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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 유튜브 캡처

" “(민정수석은) 대통령 비서라서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요.” " 이재명 정부의 첫 고위직 낙마 사례로 기록된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대해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방송 진행자 김어준씨는 지난 10일 이렇게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지도부를 만나 직접 오 전 수석의 임명 필요성을 설명한 지 사흘 만, 공식 임명을 한 지 이틀 만이었다. 방송 패널로 출연한 검찰 출신의 양부남 민주당 의원이 특수통 검사 출신인 오 전 수석의 기용에 대해 비판 섞인 발언을 이어가다 “(오 전 수석이) 검찰개혁을 반대하면 목 치면 된다”고 발언하자 김씨가 맞장구를 치며 했던 말이었다.

‘오광수 불가론’의 발화점도 김씨 유튜브 방송이었다. 지난 4일 추미애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이 방송에 함께 출연해 ‘오광수 내정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오 전 수석 임명 문제는 여권에서 공론화가 시작됐다. 한 여권 인사는 “오 전 수석의 낙마는 배우자의 차명 부동산 보유 등 재산 문제가 결정적이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결국 진보 진영 스피커의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검사 출신에 대한 지지층의 뿌리 깊은 거부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게 근본적 패착”이라며 “그 지지층의 정서를 이해하고 파고든 유튜브 방송의 힘”이라고 했다.

이처럼 친여(親與) 유튜버들이 이재명 정부 들어 여권의 핵심 의사결정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도 정치 성향이 뚜렷한 유튜브 방송은 민주당과 범진보 진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곤 했다. 그런 친여 유튜브 방송은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구독자를 늘리며 몸집을 키웠고, ‘진보 스피커’를 자처하는 이들 방송에 여전히 범여권 정치인이 의지하면서 힘을 더 키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진영 논리 확대 재생산에 능한 이들이 주요 정치적 결정에 ‘보이지 않는 입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재민 기자

김씨와 같은 거물 유튜버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에 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169만명이던 김씨 유튜브(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구독자 수는 지난달 말 214만명으로 늘었다. 탄핵 정국과 대선 등을 거치며 반년 새 45만명이 껑충 뛰었고, 계엄이 발생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유입된 구독자(24만명)가 이 중 절반 이상이다.

매불쇼, 새날, 이동형TV, 사장남천동 등 최근들어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함께 ‘진보 5대 유튜브’로 꼽히는 채널의 상황도 비슷하다. 중복 구독자도 상당하겠지만 이들 5개 채널 구독자를 단순 합산하면 반년 간 150만명 넘게 뛰었다. 특히 오창석씨가 진행하는 사장남천동의 경우 올들어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방송의 진행자가 유튜브 속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오씨는 지난 17일 국정기획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발탁됐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이더(내부자)’가 된 것이다. 오씨는 26일 방송에서 “법원이 자꾸만 쓰레기에 정성스레 물을 주고 있다”고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기각을 맹비판했다.

이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통화에서 “계엄 후 정치적 진영 대결이 극대화하면서 사람들이 ‘전쟁에 참여한다’는 기세로 유튜브를 구독하며 에너지를 모았다”며 “민주당이 ‘당원 주권 정당’을 내세운 것 역시 유튜브가 기성 정치권에 힘을 갖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정권 교체 후 첫 여당 대표를 뽑는 8·2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선명하게 이어지고 있다. 당권에 도전하는 박찬대 의원은 지난 23일 출마 선언 당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매불쇼 등 하루 동안 친여 성향 유튜브 방송 네 곳에 출연했다. 그와 경쟁하는 정청래 의원 역시 출마 선언 직후 매불쇼와 새날,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동형 TV에 집중적으로 출연했다. 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 반영 비율이 55%에 달할 정도로 당심(黨心)이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지지층이 구독자로 몰려 있는 이들 채널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김경진 기자

‘유튜브 대전’으로 흐르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 역시 이들 유튜버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찐명’이지만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당권 주자들에 대해 서용주 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8일 채널A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김어준씨 지지층은 정청래 의원을 미는 성향이 강하고,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은 박찬대 의원을 더 지지하는 쪽으로 섰다”는 평가를 했다. 당권 향배에 ‘명심(明心·이 대통령의 의중)’뿐 아니라 김씨의 의중까지 중요하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어준씨가 정청래를 밀고, 이동형씨는 박찬대를 미는 과정에서 두 사람 간의 싸움을 보라는 이야기가 있다”(장성철 공감센터 소장)는 말도 나온다.

지난 24~2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친여 유튜브를 적극 활용했다. 인사검증 칼날을 들이대는 기성 언론과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둔 채 김어준의 뉴스공장, 새날, 매불쇼 등에 출연해 입장을 밝히곤 했다. 이들 친여 유튜버는 오광수 전 수석과 달리 김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는 경우가 잦았다. 김어준씨는 지난 24일 방송에서 김 후보자 의혹을 적극 파헤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거론하며 “가장 이게 코미디 같은 게, 본인(주 의원) 재산이 검찰 관둔 지 얼마 안 됐는데 70억이 된 검사 출신 의원이 지금 재산이 2억밖에 안 되는 총리 후보 재산 검증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여권의 핵심 여론을 장악한 유튜브 방송에 대해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껄끄러운 이야기, 듣기 싫은 이야기는 안 들어도 되고 기존 언론같은 비판적 질문을 안 들어도 되는 곳이 유튜브 공간”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유튜브는 진영 여론이 과표되는 공간인데, 이를 국민 전체의 뜻으로 오인한다면 정치적 양극화만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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