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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30주기 유가족 실태조사 결과
삼풍백화점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지난 1995년 6월30일 당시 사고 현장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가족 10명 중 2명은 사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직업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가족 10명 가운데 3명은 참사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중증도 울분’에 시달리고 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삼풍백화점 유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유가족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참사 발생 30주기인 오는 29일 공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삼풍백화점 참사 희생자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유가족 3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대형 참사 수십년 뒤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추적 조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참사 이후에도 직업이 계속 유지됐는가’란 질문에 응답자 21.7%가 ‘참사로 인해 직업을 잃었다’고 답했다. ‘참사 이전 직업이 아닌 새로운 직업을 구했다’는 유가족도 26.1%였다.

이 보고서엔 응답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유가족의 일상이 사고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으로 짐작할 만한 대목도 있다. 당시 참사로 자녀를 잃은 한 유가족은 본인이 생계를 책임지는 대신, 배우자가 참사 현장과 병원을 오가며 희생자 구조·수습을 기다리느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학생이었던 또 다른 유가족은 참사 이후 가족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1년간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고 답했다.

돌이킬 수 없는 참사는 남은 이들의 관계에도 생채기를 냈다. ‘참사 이전 가족관계가 어땠냐’는 질문에 유족 58.6%는 긍정적으로 응답했지만(‘매우 좋았다’, ‘어느 정도 좋았다’), 참사 이후엔 40.8%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또 응답자 48.3%가 ‘참사 뒤 가족 내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주된 갈등 대상은 부모님(40.9%), 배우자(18.2%), 자녀(18.2%), 친척(9.1%) 등이었다.

몇몇 유가족은 참사 뒤 희생자 이야기를 꺼내거나 유가족회 활동을 하는 것을 가족 내 갈등 원인으로 짚었다. 유가족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유가족은 “이 사고에 너무 많이 신경 쓰는 걸 가족이 싫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참사 이후 성격이 급해지고 폐쇄적으로 바뀌면서 가족들과 갈등이 생겼다”고 했다.

보상금을 둘러싸고 가족 내 다툼이 벌어진 경우도 있었는데, 배우자를 잃은 한 유가족은 “시부모가 (보상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어린아이들을 보살펴주진 않았다. 보상금의 3분의 1만 가지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린아이들을 두고 직장에 다녀야 했던 점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고강도의 정서적 고통에 시달리는 유가족도 상당수였다. 조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외상 후 울분 장애’(PTED) 검사를 해 보니, 33.3%는 심한 장애 상태로 볼 수 있는 ‘중증도 울분’ 증상을, 30.0%는 장기간의 울분감으로 고통 받는 상태인 ‘임상적 울분’ 증상을 보였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이에 대해 “참사 경험이 정서적으로 고착돼 현재형의 고통으로 내면화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유가족 전원은 참사 책임자들이 ‘적절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인식했다. 당시 이준 삼풍건설산업 회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징역 7년6개월형을 선고받았고, 이충우·황철민 전 서초구청장은 징역 10개월에 300만원 이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삼풍 사주로부터 뇌물을 받았던 강덕기 전 서울시 부시장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법적 처벌을 피해 갔다. 한 유가족은 “책임자 처벌은 앞으로 (다른 이들이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 또 사고 발생 뒤 수습을 등한시해서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도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상금 수령 등에 초점을 맞춘 당시 언론 보도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86.7%였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오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시민의숲에 있는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위령탑 앞에서 추모식을 열고,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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