을 거부할 수 없다는 법 규정에도 여전히 곳곳에서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들의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청각장애인이 식당에서 보조견 출입을 거절당하고, 출동한 경찰도 이를 당연히 여기는 듯한 영상이 올라와 시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은 대중교통, 공공장소, 숙박시설, 식당 등에서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등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정한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24일 보면,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최근 5년간 장애인 보조견 출입 거부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는 전국에서 18건이다. 보조견 유형별로는 시각장애인 보조견이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청각장애인 보조견 6건, 뇌전증장애인 보조견 1건이 뒤를 이었다. 출입이 거부된 장소는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13건), 숙박시설(3건), 대형마트(1건), 대중교통(1건) 등이었다. 과태료는 최소 80만원부터 200만원까지 부과됐다.

출입을 거부당한 당사자 또는 이를 목격한 제삼자가 구청에 직접 신고를 접수해야 하므로, 과태료 처분까지 가지 않은 출입 거부 사례는 포착하지 못한 통계다. 김민태씨도 “식당 같은 경우는 충분히 보조견 출입에 대해 설명하면 결국 들어가서 먹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한 번도 신고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보조견 출입 거부는 식당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진다. 보조견과 5년 넘게 지내고 있다는 시각장애인 ㄱ(30)씨는 “보조견은 나를 대신해 세상을 보고 비장애인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동반자’같은 존재”라며 “기차나 비행기는 출입 거부당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택시를 탈 때 종종 거부당한다. 예전엔 제주도를 가기 위해 배를 탔다가 (보조견과 함께 있으려면) 짐칸에 타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게 나의 ‘사회적 위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지난해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택시를 불렀다가 ‘개 알레르기가 있어 못 태운다’며 4번이나 탑승 거부당했다. 길에서 멍하니 서서 1시간 동안 또 다른 택시를 기다렸는데, 당황스럽기도, 비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미화 의원은 “장애인 보조견은 단순한 반려견이 아니라 장애인의 일상과 안전을 책임지는 필수적인 동반자로, 법률에 명시된 권리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정부 차원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과 지속적인 홍보·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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