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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차림에 얼굴 가린 채 체포 작전
팸 본디 법무장관 “그런 줄 몰랐다”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이민법원에서 브래드 랜더 감사관이 영장을 요구했다가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과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에게 체포당하고 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일부 얼굴을 가린 사복 차림 남성들이 설명도 없이 한 남성 이민자를 잡아가려다, 랜더 감사관이 “영장을 보여 달라”며 이민자를 붙든 손을 놓지 않자 랜더 감사관을 벽에 밀어붙이고 수갑을 채웠다. ‘단속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연방 요원들은 이민법원 심리에 출석한 이민자들을 붙잡아 곧바로 국외로 추방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사복 차림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사람들을 검거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모습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상징적인 장면이 되고 있다. 나치 때 게슈타포(비밀경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의회 청문회에서도 질의가 나왔는데, 팸 본디 법무장관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 열린 미국 상원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팸 본디 장관은 ‘이민자 검거 과정에서 요원들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에 “몰랐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요원들과 가족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질의한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민주당)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이해하나, 이민 단속 요원을 사칭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가 빚어질 수 있다. 또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공격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단속 요원들이 부상을 입을 위험도 있다”며 법 집행 과정에서 신분을 나타내는 차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방 요원들이 얼굴을 가리는 줄 몰랐다는 답변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이민자를 검거하는 모습이 널리 퍼져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민 단속 현장을 두고 “폴란드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잡아가던 나치 게슈타포 작전처럼 보인다”고 스티븐 린치 하원의원(민주당)이 비난하기도 했다.

17일엔 마스크를 쓴 사복 차림 사람들이 설명도 없이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 후보인 브래드 랜더 감사관에게 수갑을 채우는 일도 벌어졌다.

팸 본디 법무장관이 25일 상원 소위원회에 출석해 ‘이민자 검거 과정에서 요원들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게리 피터스 상원의원의 지적에 “몰랐다”면서도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요원들과 가족들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있다. PBS뉴스 갈무리.

신원을 밝히지 않는 관행이 자리 잡을 경우, 사람들이 진짜 법 집행 요원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크다. 단속 요원을 사칭한 제3자가 익명성을 이용해 폭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 뉴욕시변호사협회는 20일 “얼굴을 가리고 신원을 감추는 새 관행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경찰이 경찰 배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처럼, 연방 법 집행 기관도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책임을 물을 수단을 보장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협회는 “마스크를 쓴 무장한 남성들이 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아 표시 없는 차량에 밀어 넣고 알 수 없는 장소로 끌고 가는 모습은 권위주의 정권의 공포 조장 전술과 닮았다”며 “정부의 권한 남용, 헌법상 권리 침해 의혹이 커져가는 가운데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잠복 수사도 아닌데, 공개된 장소에서 이민 단속을 하는 요원들이 사복을 입고 바라클라바(두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민자 단속이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토드 라이언스 이민세관단속국 국장대행은 지난 2일 보스턴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왜 마스크를 쓰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연방 요원들이 신상이 유출되어 가족까지 협박을 받고 있다. 이민 단속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민자 대량 추방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뒤, 이민세관단속국·국토안보부 등 연방 기관은 ‘체포 할당량’을 채우라는 백악관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오바마 정부 시절 이민세관단속국 국장대행을 맡았던 존 샌드웨그는 “내 재임 동안엔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며 “요원의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얼굴을 가리는) 지금 상황은 합리적 범위를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그는 “마약 등 테러 범죄 수사를 하던 국토안보수사국(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직원들까지 홈디포(마트)주차장 일용 노동자를 잡으러 다니고 있는데, 할당량이 없었더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연방 요원들은 이민자들이 많이 일하는 직장을 급습하거나, 이민법원에 출석한 이민자들을 붙잡아 곧바로 국외로 추방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을 상대로는 “마스크를 금지하겠다”고 별러, 아이러니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지금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할 것”이라며 “이 사람들은 무엇을 숨겨야 하고 왜 숨기는가”라고 힐난했다.

25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이민 법정에 출석했던 남편과 아들이 구금되어 이송되자, 나렐 로페즈가 남은 두 딸을 위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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